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주사 | 5만 원

하나의 선으로 시작한 무수한 빗금이 모였다. 그것은 직물의 좀 성긴 직조처럼 보인다.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낸 그림으로 보이지 않는다. 법관 스님의 단색화다.

법관 스님의 단색화가 실린 작품집이 출간됐다. 작품집에는 78작품과 윤집섭 미술평론가, 박영택 경기대 교수의 글과 윤양호 전 원광대 교수의 짧은 논물이 실렸다.

법관 스님은 “무수히 많은 세월을 달려 오늘에 이르러 지금 눈앞에 펼쳐진 것이 나의 살림살이를 드러내고 있음이라”라는 말로 작품집 발간 소회를 대신하고 있다.

윤진섭 미술평론가는 그의 그림 그리는 과정을 이렇게 표현한다.

“가로와 세로로 겹쳐진(+) 무수한 선들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화면 위에 공존한다. 그렇게 해서 기왕에 그려진 선들은 바닥으로 가라앉고 그 위에 다시 새로운 선들이 자리 잡는다. 시간이 갈수록 그것들은 다시 화면 바닥으로 가라앉고 다시 새로운 선들이 나타난다.”

표면에 색을 칠하고 붓으로 긋고 점을 찍는 일을 반복하는 법관 스님의 작업을 박영택 경기대 교수는 “정의할 수 없고 규명할 수 없고 형상화할 수 없는 것을 그리려고 했으며, 자연과 같은 세계를 그리고자 한 듯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무언가 그리기는 하겠지만 굳이 무엇을 그리는 일은 아닌 것 같다.“고도 했다.

또 “스님의 작품에 표현된 소통방식은 ‘일체유심조’이며, 마음을 떠난 표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윤양호 전 원광대 교수의 평가다.

스님의 마음으로 시작한 첫 붓질과 지난한 작업과정, 그렇게 완성된 그림을 통해 보는 사람은 마음에 고요와 평화를 얻는다. 윤양호 전 교수의 말대로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이 수행이 되고 예술이 되어” 보는 이를 스님의 세계로 이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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