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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사풍 수행’ 주창으로 유명한 백봉 김기추 거사는 1964년 1월 깨달은 직후, 《금강경》을 처음 만났다. 한문으로 된 책이었는데 백봉 거사가 “대강 보니 굉장한 책”이라 생각하고 게송을 달기 시작했다. 재미삼아 하룻밤 사이, 새벽까지 게송을 달았다. 그 후 가족들을 가르칠 생각으로 번역을 해서 기초적인 교재가 만들어졌다. 마침 거사의 대오(大悟)를 지켜 본 몇몇 도반들이 백봉 거사에게 설법을 요청하자 이 교재로 설법을 했다. 그 뒤 출판을 위해 백봉 거사는 틈틈이 원고를 썼고, 완성 원고를 동국대 전준렬 교수에게 건네 동국출판사 이름으로 1965년 세상에 선보였다.

당시만 해도 한글을 섞어 쓴 해설서가 한두 종에 불과하던 시절이었다. 1967년 개정판을, 1972년 3판 1976년 4판을 냈고 4판이 백봉 거사 생존 시 마지막 출간이었다.

책의 출간을 담당한 전준렬 교수는 “부처의 심간(心肝)을 꿰뚫는 것이요, 중생을 해체(解體)하여 버리는 기발(奇拔) 그것임에 새삼 감탄 경복(敬服)을 불금(不禁) 하였다. 이것이야말로 백봉 김기추 선생, 이분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요, 불법의 도리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책의 해제에 적었다.

1967년 개정판에 시인 홍영의는 “백봉 김기추 선생은 금강반야바라밀경을 마치 떡을 주무르듯이 자유자재로 그 심오한 의취(義趣)를 갈파(喝破)하고 웅건(雄建)한 송구(頌句)로 노래하였다. 초심자를 위하여서나 전문가를 위해서 이 강송서(講頌書)는 어진 사우(師友)요 선지식이 될 것이다.”라고 추천사를 썼다.

백봉 거사가 1985년 입적하고 몇 년 지나 거사의 《금강경》은 헌책방에서도 구할 수 없는 희귀본이 되었고 거사의 뜻을 잇는 보림선원에 책 구입문의가 이어졌다. 하지만 한자 혼용, 고어적 표현 등 한글세대가 가까이 하기 어려운 책이어서 출판사 선정에 애를 먹다가 2004년 도서출판 운주사가 뜻을 세워 한글세대를 위한 한글 위주의 편집본을 출간했다. 이 책도 2018년 절판되었고, 백봉 거사의 제자들이 뜻을 모아 다시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책의 출판비용은 평소 백봉 거사를 존숭하던 이윤우 대경건설 회장이 보시하였다.

이번에 출간한 백봉 거사의 《금강경 강송》은 2004년 운주사 발행판을 기초로 편집했다. 우선 운주사 발행본과 1976년 보림선원 발행의 4판을 한 글자씩 비교하여 고쳐진 내용이 무엇인지를 파악했다. 그리고 덜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한자를 없애고, 읽고 이해하기 쉽도록 문장이나 단어의 순서를 바꾸었으며, 문장을 삭제하거나 추가하여 문맥을 바로 잡기도 했다.

이번 작업에 참여한 백봉 거사의 제자들은 “대오(大悟)하신 분이 쓰신 글을 지혜가 부족한 사람들이 바꾸는 일을 하며 상당한 거리낌과 신중한 두려움이 있었다.”면서, “출간의 용기가 만용이 되지 않도록 ‘편집에 오류가 없기를, 부처님과 거사의 뜻이 더욱 잘 드러나기를,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되기를’ 발원하며 일을 했고 확신이 서지 않을 때는 거사의 제자들과 상의하여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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