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본 미황사.

종교간 전쟁은 치열하다. 유교와 무속의 가치관, 불교, 개신교, 가톨릭, 원불교, 이슬람, 민족종교 등 다양한 종교들이 공존하는 한국 종교시장은 ‘상품’이 매우 많다. 그만큼 소비자는 선택의 폭이 넓다. 동일한 시장내 소비는 결국 마케팅(포교)에 의지할 수 밖에 없어 그만큼 경쟁이 심하다. 불교의 경쟁력은 어떨까?

“어느 날 방문을 여니 차를 마시려 기다리는 사람들로 인하여 몸이 차로 가득 차, 바늘로 손끝을 찔러보면 푸른 찻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았다. 자~ 차나 한잔 합시다. 미황사가 유명하게 된 계기는 그곳에 가면 주지 스님이 공짜로 차도 주고 인생상담도 해준다는 이야기가 차를 마시고 간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유명해졌다는 것이다. 사실 현대인들은 인생상담을 맘 편히 할 상대가 부족하다. 나 혼자 힘든 것이 아니라 주위의 모든 사람이 힘들게 살고 잇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는 더욱 서로에게 나의 고민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행간 그곳에 내 인생상담까지 해주는 곳이 있다니…. 등산을 가서 길을 잃고 헤맬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귀인을 만난 기분이 아닐까 싶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는지….”

한 포털사이트를 검색하니 땅끝 해남의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의 포교이야기에 감동받은 한 블로거의 글이 눈에 들어온다. 이 글에서 미황사의 포교 마케팅 성공전략을 찾았다. ‘감동’을 주는 사찰 미황사. 그 절에 가면 말없이 차 한 잔 나눠주는 스님이 있단다. 이것만으로도 대중들은 미황사로 향한다. 입소문을 내고, 인터넷으로 퍼뜨린다.

한국경제신문 문화부 기자 서화동은 미황사의 성공요인을 △불사와 사찰운영의 분리 △한 건물부터 제대로 짓는다 △지역주민 친화전략 △가용자원 적극 활용 △손을 내밀고 방문객 환영 △투명한 살림 등을 꼽았다.
미황사는 이 땅 맨 끄트머리에 자리 잡은 절이다. 서울에서 이른 밥 먹고 출발해도 해 빠질 때서야 도착한다. 뒤로는 달마산을 앞으로는 남해의 풍광을 펼쳐 논 목 좋은 곳의 절일 것 같지만 10여 년 전에는 천년 고찰의 퇴색된 명성뿐이었다.

우리 땅 최남단의 땅끝마을, 사람의 발길이 닿기에 너무 먼 그곳이 전 국민이 찾는 명소가 됐다. 1년에 10만명이 찾는 곳이다. 템플스테이 참여인원만도 연간 5,000명을 넘어선다. 땅끝마을은 ‘아름다운 절’ 미황사가 있어 더욱 행복하다. 미황사를 유명한 사찰로 만든 것은 금강 스님이다. 2000년부터 주지로 사는 금강 스님이 최악의 옛 절을 전국 사찰의 롤모델로 키웠다. 마을 주민을 주인공으로 세워 산사음악회를 열고, 세상 누가 찾아와도 방문을 활짝 열고 차 한잔 나누는 스님 덕에 미황사가 더 아름다워졌다.

땅끝마을 정기열 할아버지는 미황사 산사음악회의 단골 게스트이다. 귀동냥으로 배운 가락을 음악회에서 매년 뽐낸다. 읍내의 광수전자 박광수 사장님은 전파사를 하는 미황사 신도이다. 박 사장은 매년 음악회를 도맡아 준비한다. 처음에는 음향장비를 설치할 줄 몰라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지금은 실력이 일취월장해 지역 축제 음향담당자가 됐다.

미황사는 지역 주민들의 것이다. 음악회는 물론 괘불재, 템플스테이 등 모든 d행사의 주인공은 지역 주민이자, 준비 역시 주민들이 맡아 한다. 미황사의 성공원인은 지역 주민을 사찰로 끌어들인 점이다. 괘불재 때 만물공양시간에는 지역 주민들이 농사지은 갖가지 작물들이 공양물로 오른다. 1년 동안의 성과물을 내보이며 함께 기뻐하고 축하한다. 불교의례를 업그레이드 했다. 마을 당제에 스님이 동참해 소통하는 모습에 주민들은 금강 스님을 주지로만 여기지 않는다. 미황사 주지 스님이 곧 마을 주민이다.


불광출판사가 펴낸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은 금강 스님이 미황사에서 살며 겪은 아름다우면서도 힘들었던 시간들의 궤적이 담긴 이야기책이다. 금강 스님의 오랜 도반인 조계종 교육원 교육부장 법인 스님의 ‘금강 스님을 말한다’와 박남준 시인의 ‘나를 햇빛 속에 춤추게 했네’, 한국경제신문 기자 서화동의 ‘땅끝마을 미황사의 성공전략’이 부록처럼 붙었다. 금강 스님 스스로의 궤적뿐 아니라 객관적인 미황사 성공분석을 담았다.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은 땅끝마을에 갈 때 꼭 들고 가 오고 가는 차안에서 읽어봐야 한다. 책 표지를 여는 순간부터 미황사가 왜 유명할 수밖에 없는지 알게 된다.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미황사에 머물고 다녀간 이들이 찍은 작품이거나 모습입니다.” 금강 스님은 첫 장에 미황사를 다녀간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고 그들의 사진을 책에 실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적었다.

금강 스님/불광출판사/12,000원

서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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