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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쿠데타에 맞서다
“죽더라도 더 이상 군부 독재는 싫다”
2021년 03월 23일 (화) 16:39:21 하여 .
   
▲ 유엔사무소로 행진하는 스님들.

지난 2월 1일은 작년 11월에 치러진 미얀마 총선 결과에 따라 새로운 의회가 소집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개원을 불과 몇 시간 앞둔 이른 새벽, 군대 탱크와 장갑차가 시내로 진격했고, 60여 년 군부 독재 끝에 힘들게 수립된 민주주의 정부는 불과 5년 만에 군부 쿠데타로 힘없이 무너졌다.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은 가택 연금을 당했고 정치인, 선거 관리인, 학생 지도자, 유명인사, 언론인 등을 포함한 500여 명이 체포되었다. 민 슈웨 부통령 겸 대통령 권한대행이 입법, 사법, 행정 전권을 민 아웅 흘라잉 참모총장에게 이양함으로써 군부가 권력을 장악했다.

군부는 가택 연금된 수지 국가고문이 불법으로 수입한 워키토키 10여 개를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 혐의로 그녀는 3년간 투옥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군부는 일부 지역과 소수민족에 대한 참정권 박탈, 금권 선거, 다수의 유권자 이중 등록 등을 근거로 지난해 총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며 1년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1년 후 다당제와 민주적 절차에 따른 새로운 총선을 영어번역자유기고가실시하여 그 결과에 따라 정권을 이양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작년 선거에서 83%라는 높은 지지율로 수지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을 지지했던 시민들은 쿠데타가 명백한 불법이라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양곤과 만달레이 등 대도시에서 시작된 시위는 장갑차, 물대포, 공기총, 실탄으로 무장한 군대의 잔혹한 진압에 맞서 전국적 규모로 확대되고 있다. 2월 25일 현재까지 군경의 발포로 4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머리에 실탄을 맞고 열흘간 사경을 헤매다 2월 19일 사망한 20살 여성 먀 트웨 트웨 킨의 추모식은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는 도화선이 되었다. 추모식 다음날인 22일 전국에서 쿠데타 이후 가장 많은 시민이 거리에 나와 시위에 참여했다. 이날 시위는 다섯 번의 2가 있는 2021년 2월 22일 열렸다는 데서 ‘파이브 투(22222)’ 투쟁으로 불린다. 이는 1988년 8월 8일 있었던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8888 항쟁’으로 일컬었던 것에서 유래한다.

30명에서 50명가량의 승려도 ‘군사 쿠데타 거부’, ‘군사 독재를 원치 않는 승려들’ 등의 피켓이나 현수막을 들고 양곤의 유엔 사무소까지 시위대와 함께 행진했다. 이들은 2007년 군부에 대항한 민주화 시위의 최선봉에 섰던 승려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했는데, 당시의 시위는 승복 색깔을 따서 ‘샤프론 혁명’이라고 불렸다.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성직자도 교회나 힌두교 사원 앞에서 쿠데타에 항의하는 피켓을 들었다.

거리 시위 외에 시민불복종투쟁도 진행 중이다. 국립병원 의료진이 수지 국가고문의 석방을 요구하며 시작한 파업을 시발로 국영철도사 소속 직원 99%도 파업에 동참했으며, 항공청 관제사도 합류했다. 이밖에 중앙부처와 법원 공무원 500여 명도 파업을 시작했다. 금융권 역시 불복종투쟁에 동참했다. 2월 6일 은행 직원이 시위에 처음 참여한 뒤 양곤 등 주요 도시의 민간은행은 모두 폐쇄된 상태다. 군부 소유의 미야와디 은행마저 시위대의 예금인출 투쟁이 격화되자 2월 16일 오전 문을 닫았다.

시민들은 휴대폰으로 시위 현장의 사진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SNS)에 올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군부의 만행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 군부가 강경 진압을 굽히지 않고 시민의 생명을 위협함에 따라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들도 비장하다. 시민들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팔에 혈액형과 비상 연락처 등을 적고 시위에 참여한다. 어머니가 직접 자식의 팔에 적어주기도 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월 22일 “군부는 당장 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유럽연합(EU) 회원국 외교장관 역시 성명을 내 “EU는 쿠데타에 직접적 책임이 있는 이들을 겨냥한 제한 조치를 채택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을 비롯해서 많은 나라가 군부를 비난하고 제재를 말하지만 실제 실행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제재가 미얀마의 친(親) 중국화를 부추기지 않을까, 성장 잠재력이 높은 미얀마 시장을 잃지나 않을까 두려워한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국제사회가 나서주길 바란다. 자신들의 권한이 위협당할 경우 미얀마 군부가 시민들에게 어떤 만행을 저지를 수 있는지를 똑똑히 보았고, 시위로 얻은 성과를 어떻게 빼앗길 수 있는지를 지난 역사를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목숨을 내놓고 시위에 참여하는 그들이 외치는 단 하나는 “죽더라도 더 이상 군부 독재는 싫다.”이다.

   
 

쿠데타의 배경이 된 군부의 막강한 권력과 불안

미얀마에서 정권 교체는 늘 폭력이 수반되었다. 군부가 2008년에 제정한 현행 미얀마 헌법은 국가비상사태를 포함해 군부에 막강한 권한을 주었다. 미얀마 군이 스스로 임명한 사령관만이 미얀마군 통수권자가 되며, 대통령과 총리는 군부에 명령할 권한이 없다. 심지어 “비상사태 시 군 총사령관에게 권력을 인계할 수 있다.”고 명시해 쿠데타를 정당화하는 조항(미얀마의 현행 헌법은 제11장(비상사태에 관한 규정)에서 비상사태 선포 요건, 비상사태 시 국방안보평의회 설치 및 구성, 군 총사령관의 전권행사 등을 규정하고 있다.)을 만들어놓기도 하였다. 그래서 미얀마 군부는 정치권이 자신들의 기득권에 도전할 때마다 쿠데타 위협을 가하는 등 사실상 군부독재 체제를 끊임없이 유지해왔다.

군부는 또한 상·하 양원 의석의 25%를 지명할 수 있고 대통령 후보 3인 중 1인을 추천하며, 군 참모총장이 3개 장관(국방, 국경개발, 내무) 임명권을 갖는다. 또한 군부는 거대 국유기업을 보유한다. 이렇게 군부의 권한이 지나치게 막강하지만 헌법을 개정하려면 “양원 의석 75%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규정했기 때문에 군부가 동의하지 않는 한 개헌은 법적으로 절대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한 “직계가족이나 배우자 중 외국인이 있으면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다.”는 규정을 두어 아웅산 수지가 총선에서 압승한 집권당 대표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되지 못하고 헌법 규정에도 없는 국가고문직을 설치하여 통치해야 했다. 그녀의 남편과 아들 둘은 영국인이고, 군부는 이를 겨냥해 규정을 새로 만든 것이다. 수지 국가고문은 2015년 총선 승리 이후 군부와의 관계 설정, 군부의 권한 축소에 매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수지 정부는 2018년까지 군부와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며 대화를 통해 개헌을 시도했지만, 최근에는 의회를 통해 개헌을 추진해 양측 관계가 악화되었다. 2020년 초반 개헌을 시도해 군부를 견제하려 했지만 군부가 반발해 통과되지 못했다. 특히 2020년 11월 총선에서 미얀마 국민은 선거로 선출할 수있는 75% 의석 중 무려 83.2%를 수지 국가고문의 민주주의민족동맹에 몰아주면서 전체 의석의 62.4%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민주주의민족동맹은 독자적으로 정부를 구성할 권리가 생겼고, 이 힘을 바탕으로 지난 1월 5일, 군부가 25%의 의회 의석을 지명할 수 있도록 규정한 헌법을 개정할 것을 요구했지만, 군부는 이를 거부했다. 이것이 군부 쿠데타의 원인이 되었다.

“부처님은 자비와 지혜로 이 세상의 모든 존재를 돕고자 하셨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이들은 커다란 자비와 위대한 지혜로 올바른 일을 하는 데에서 평화를 발견한다. 선거에서 선출된 지도자를 강제로 구금하는 것은 자비의 결여이며, 자의적으로 군사 통치를 주장하며 부정적인 행동을 저지르는 것은 지혜를 파괴하는 것이다.”
- 평화승가연합회(Peace Sangha Union) 성명문

미국, 인도, 태국 등에 지부를 둔 평화승가연합회의 성명이 아니더라도 불법적으로 권력을 장악하는 것은 부처님의 법과 반대되는 것이다.

미얀마는 대표적인 불교 국가로 승려의 영향력이 크다. 2014년 통계에 의하면 6000만 명가량의 인구 중 자신을 불자라고 밝힌 사람이 약 88%에 달한다. 미얀마의 불교 승려는 50만 명이 넘으며, 여성출가수행자는 약 7만 5000명에 달한다. 그런데 미얀마에서 불교는 단순한 종교가 아니다. 군부나 수지 국가고문의 정부나 모두 버마족과 불교라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나라를 건설하고 운영하려 한다.

샤프론 혁명 이후 일부 승려는 로힝야 사태에서 드러났듯 불교민족주의에 경도되어 부처님의 가르침을 왜곡하기도 했다. 이는 미얀마 군부의 지속적인 독재 야욕과 반민주적인 행태, 극단적인 버마 민족주의, 부정부패 등과 더불어 미얀마 시민을 부처님의 길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시민은 이번 시위를 ‘봄의 혁명’으로 부르고 있다. 군부가 강제로 가져간 권력을 시민이 봄에 민주적으로 되찾겠다는 의미다. 부디 그 봄이 올 수 있기를, 그 봄이 미얀마의 모든 사람들에게 따스하기를, 그 권력이 지혜롭고 자비롭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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