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주사 | 1만 2000원

조선 후기의 유학자인 월창 김대현의 수필 《술몽쇄언》을 번역한 책이다.

월창 김대현은 유학자이면서도 불교에 심취하여 40세에 《능엄경》을 접하고 불교에 귀의하였으며, 죽을 때까지 오로지 불교공부와 수행에만 몰두하였다. 한평생 수많은 저서를 남겼으나 죽기 직전 모두 불태워 버렸으며, 현재 《술몽쇄언》과 《선학입문》이 전한다. 《선학입문》은 천태학의 교리와 수행 체계를 명쾌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저술로, 그의 불교에 대한 이해 수준과 깊이가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술몽쇄언》을 온전히 번역한 것으로, 사람이면 누구나 꾸는 꿈을 통해 불교의 정수인 깨달음을 말한다.

김대현이 꿈을 선택한 동기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목적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조선시대는 불교가 억압받고 유교가 숭상되던 시기이므로 불교 포교와 중생 계몽을 드러내어 실천하기란 쉽지가 않았기에 꿈을 통한 우회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불교를 드러내지 않고 오로지 꿈이라는 소재만으로 불교의 진수를 말하면서 불교의 깨달음인 견성(見性)을 위한 수행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슈인 삶과 죽음에 대한 문제, 고통과 슬픔 그리고 기쁨과 즐거움으로 점철된 중생의 인생에 대한 본질, 사람들의 욕망과 어리석음은 물론, 지식인들의 가치관에 대한 한계와 문제점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불교의 깨달음의 입장에서 이 모든 것들의 본질은 자체의 어떤 특별한 별도의 성질[自性]이 있는 것이 아닌, 그저 꿈이고 공(空)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유명한 장자(莊子)의 나비 이야기'가 나온다. 이 때문에 《술몽쇄언》이 도가의 저서라고 주장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술몽쇄언》은 공空과 무차별을 이야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외도의 사상들을 비판하면서 결국에는 사바세계라는 꿈에서 완전히 깨어나는 것이 핵심인데, 이는 불교의 깨달음인 견성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범부들의 삶의 지향점으로 견성을 제시하면서, 견성의 실현을 위해 수행을 촉구하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즉 《술몽쇄언》에는 유학과 도가의 내용들이 들어 있어 유불도 삼교합일 사상을 표방하는 것 같지만, 그 핵심 논지와 주제는 모두 꿈을 비유로 하여 불교의 공사상으로 귀결시키고 있는 불교서적인 것이다.

번역을 한 박성덕(법오 스님)은 기존에 《술몽쇄언》에 대한 번역서가 있긴 하지만 정확하고 제대로 된 것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불교학 박사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직접 원문과 대조하여 꼼꼼히 번역함으로써 원문에 충실하고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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