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주사 | 3만 5000원

불교한문 원전에 나타난 불교시간론을 밝힌 690여 쪽 분량의 책. 이 분야에서는 국내 최초의 연구서다.

불교에서 시간에 대한 관심은 무상(無常)을 올바르게 이해하려는 것이다. 불교에서 시간이 논의되는 주요한 이유는 과거에 대한 회한이나 미래에 대한 기대 등에서 나타나는 ‘시간에 대한 집착을 소멸시키고자 함’이라는 말이다.

시간에 대한 불교의 일반적 관점은 당나라의 보광(普光)이 《구사론기》에서 말한 “시간은 따로 실체가 없고 법에 의거해 가립한다〔時無別體 依法而立〕.”는 문장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즉 시간은 심리적이거나 물리적인 현상〔法〕의 외부에 자립적으로 있는 실체가 아니며, 심리적이거나 물리적인 현상의 변화에 의거해 가상적으로 수립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서양철학의 시간관과는 다르다.

서양철학에서는 시간을 경험에 앞서면서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것, 이른바 선험적인(a priori) 것으로 보는 경향이 강한 반면, 불교의 시간은 선험적인 것이라기보다는 후험적인(a posteriori) 것에 가깝다. 이는, 불교에서는 시간과 존재에 관한 집착의 소멸을 의도하기에, 시간과 존재를 실체화할 우려가 있는 선험적 논의를 삼간 것이라고 여겨진다.

지은이는 불교의 시간론을 역사적으로 살펴보면서 《밀린다왕문경》에서는 12연기론적 시간관이 나타나고, 세친의 《아비달마구사론》에서는 번뇌론적 시간관이 나타나며, 용수의 《중론》에서는 인과부정론적 시간관이 나타나고, 승조의 <물불천론>에서는 운동부정론적 시간관이 나타나며, 현장의 《성유식론》에서는 종자론적 시간관이 나타나고, 법장의 ‘10세장’에서는 법계연기론적 시간관이 나타남을 밝혔다.

불교의 시간론에 대한 배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지은이는 관련된 주요 교리도 함께 제시했다. 이는 불교시간론을 불교의 일부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불교시간론을 통해 불교 전반을 이해하려는 시도다.

지은이는 번역과 해설에서 한 글자의 한자(漢字)로 표현되는 불교용어를 가급적 두 글자로 바꿨는데, 원전을 이해하는 데 가독성을 높이려는 의도다. 예컨대 탐(貪), 진(瞋), 만(慢)은 탐욕, 진노, 오만으로 바꾸었고, 업(業)은 행업(行業)으로, 식(識)은 인식(認識)으로, 색(色)은 형색(形色)으로, 공(空)은 공허(空虛)로 표현했다.

지은이는 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철학·교육학·사회학을 수학하고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하이데거학회 회장(2013~14)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성균관대학교 철학과에서 초빙교수로 강의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존재의 역사와 인간의 역사성》, 《유교명상론-불교와의 비교철학》, 《마음과 시간-불교견성론의 현상학적 해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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