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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선암사, 조계종 소속 맞나 확인하라”
조계종-태고종 해묵은 소유권 분쟁에 ‘조계종 승소 원심 파기’
법원 “독립된 사찰 실질 누가 갖고 있는지 실제 모습 판단해야”
2020년 12월 24일 (목) 17:57:08 서현욱 기자 mytrea70@gmail.com
   
▲ 순천 선암사. 불교저널 자료사진.

대법원이 조계종의 선암사 소유권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았다. 특정 종단의 소유로 인정하려면 현재 선암사를 어느 종단이 운영하고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조계종이 승소한 1심과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원심으로 돌려보냈다. 사실상 순천 선암사가 조계종 소유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는 12월 24일 대한불교조계종 선암사가 순천시를 상대로 낸 ‘건물 철거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선암사가 위치한 전남 순천시 승주읍 일대 사찰 토지는 <불교재산관리법> 절차에 따라 종단 등록 과정에서 조계종 소속으로 제출돼 조계종의 소유였다. 하지만 조계종과 태고종 분규 과정에서 태고종이 점유해 종단의 교육수계 도량으로 활용하고, 종정이 주석하는 등 태고종이 관리해 왔다. 조계종과 태고종의 소유권 갈등에 정부는 순천시를 선암사 재산관리인으로 임명했다.

선암사를 대신 관리하던 순천시는 지난 2008년 태고종의 승인(토지 사용 승낙)을 받아 야생차체험관을 지었다. 이에 조계종 선암사 측은 “야생차체험관을 철거하고 부지를 인도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선암사 부지 소유권은 조계종에 있다며, 야생차체험관을 철거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1심은 “순천시와 태고종은 조계종이 무단으로 이 사건 토지에 대해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으므로 소유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조계종이 무단으로 이 사건 토지에 대해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어 2심도 “재산관리인의 권한은 해당 재산의 성질을 변경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용 또는 개량하는 행위에 그친다.”면서, “관리 대상인 토지에 제3자 소유의 건물을 신축하는 것은 재산관리인의 권한 밖의 일”이라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전혀 달랐다. 대법원은 이 소송의 쟁점을 소송을 건 당사자, 즉 조계종 선암사의 당사자 능력을 문제 삼았다. 또 피고인 순천시가 야생차체험관 소유에 적법한 근원이 있는지 여부를 쟁점으로 판단했다.

이 사건 소송 주체(원고)는 ‘조계종 선암사’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선암사가 오랫동안 태고종이 관리하는 ‘태고종 선암사’여서 ‘조계종 선암사’가 실체가 있는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원고가 독립된 사찰로서 실체가 있는지에 대해, 선암사가 자율적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조계종에 속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있는지, 원고가 선암사에서 독자적 신도들을 갖추고 종교 활동을 했는지 여부를 상세히 심리해 당사자 능력을 판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선암사를 두고 조계종과 태고종이 장기간 분규를 계속하는 사안에서, 독립된 사찰로서 실질을 갖고 있는 종단이 어디인지 실제 모습을 근거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의 이 같은 판단은 2016년 7월 14일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제2민사부(판사 김형연)가 ‘태고종 선암사’(원고) 측이 ‘조계종 선암사’(주위적 피고) 측을 상대로 제기한 ‘등기명의인표시변경 등기말소’ 청구 소송에서 태고종의 손을 들어 준 판단과 맥락을 같이 한다.

당시 법원은 “순천 선암사의 소유권은 태고종에 있다.”며, ‘조계종 선암사’에 “소유권 말소 등기 절차를 이행할 것”을 판결했다. 조계종 선암사가 패소한 이 재판은 법원이 국가권력과 법률(<불교재산관리법>)에 의해 인정된 조계종의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고, 사찰 구성원의 총의가 없는 행위는 법적으로 유효하지 않다고 본 것이었다. 이 판단은 재산권을 둘러싼 소송에서 ‘민법’ 체계를 적용한 것으로, ‘사찰 소유권’ 역시 역사성과 정체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뜻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비구 종단인 조계종의 정체성과 한국불교의 정통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조계종단의 주장이 법률적으로 유효하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해지면서 큰 혼란이 야기됐다.

당시 광주지방법원은 순천 선암사를 조계종 선암사로 귀속하는 과정에서 ‘구성원의 합의가 있었나?’라는 점에 주목했다. 또 다른 쟁점은 ‘조계종 선암사의 실체가 있는가?’였다. 이 두 가지 쟁점은 ‘점유권’ 여부와도 관련돼 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 역시 광주지방법원의 판단과 맥락이 같다.

당시 조계종 선암사 주지 법원 스님은 “재판부가 관청과 국가기관과의 관계 및 기존의 판례를 고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구성원들의 합의가 있었느냐 하는, 최근 신설 교회와 사단법인에서 중심적으로 다루는 사안에 무게를 두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태고종이 제출한 당시 대중의 명부 등은 법적 증거가 될 수 없는데도 그렇게 판단한 것 같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로 사찰의 소유권 분쟁에서 구성원의 총의가 해당 사찰의 소유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대법원이 순천 선암사에 대한 조계종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고, 태고종 허가로 순천시가 세운 야생차체험관마저 철거하지 못하면서, 조계종은 선암사 소유권 상실은 물론 종단 정체성 붕괴, 25개 교구본사 중 미입주 사찰이었던 대한불교조계종 제20교구 본사 선암사가 통째로 사라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한편, ‘등기명의인표시변경 등기말소’ 청구 소송은 현재 고등법원에 계류 중이다. 1심 판결과 대법원의 이번 판단이 5년 여 동안 끌어 온 2심 판결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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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무 제휴사인 <불교닷컴>이 제공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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