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보 제301호 ‘화엄사 영산회 괘불탱’의 본존불의 백호에서 광명이 비추는 모습을 표현한 모습. 사진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불교회화실에 들어서자 괘불 전시장에 나툰 부처님의 미간에서 백호광명이 쏟아졌다. 미간백호에서 빛을 발해 동방 1만 8000세계를 비추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법화경》 <서품>이 표현된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민병찬)이 괘불과 고승진영을 주제로 한 디지털영상을 2월부터 상설전시관 2층 불교회화실에서 새롭게 선보인다.

괘불 미디어아트는 불교회화실에 있는 괘불 전시장에서 ‘괘불 특별전’이 없는 기간 동안 매 시간 30분 간격으로 상영된다.

괘불 미디어아트는 110점이 넘는 현전하는 괘불 가운데 서로 도상이 다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부석사 괘불’과 국보 제301호 ‘화엄사 영산회 괘불탱’, 보물 제1270호 ‘은해사 괘불탱’ 등 괘불 3점을 저본으로 제작됐다.

괘불 미디어아트는 괘불의 투명하면서 다채로운 색감을 생생히 재현하고, 애니메이션 요소와 3차원(3D) 모션그래픽(영상 속에 다양한 움직임이나 회전의 환영을 만들어내는 그림)을 가미해 생동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제작됐다. 박물관 관계자는 “관람객은 높이 12m, 폭 6m의 대형 스크린에 6k 화질로 투시된 2D(2차원)와 3D 불교영상을 보면서 원작의 아름다움과 압도적인 시각적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본으로 사용된 괘불에 대한 정보는 미디어패널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또 불교회화실 휴게공간에 옛 고승과 현재의 관람객이 영상으로 만나는 공간도 마련했다. 관람객이 다가가면 실시간 인식센서가 반응해 화면 속 고승진영(眞影)이 움직이는 방식이다. 고승진영은 관람객에게 대화를 건네고, 마주 본 다른 고승과 대화를 나눈다. 고승진영 영상은 상시 상영된다.

고승진영 영상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청허 휴정(淸虛 休靜, 1520~1604) 스님 진영과 직지사성보박물관 소장 신겸(信謙) 스님 진영을 바탕으로 제작하였다. 신겸 스님은 18세기 후반~19세기 전반에 활동한 화승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움직이는 진영을 만들기 위해 원작을 바탕으로 3D 모델을 만든 뒤 모션 캡처(몸에 센서를 부착시키거나, 적외선을 이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인체의 움직임을 디지털 형태로 기록하는 작업) 기술로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구현했다.

괘불 미디어아트와 고승진영 영상은 김현석 홍익대학교 교수와 윤정원 상명대학교 교수가 아트디렉터로 참여했고, ㈜지노드(대표 이재선)가 최신 CG기술을 입혔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원작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살리면서 아름다움과 섬세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디지털영상을 제작했다.”며, “디지털영상을 통해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으로서 불교회화가 가진 예술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나아가 코로나19 사태로 힘들고 지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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