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내장사 대웅전이 3월 5일 술을 마신 승려의 방화로 불탔다. 불이 나자 전북 소방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화재 발생 1시간 30여 분 만인 오후 7시 53분께 큰 불을 잡았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경찰은 A 스님(53)을 방화 피의자로 검거했다. 이 스님은 내장사에 온지는 3개월 남짓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A 스님은 “다른 스님들이 서운하게 했다.”며, “술을 마신 뒤 홧김에 불을 질렀다.”고 진술했다.

한국전쟁 때 소실된 내장사 대웅전은 1958년 복원됐다가 2012년 10월 31일 화재로 다시 불탔다. 이번에 불탄 대웅전은 2015년 시비 등 25억 원을 들여서 복원한 것이다.

내장사 대웅전이 승려의 방화로 불타자 조계종은 5일 대변인 삼혜 스님 명의의 입장을 내 “방화 행위에 대해 종헌·종법에서 정한 최고 수위의 징계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며, “방화 원인과 배경을 철저히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사찰관리에 문제는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교구본사와 함께 면밀히 살펴보겠다.”며, “국민과 사부대중 여러분께 심심한 유감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교구본사인 선운사도 6일 교구장 경우 스님 명의의 입장문을 내 “종단과 긴밀히 협조해 원인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승풍 회복을 위한 긴급 점검을 실시하여 이와 같은 일들이 발생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승풍 추락에 대한 재가불자들의 비판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한국불자회의추진위원회(이하 불자회의)는 8일 입장문을 내 “조계종은 신속하게 입장을 발표해 해당 스님에 대해 가장 강력한 징계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며, “조계종단을 구성하는 승가공동체의 책임의식과 참회를 선행하지 않고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 꼬리 자르기를 하려 한다면, 이번 대웅전 전소 사건은 불자와 국민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자회의는 또 “조계종은 사찰을 화재로부터 보호하겠다며 사찰방재시스템 국고 보조사업을 주도해 1200억 원을 수령했고, 2012년 소실된 내장사 대웅전을 국민 혈세로 복원했다.”며, “조계종은 소속 승려 개인에게만 모든 책임을 미룰게 아니라 진정한 사과와 재발방지책을 내놔야 한다.”고 비판했다.

“내장사 방화·전소 사건은 서로 간의 도덕성을 격려하는 공동체가 파괴되고, 개인주의가 만연하며, 신도의 시주와 보조금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부패와 범죄를 가볍게 여기며, 종단 내에서 입신양명함을 우선시하는 조계종단의 총체적 위기상황에서 발생했다.”고 진단한 불자회의는 “소속 사찰의 안위와 후손들의 영속적인 전통문화 향유권 보장을 위해서 근본적인 반성과 체질 개선에 나서라.”고 조계종에 촉구했다.

춘천경전읽기모임회 도반들도 9일 입장문을 내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이번 일을 보면서 불자로서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느낀다.”고 했다.

도반들은 “스님이 불음주계를 어기고, 오역죄에 해당하는 일을 저질렀다는 것은 계율의 나태함이 극에 달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고, “재가자로서 삼보를 수호하지 못한 책임이 있음을 엎드려 참회”했다.

이들은 “법당은 한 개인의 소유물일 수 없으며 거룩한 가르침을 전달받고 부처님을 닮고자 다짐하는 공간”이라며, “(조계종단이) 아리야 상가(성스러운 승가공동체)로 회복되어서 영원히 변치 않은 삼보로 중생들의 귀의처가 되기를 발원”했다.

이들은 끝으로 △우리들은 붓다의 자랑스런 불자로서 아리야 상가에 귀의한다 △권력에 붙어서 기생하며 종권을 유린하는 범계승들은 우리의 아리야 상가가 될 수 없다 △우리들은 정법을 호지하는 아리야 상가의 외호자가 된다 △우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닌 비 불교적인 신행 활동을 거부한다 △우리들은 바르게 수행하시는 스님들과 함께 정법구현의 선봉에 선다 등 다섯 가지를 다짐했다.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