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물로 지정 예고된 ‘장성 백양사 아미타여래설법도’. 사진 제공 문화재청.

스님이 외조부모와 부모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조성한 불화가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승격 지정된다.

문화재청(청장 김현모)은 2월 25일 전남 유형문화재 제291호 ‘장성 백양사 극락전 아미타회상도’를 ‘장성 백양사 아미타여래설법도 및 복장유물’로 이름을 바꿔 보물로 지정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아미타여래설법도’는 영조 51년(1775) 백양사 극락전 아미타여래를 중수 개금하면서 조성한 불화다.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8대 보살과 제자 6명, 사천왕, 팔부중을 배치했다. 불화 조성 시기, 참여자 명단 등을 알려주는 발원문과 복장낭 등 복장유물 6건도 온전하게 남아있다. 이 불화는 1994년 9월 도난당했다가 2006년 9월 회수됐다.

불화 조성에는 수화승 색민(嗇敏), 계헌(戒憲) 스님 등 화승 11명이 참여했다. 색민 스님은 숙종과 영조 연간에 지리산을 중심으로 활동한 의겸(義謙) 스님의 제자로, 18세기를 대표하는 화승이다. 이 불화는 색민 스님의 마지막 작품이다. 스님은 불상 개금과 불화 조성의 총 책임을 맡았다. 계헌 스님은 색민 스님의 제자로 불화 조성을 주도했다. 이 불화는 계헌 스님이 수화승으로 참여한 첫 작품이기도 하다. 문화재청은 이 불화를 “의겸-색민-계헌으로 이어지는 조선 후기 의겸 화풍을 이해할 수 있는 작품”으로 평가했다.

이 불화는 조성 당시 복장이 망실되지 않아 18세기 후반 불화 복장 연구에 귀중한 자료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백양사 불복장 전통은 연담 유일(蓮潭 有一, 1720~1799), 화담 법린(華潭 法璘, 1843~1902), 금해 관영(錦海 瓘英, 1856~1937), 묵담 성우(默潭 聲祐, 1896~1981), 도월 수진(1948~현재)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불화의 대시주자는 환월당 민숙(喚月堂 旻肅) 스님이다. 스님이 대시주자로 불화 조성에 참여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스님은 외조모 유 씨 부부와 부모 봉 씨 부부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불사를 발원했다.

문화재청은 “‘장성 백양사 아미타여래설법도’는 안정되고 짜임새 있는 구성을 갖추었고 간결한 필치와 중후한 색감, 원만한 인물의 표현 등에서 시대적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는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불화”라며, “18세기 후반 불화 복장 연구에 귀중한 자료를 제공해 불화와 함께 보물로 지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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