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장기의 움직임을 손으로 체크하는 복진 장면.

한의학에는 ‘식적(食積)’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식적은 생소할 수도 있는 용어지만 음식으로 인해 생기는 소화기 및 인체 전반적인 증세를 말합니다. 《동의보감》 요통 분류 중에는 식적요통이 따로 있을 정도로 식적을 몸이 아픈 큰 원인으로 보았습니다.

과도하게 음식을 많이 먹거나 소화가 미처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차 음식을 먹거나, 식후에 바로 눕거나, 급하게 음식을 먹거나, 밀가루 음식을 과하게 먹나, 보관이 잘못되어 상한 음식을 먹거나, 몸이 아픈데도 소화하기 힘든 음식을 먹거나 할 때 생기게 됩니다. 음식물이 소화기에서 정체 되어서 영양분의 흡수가 이뤄지지 않고 노폐물이 배설되지 않게 됩니다.

제일 큰 원인은 과식입니다. 과체중인 사람들이 주로 식적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들은 아무래도 장기간의 과식에 의한 만성적 소화기 질환이 많으며 주로 참고 버티면서 병이 진행되어 치료기간이 긴 것 역시 특징입니다. 몸이 마른 이들이 식적으로 오는 경우는 급체와 한의사같이 급성질환인 경우도 있고, 만성적으로 음식을 잘 못 먹으면서 소화불량, 식욕저하, 체중감소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식적으로 인한 복통은 식도 부위의 염증성 통증, 분문부(위와 식도가 연결된 부위)의 통증, 위장 전체의 뻐근한 통증 및 쓰림 현상, 공복시의 십이지장 부위의 속 쓰림, 갈빗대 아래쪽의 뻐근한 통증, 배꼽 주변의 통증, 아랫배 및 서혜부의 통증 등 부위별로도 나눌 수 있습니다.

음식으로 인해 오장육부 전체 혹은 일부의 기능에도 영향을 끼치고 그로 인한 복통이 생기는데 심한 경우가 아니면 참고 넘어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위장 및 장기의 통각을 느끼는 세포는 통증 세포가 잘 분포된 여타 부위의 50분의 1 정도입니다. 그러므로 복통이 있다는 것은 대부분 문제가 있다는 신호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자주 반복되는 복통이 통증이 작고 참을만하다 해서 무시하면 안 됩니다.

식적으로 인한 복통은 통증의 종류로도 분류를 할 수 있습니다. 점막 이 자극을 받아 따가운 통증도 있고, 위산의 과다한 분비 등으로 속 쓰 림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뻐근하게 뭉쳐서 아픈 경우도 있으며, 결리 는 통증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은은하게 미세한 통증으로 이어지는 경우 도 있으며 송곳으로 콕 찌르는 통증도 있을 수 있습니다.

우측 갈비뼈 아래쪽으로 참기 어려운 심한 통증을 느끼는 경우는 담석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감기와 함께 오는 합병증 조심해야

식적으로 인해서 생기는 현상이 복통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말 한 요통도 생길 수 있으며, 어지러움, 두통, 메스꺼움, 혈관장애, 복압상 승, 심장압박, 호흡불편감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식적의 합병증도 조심해야 합니다. 감기 증세가 있을 때 식적이 오거나, 식적이 있는 상태에서 감기가 온 것을 한의학에서는 ‘식적류상한’이라 합니다. 아이들에게 쉽게 오는 증상이며 치료에 어려움이 있는 질환입니다. 보통의 감기와 다른 점은 배를 만져 봤을 때 딱딱하게 굳은 부분이 관찰되며 음식을 잘 안 먹게 되고, 체온 조절이 잘 안 되는 현상 등 입니다. 해열제에 잘 반응하지 않으며 감기가 걸렸는데 토 한다면 식적류상한으로 보고 접근해서 식적과 감기를 같이 해결해줘 야만 됩니다.

두드러기도 식적과 관련된 피부질환입니다. 해산물,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으면서 생기는 피부반응이며 모기 물린 것처럼 융기되어 불룩하게 솟아나는 피부질환을 말합니다. 매우 가렵고 긁으면 더 심해지므로 항히스타민 계열의 약을 복용해서 임시로라도 피부반응을 억 제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히스타민 계열은 장기간 복용하면 만성질환의 이환 가능성이 높아지니 권장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몸에 남아있는 면역체계의 과민반응을 원상태로 돌려야 하므로 식적 치료를 꼭 해야 재발이 없으며 재발을 한다하더라도 미미할 것입니다.

필자의 한의원에서는 맥진과 더불어 복진을 통해 딱딱하고 굳어 있으며 통증이 유발될 수 있는 부위를 진찰하여 치료하는 방식으로 식적을 해소합니다. 복진으로 복부의 딱딱함을 유발하는 것이 식적만 있는 것 은 아니지만 중요 원인 중 하나로 식적을 꼽을 수 있습니다.

체한 것이 내려갔다 하여 식적이 다 풀린 것이 아닙니다. 복통은 치료를 통해 사라졌으나 복진상의 딱딱한 부분이 남아있는 경우는 식적이 다 해소된 것이 아닙니다. 치료도 잘 마무리해야 하지만 잘 못된 식습관으로 생긴 문제이므로 장시간의 생활개선이 반드시 따라야 합니다.

‘할머니 손은 약손이다’ 하며 배를 쓰다듬어 손자들의 배앓이를 치료해주던 때가 있었지요. 그것처럼 복부의 불편감이나 통증을 방치하지 말고 치료하고 식습관을 잘 관리하여 식적에서 해방되는 것이 필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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