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시선원은 수행시간을 철저하게 지키도록 규제하고, 또 외부로 나가는 것은 엄격하게 통제했습니다. 한 한국인 수행자가 오전에 스님들이 탁발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갈 때 뒷줄에 서서 따라 나간 사건이 있었습니다.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오피스센터 여직원이 와서 한국인 여자 수행자들을 다 모이라고 하고는 화난 얼굴로 야단을 쳤습니다.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고 엄격하게 말하면서 그 수행자에게 다시 또 이런 일이 일어나면 퇴소시킨다고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사야도에게까지 알려졌는지 인터뷰 시간에 사야도가 그 수행자에게 또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다짐을 받았습니다.

마하시선원이 미얀마에 있는 다른 선원에 비해서 엄격한 편이라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수행자들은 대체로 좋게 평가했습니다. 이렇게 통제를 하기 때문에 더 오래 수행을 하게 되고, 또 이왕 미얀마까지 왔는데 철저하게 수행하다가 돌아가는 것이 낫다는 게 대체적 의견이었습니다.

남자 수행자들은 수행 시간에 방에 있으면 관리 감독하는 스님이 와서 문을 두드리기 때문에 한 시간도 빠질 수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남편은 단 한 시간도 빼지 못하고 하루 13시간을 꼬박 수행해야 했습니다.

내 경우에는 새벽명상은 빠졌지만 나머지 시간에는 열심히 수행했습니다. 8시간 정도 수행했는데, 이 시간 동안은 열심히 했습니다. 대체로 집중이 잘 되는 편이었고, 잡생각도 많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물론 지겹다는 마음이 일어날 때가 있고, 정말 하기 싫다는 마음이 생길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도 참고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마음에 굴복해서 숙소로 간다 하여도 문이 잠겨있어 들어갈 수 없었으므로 잘 되든 안 되든 그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것이 나의 수행에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열심히 수행하면서 마음에도 작은 변화들이 생겼습니다.

예전과 다른 덤덤한 반응을 보며

마하시선원에서는 정전이 자주 일어났습니다. 전기를 아끼기 위해 그런 것인지 아니면 수행자들의 일상을 나름의 방법으로 통제하기 위해서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하루에 몇 번만 전기가 들어왔습니다. 수행시간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다가 쉬는 시간이 되면 다시 전기가 들어오는 것을 보면 수행자의 일상을 통제하기 위해서라는 말이 더 설득력 있을 것 같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정전이 됐지만 물이 안 나오는 건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는데 갑자기 물이 끊겼습니다. 방심하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충격이었습니다. 그래도 화장실에 있는 물통에 물을 받아 두었기에 양치질 정도는 할 수 있다는 것에 위로를 받으면서 다음날이 되면 물이 나오겠지 하고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이 돼도 물이 안 나왔습니다. 이제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머리도 하루 안 감았고, 빨래도 밀려있는데 오늘도 안 나오면 어쩌지, 하면서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발 물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에 화장실로 가서 수도꼭지를 자주 돌려봤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기다리던 물이 나오는 것입니다. 너무나 기뻤습니다. 물이 나올 때 얼른 빨래부터 빨아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하루 밀렸던 빨래를 열심히 빨았습니다. 그리고는 머리를 감았습니다. 샴푸를 머리에 잔뜩 묻히고 헹구기 위해 물을 틀었는데, 다시 물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순간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어제 하루 머리를 안 감았고, 지금은 머리에 샴푸를 잔뜩 묻혔는데 물이 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예전의 나라면 화를 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복잡한 감정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좀 당황했지만 남의 일처럼 담담했습니다. 머리에 샴푸를 묻히고 있는 상태에서 수건으로 대충 샴푸 거품을 닦았습니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가 먹다가 남은 물병을 가지고 와서 머리에 조금씩 부었습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거품을 조금이라도 더 걷어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수건으로 머리를 대충 닦고 마무리 지었습니다.

‘하루쯤 머리에 거품 묻히고 산다고 뭐 문제 될 거 있나?’

이건 ‘노프라블럼’ 정신이었습니다. 인도에 다녀온 사람들이 입에 달고 산다는 ‘노프라블럼’을 나도 하고 있었습니다. 완벽주의자인 내겐 정말 힘든 상황이었는데 뜻밖에도 이렇게 담담하게 대응하는 자신을 보면서 수행을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마하시선원에서 운영하는 병원. 눈에 다래끼가 나서 방문했는데 약도 공짜로 주고 무척 친절했다.

마하시선원에 온 지 7일쯤 되었을 때 눈에 다래끼가 났습니다. 예전에 수능시험을 치른 후 눈다래끼가 나서 눈을 뜰 수도 없을 정도로 붓고 그것 때문에 정말 오랜 시간 힘들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간단하게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급한 대로 속눈썹을 몇 개 뽑았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은 눈이 더 부어있었습니다. 좀 걱정이 됐습니다. 그렇지만 걱정 때문에 괴롭지는 않았습니다. ‘눈이 좀 부으면 어때. 선원 안에 있는 클리닉 가서 약을 받아먹으면 되지, 걱정한다고 되는 일도 없고,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지 뭐.’ 하면서 마음이 다소 의연했습니다.

선원 안에 있는 클리닉으로 갔더니 내 생각과는 달리 알레르기 약을 주었습니다. 의심스럽긴 했지만 그 약을 먹었더니 다음날 현저하게 가라앉았습니다. 다래끼의 원인이 알레르기였던 모양입니다.

역시 일은 걱정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남의 일처럼 지켜보는 것이 최선이었습니다. 선원에서는 이상하게 이게 잘 됐습니다. 마음이 언제나 의연했고, 무심했습니다. 수행이 잘 되고 있다는 증거고, 이게 일상에서도 계속된다면 괴로울 일이 별로 없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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