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회화실에 들어서자 괘불 전시장에 나툰 부처님의 미간에서 백호광명이 쏟아졌다. 미간백호에서 빛을 발해 동방 1만 8000세계를 비추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법화경》 <서품>이 표현된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민병찬)이 괘불과 고승진영을 주제로 한 디지털영상을 2월부터 상설전시관 2층 불교회화실에서 새롭게 선보인다.
괘불 미디어아트는 불교회화실에 있는 괘불 전시장에서 ‘괘불 특별전’이 없는 기간 동안 매 시간 30분 간격으로 상영된다.
괘불 미디어아트는 110점이 넘는 현전하는 괘불 가운데 서로 도상이 다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부석사 괘불’과 국보 제301호 ‘화엄사 영산회 괘불탱’, 보물 제1270호 ‘은해사 괘불탱’ 등 괘불 3점을 저본으로 제작됐다.
괘불 미디어아트는 괘불의 투명하면서 다채로운 색감을 생생히 재현하고, 애니메이션 요소와 3차원(3D) 모션그래픽(영상 속에 다양한 움직임이나 회전의 환영을 만들어내는 그림)을 가미해 생동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제작됐다. 박물관 관계자는 “관람객은 높이 12m, 폭 6m의 대형 스크린에 6k 화질로 투시된 2D(2차원)와 3D 불교영상을 보면서 원작의 아름다움과 압도적인 시각적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본으로 사용된 괘불에 대한 정보는 미디어패널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또 불교회화실 휴게공간에 옛 고승과 현재의 관람객이 영상으로 만나는 공간도 마련했다. 관람객이 다가가면 실시간 인식센서가 반응해 화면 속 고승진영(眞影)이 움직이는 방식이다. 고승진영은 관람객에게 대화를 건네고, 마주 본 다른 고승과 대화를 나눈다. 고승진영 영상은 상시 상영된다.
고승진영 영상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청허 휴정(淸虛 休靜, 1520~1604) 스님 진영과 직지사성보박물관 소장 신겸(信謙) 스님 진영을 바탕으로 제작하였다. 신겸 스님은 18세기 후반~19세기 전반에 활동한 화승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움직이는 진영을 만들기 위해 원작을 바탕으로 3D 모델을 만든 뒤 모션 캡처(몸에 센서를 부착시키거나, 적외선을 이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인체의 움직임을 디지털 형태로 기록하는 작업) 기술로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구현했다.
괘불 미디어아트와 고승진영 영상은 김현석 홍익대학교 교수와 윤정원 상명대학교 교수가 아트디렉터로 참여했고, ㈜지노드(대표 이재선)가 최신 CG기술을 입혔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원작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살리면서 아름다움과 섬세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디지털영상을 제작했다.”며, “디지털영상을 통해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으로서 불교회화가 가진 예술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나아가 코로나19 사태로 힘들고 지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