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 해의 쿠바 인근에 있는 인구 850만명의 아이티는 서반구 최빈국으로 국민들의 문맹률이 45%에 달하며 기대 수명도 52세에 불과할 만큼 생활 여건이 열악한 나라다.
지난 1월 12일 발생한 규모 7.0의 강진으로 대통령궁을 비롯해 정부기관 건물과 의회, 병원 등이 붕괴되는 등 대참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로 인한 물적 피해는 말할 것도 없이 인명피해도 계속 늘고 있다. 아이티 정부 대변인은 “정부가 수습한 시신은 15만여 구이지만 여기에는 가족들이 수습한 시신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최종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무너진 건물 더미 아래 수많은 사상자들이 매몰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명피해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으로 세계 각지에서 도움의 손길이 줄을 잇고 있다. OECD 회원국 대부분이 구호물품을 공급하고 인명구조와 의료지원 인력들을 파견해 현지에서 밤낮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선학원은 지진 발생 직후부터 긴급구호 기금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다. 조계종을 포함한 많은 NGO단체들도 물적·인적 지원에 나서는 등 훈훈한 소식이 들려오지만 한편으론 넉넉지 못한 지원에 가슴 아프기도 하다.

선학원(禪學院)의 설립조사이기도 한 만공 월면(滿空月面, 1871~1946) 선사는 일찍이 이 세계를 한 송이 꽃[世界一花]이라 했다. “…너와 내가 둘이 아니요…이 나라 저 나라가 둘이 아니요, 이 세상 모든 것이 한 송이 꽃…” 모든 생명은 어떠한 차별 없이 하나임을 꽃에 비유한 말이라 하겠다. 또한 아이티 강진 피해자의 아픔이 그들만의 것이 아닌 우리들의 아픔이기도 함을 말하고 있음이다.

부처님께서는 《법화경》에서 이르시길 모든 중생을 대자비심으로 섭수하여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불교를 자비(慈悲)의 종교라고 한다. ‘자(慈)’는 너무나 중생을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의 것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요(與衆生之樂)이요, 비는 너무나 중생을 가엾이 여기기 때문에 중생의 괴로움을 구제하고자 하는 마음이다(拔衆生之苦).
중생의 괴로움을 자신의 괴로움으로 아는 동체대비심(同體大悲心)을 일으켜 우리모두 국가와 인종과 종교를 초월하여 십시일반(十匙一飯)의 마음으로 고통받는 아이티의 중생들을 돕는 행(行)이 필요한 때이다.

법진 스님/불교저널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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