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하게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최근 치매의 원인이 밝혀져 근본적인 치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습니다. 치매는 정부 보건사업에서도 중점 관리대상 질환입니다.

예전에는 가족 문제로 치부하며 배우자나 자식들이 해결해야 하는 숙제였으나, 요즘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같은 보건기관이 나서는 추세입니다. 현재 치매판정을 받은 인구가 7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니 점차 가족과 사회가 분담하게 될 것입니다.

치매는 명나라 때 처음 한의서에 등장했는데 현재도 사용하고 있는 질환명입니다. 치매가 발생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입니다. 언어, 인지, 성격, 기억, 방향감각 등의 경도 장애에서 시작해 퇴행을 거듭하는 난치성 질환입니다. 치매는 ‘퇴행성 뇌질환 또는 뇌혈관계 질환 등으로 인하여 기억력, 언어능력, 지남력(指南力), 판단력 및 수행능력 등이 저하됨으로써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후천적인 다발성 장애’로 정의합니다.

치매를 진단하는 법은 다양한데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1. 성격이 평소에 비해 거칠어지거나 까다로워 졌을 때
2. 언행이 평소에 비해 거칠어지고 욕을 내뱉을 때
3. 환각 또는 망각으로 인한 착각 행위가 생길 때
4. 상대방을 못 알아보거나 가족이나 지인조차 못 알아볼 때
5. 색상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색감을 잃을 때
6. 화를 내거나 신경질을 자주 낼 때
7. 시각 상의 착오가 생길 때
8. 상대방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거나 꾸밀 때
9. 건망증이 매우 심할 때
10. 예민하거나 과민한 면이 있어 보이거나 느껴질 때
11. 기억력이 감퇴되거나 약화될 때
12. 본인의 인지능력이 다소 또는 점차 상실되었다고 생각될 때
13. 스스로 분노를 조절하거나 제어하기가 어렵다고 느껴질 때

이 중 여러 항목이 중복되어 나타난다면 상급병원에서 진단을 받아야 하는 상태입니다. 이외에도 옆에 세면대가 있어도 변기 물로 손을 씻으려 하거나, 수저의 사용법을 몰라 음식을 손이나 입으로 집어 먹는 등의 사례가 있습니다.

치매는 유전형질과 관련이 있으므로 알츠하이머도 유전성입니다. 치매환자의 70% 가까이가 알츠하이머로 진단받습니다. 파킨슨병, 뇌졸중으로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 알코올 중독에서 오는 알코올 치매 등도 있으며 그 외 여러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치매를 돌보는 보호자는 심한 스트레스 상태가 되어 환자와 적대적 관계에 놓일 수 있습니다. 보호자는 자주 안부 인사를 하거나 상황을 자주 살피는 것이 좋습니다. 또 술은 알코올성 치매가 아니더라도 증세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므로 환자가 알 수 없는 장소에 두어야 합니다. 고스톱 같은 놀이는 처음 할 때는 인지에 여러 자극이 되므로 치매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나중에는 단조로운 패턴이 반복되므로 좋은 취미는 아닙니다. 다른 신선한 자극을 번갈아 받는 것이 훨씬 더 나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현재 치매를 치료한다는 약은 대부분 예방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직 치매를 치료한다고 확인된 약은 없습니다. 치매를 치료한다는 약은 기본적으로 경도의 인지장애 같은 치매 전조단계를 예방하는 치료제이므로 증상에 맞게 사용해야 합니다.

치매가 진행된 환자에게 사용하는 신약이 개발되었지만 임상 3상 실험에서 문제가 발견되어 시판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의학적 치료 역시 보존적 치료나 증상을 개선하는 정도이며, 완치까지 이르는 경우는 없습니다.

한의학에서는 뇌의 퇴행변화를 늦출 수 있는 한약요법과 정서, 인지를 명료하게 할 수 있는 침구요법으로 치매를 예방하거나 치료하고 있습니다. 치매 관리 지침 중에는 한약이 기존의 신경정신과 약물과 달리 인지기능을 악화시키는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없으므로 치매로 인한 여러 환각, 망상, 불안, 공격성 등을 치료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최근 핀란드의 코호트 연구(특정 요인에 노출된 집단과 노출되지 않은 집단을 추적하고 연구 대상 질병의 발생률을 비교하여 요인과 질병 발생 관계를 조사하는 연구 방법)에 따르면 항정신병 약물을 사용하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사망률이 60%나 늘어난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치매 진료지침에 항정신병 약물을 사용하는 대신 비약물적 치료나 다른 치료법을 먼저 고려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치료가 효과가 있다는 설에 너무 현혹되지 말아야 합니다. 오히려 자극적 치료로 증세가 급히 나빠지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으니 안전하게 치료를 시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안수봉 |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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