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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고수를 만나다
2021년 03월 23일 (화) 15:08:04 김은주 .
   
▲ 오랜 기간 수행하는 사람에겐 수행환경이 무척 중요하다.

식당을 향해 한발 한발 천천히 걷는 수행자 행렬은 구경거리가 될 만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시간이 되면 관광객들이 몰려와 사진을 찍었습니다. 매일 새로운 단체 관광객이 전세 버스를 타고 와서 커다란 카메라로 우리 모습을 찍는 상황이 웃겨서 속으로 웃었습니다. 살다보니 내가 이렇게 구경거리가 되는 일도 있구나 하면서 이 상황이 좀 재미있었습니다.

불만 많고 까다로운 수행자

그날도 단체관광객 앞에서 광대처럼 걷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는데 친절한 한국인 수행자 A가 어떤 여자와 함께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붙임성 좋은 A는 언제나 새로운 수행자가 오면 친절하게 그를 도왔습니다. 선원의 규칙을 가르쳐주고 소소한 일상의 팀을 일러주고 진짜 마음에 드는 경우에는 자기 옆자리로 자리까지 잡아주었습니다. 그래서 A와 함께 걷고 있는 여자도 새로운 수행자려니 했습니다.

다섯 명이 한 상에서 식사를 하는데 한국인은 한국인들끼리 먹는 편이었습니다. 새로 온 수행자도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새로 온 수행자는 굉장히 천천히 먹었습니다. 내 경우에는 식사할 때는 알아차림은 엄두도 못 내고 있었는데 새로 온 수행자는 식사를 하면서도 알아차림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수행 구력이 좀 되는 사람이겠구나 했습니다.

   
▲ 엄격한 수행자는 식사를 하면서도 알아차림을 유지한다.

그런데 새로 온 수행자는 너무 까다로웠습니다. 배정받은 방이 마음에 들지 않은지 불평불만이 많았습니다. 방이 너무 더럽다고, 문이 잘 잠기지 않는다고 불평했습니다. 방이 얼마나 마음에 들지 않았으면 다른 한국인 수행자 방을 찾아와 다른 사람 방은 어떤지 확인하기까지 했습니다.

오후명상을 위해 함께 명상홀에 와서 그녀에게 자리를 잡아주었습니다. 뒤에 쌓인 방석을 골라주는데 그녀는 방석 하나하나를 꺼낼 때마다 코를 막았습니다. 냄새가 난다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 가장 깨끗한 것을 골라줬는데도 껍질을 뒤집고 속을 꺼내 냄새를 맡으면서 또 인상을 썼습니다. 왜 이렇게 선원을 관리하는지 모르겠다며 불평했습니다. 솔직히 이때는 그녀를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수행하러 온 사람이 이런 거에 집착하는 것 보니까 열심히 하는 사람은 아닌 모양이네.’

그녀는 새 방석을 사야겠다고 했습니다. 뒤쪽은 사람들이 돌아다녀서 신경 쓰인다고 해서 앞쪽으로 자리를 잡아줬는데 그녀는 내 자리를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내 자리는 뒤쪽이지만 한쪽 구석에 있어 조용한 곳이었습니다. 나는 며칠 지나면 떠나니까 그때 이 자리를 하라고 하니까 좋아했습니다. 싫은 것도 많고 좋아하기도 잘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행선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그녀가 여전히 모기장을 치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5분도 안 걸릴 일을 한 시간째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한숨이 나왔습니다. 모기장을 치면서 옆 사람 수행을 분명 방해하고 있을 텐데 그것에 신경 안 쓰는 것도 이해가 안 가고, 뭐 대단한 일이라고 모기장에 그렇게 매달리는지 그것도 정말 이해가 안 갔습니다.

화가가 붓에 예민하듯, 수행환경에 예민한 것일뿐

행선을 하고 돌아와서 다시 좌선을 하는데 전날 먹은 알레르기 약 때문인지 너무 졸렸습니다. 그래서 명상홀 옆에 있는 휴식공간으로 나왔습니다. 이곳엔 의자도 있고 차도 마실 수 있게 해놓아서 명상하다 힘들면 나와서 차도 마시고 쉴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이전에 사놓은 미얀마 밀크티를 마셨습니다. 그런데 새로 온 수행자도 나왔습니다.

“피곤한지 졸려서 나왔어요.”

“밀크티 한 번 마셔보셔요. 나도 어제 졸려서 마셨는데 집중이 잘 됐어요.”

집중이 잘된다는 말에 설득 당했는지 마시겠다고 해서 그녀에게도 한 잔 타주고 이런 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명상을 10여 년 한 사람이고 매년 미얀마에 와서 3개월씩 오후불식하면서 수행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도 냈다고 했습니다. 내 예상과 달리 고수였습니다. 글 쓰는 사람이 펜이나 종이에 예민하고, 화가가 붓에 예민한 것처럼 3개월이나 그렇게 엄격한 수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환경에 예민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녀가 이해가 갔습니다.

역시 그녀는 수행을 많이 한 사람이었습니다. 오후 명상을 하다가 행선을 하기 위해 일어났는데 그녀가 앞쪽에 앉아서 좌선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매우 반듯한 자세로 집중된 모습이었습니다. 나중에 수행시간이 끝나고, 다들 자리에 일어날 때도 보니까 그녀는 여전히 그 자세로 앉아있었습니다. 정해진 시간보다 더 해왔다고 하더니 정말 그러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조금 다르다고, 조금 괴팍하다고 해서 선입견을 갖고 사람을 판단한 것을 후회했습니다. 사람은 다 다양한 것처럼 수행자들도 다 다른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고정관념을 갖고 다른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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