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진주박물관(관장 최영창)은 국보 제105호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이하 범학리 석탑)의 이전·복원을 마무리하고, 그동안의 경과와 복원을 전후해 진행한 종합 연구 결과를 담은 보고서 《국보 제105호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을 최근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문헌자료, 조선총독부박물관 문서, 사진, 3차원(3D) 스캔 이미지, 정밀실측 도면 등 범학리 석탑 관련 자료가 망라돼 있다. 보고서는 사진, 실측도 등 이미지 자료와 상세 정보를 담은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과 처음 건립될 때부터 국립진주박물관에 전시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석탑이 지나온 역사’, 석탑의 양식과 부조상, 암질 특성 등에 대한 연구 결과를 담은 ‘논고’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국립진주박물관은 범학리 석탑을 야외 전시장에 복원하면서 역사, 미술사, 과학조사 등 다각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9세기 통일신라시대 때 조성된 것으로만 알려졌던 범학리 석탑에 대해 여러 사실을 새로 확인했다.

먼저 석탑 조성시기를 9세기 말로 특정했다. 범학리 석탑의 갑석 석재 수, 상층기단의 결구방식, 1층 탑신 사리공과 3층 옥개석 풍탁공(風鐸孔) 등을 다른 통일신라시대 석탑과 비교하고, 석탑의 부조상을 합천, 순천, 구례 등 인근 지역 석탑과 석불대좌, 승탑 부조상 등의 도상과 비교 검토한 결과다.

또 팔부중과 보살상으로만 짐작해 온 상층기단과 1층 탑신의 부조상이 어떤 상인지 도상과 양식을 검토해 규명했다. 박물관은 상층기단 부조상은 특정 도상의 특징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칼, 활, 화염검, 활을 들고 있는 신장상으로 보았고, 1층 탑신의 부조상은 정면을 바라보는 보살상 한 구와 탑 전면을 향해 공양하는 보살상 3구로 분석했다.

범학리 석탑의 재질과 산지를 밝혀낸 것도 성과다. 박물관은 범학리 석탑의 암질을 조사해 산청군 범학리 일대에 분포하는 섬장암(閃長巖)임을 밝혀냈다. 섬장암은 국내에 분포지가 드물어 석탑 부재로 사용된 사례가 적다. 박물관은 석탑 부재와 범학리 일대 섬장암의 동질성 여부를 분석해 같은 암석임을 밝혀내고, 범학리 석탑이 범학리 주변 섬장암을 이용해 현지에서 조성됐음을 추정할 수 있었다. 박물관은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하층기단 결실부를 범학리 일대의 섬장암을 사용해 복원했다. “우리나라에서 복원재료를 원부재와 같은 산지의 돌로 복원한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 박물관의 설명이다.

국립진주박물관 관계자는 “범학리 석탑 연구로 여러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며, “연구 성과가 통일신라 석탑 연구뿐만 아니라 역사, 미술사, 건축사, 보존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범학리 석탑은 원래 경남 산청군 산청읍 범학리 617번지 절터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1941년 1월 일본인 골동품상 오쿠 지스케(奧治助)가 대구로 반출해 제면공장(製綿工場) 구내 빈터에 보관했다가 조선총독부에 압수돼 이듬해 서울로 옮겨졌다. 1946년 미 공병대의 도움으로 경복궁으로 옮겨진 석탑은 1994년 경복궁 복원 정비 사업이 추진되면서 해체돼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 왔다. 범학리 석탑은 2017년 국립진주박물관으로 이관돼 이듬해 11월 야외전시장에 복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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