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차가워지는 가을을 거쳐 차가운 공기가 밀려드는 겨울을 앞두고 있습니다. 추석은 잘 보내셨는지, 환절기에 감기로 고생하고 계신 것은 아닌지 염려됩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차가운 공기와 접촉하는 코, 목구멍, 기관지, 폐와 피부는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차가운 공기는 피부를 잡아당겨 긴장을 발생시키고, 모공을 좁게 만들며, 혈관을 수축시킵니다. 추위에 대응하느라 호흡기에는 부종과 염증이 자주 발생합니다.

추워질 때 특히 많이 발생하는 피부질환이 한랭성 두드러기, 모공각화증, 건선 등입니다. 한랭성 두드러기는 체온과 피부에 닿은 찬 공기의 온도 차이로 생기는 알러지성 두드러기를 말합니다. 모공각화증은 흔히 ‘닭살’이라고 하며, 모공이 수축돼 몸의 양기가 배출 되지 않아 생기는 현상입니다. 모공각화증은 추운 계절, 몸이 차거나 땀이 잘 나지 않으며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에게 많이 생깁니다.

오늘 이야기할 건선은 현대의학에서는 동서를 막론하고 치료하기 어려운 병입니다.

은백색의 비늘처럼 융기된 피부가 작게 뭉치거나 크게 합쳐져서 모양을 만들기도 합니다. 피부가 융기되고 비듬처럼 흰 가루가 떨어집니다. 그런데 비듬은 피부와 별도의 조직인데 건선 부위를 긁으면 피가 납니다. 즉 피부의 성질이 바뀌어 은백색의 가루가 돼 쉴 새 없이 떨어지다 보니 표피 세포가 죽은 것으로 착각해 긁거나 잘라내려고 하다가 상처를 입게 되는 것입니다.

건선은 또 쾨브너 현상을 보입니다. 쾨브너 현상이란 정상적인 피부조직이 상처를 입어 건선조직으로 바뀌는 현상을 말합니다. 즉, 건선이 난 부위 주변이 가려워 긁으면 정상적으로 피부가 재생되는 것이 아니라 건선 피부가 주변으로 퍼집니다. 상처를 입기 전에는 정상 피부였던 부위가 상처를 입고 나면 건선 피부조직으로 바뀌는 양상을 띱니다.

서양의학에서는 최근까지 광선 요법, 비타민D 요법, 스테로이드 연고를 국소 부위에 바르거나 스테로이드 제제를 주사하는 요법 등으로 치료했습니다. 스텔라라 등 인체 면역체계에 작용하는 주사제가 개발되어 치료제로 알려졌으나, 그 임상 효용은 좀 더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염 위험 없지만 타인 시선으로 불안감 심각

건선은 피부의 재생이 아주 빠르게 진행되며 탈락되는 현상입니다. 그러므로 인체의 양기를 몸속에서부터 피부층까지 전달해주는 힘이 현저히 떨어져 있을 때 주로 생깁니다. 그래서 만성 건선환자에게선 건선이 여름에는 줄었다가 겨울이 되면 재발하는 현상이 자주 보입니다.

피부의 감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증상이나 불편감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피부질환이 있으면 가려운 것은 물론이고, 남에게 보이는 모습도 신경 쓰이고, 심리적으로도 불안해집니다. 전염의 우려가 없음에도 건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볼 경우 떨어지는 피부조직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염되는 것처럼 불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건선 환자는 남의 시선 때문에 목욕탕에도 가지도 못할뿐더러 반팔, 반바지도 입지 못하는 상황에 처합니다.

건선은 심해지면 1mm 안팎의 두께로, 작게는 물방울 크기에서 크게는 접시, 혹은 전신을 덮을 정도 크기의 사마귀 같은 피부상태가 됩니다. 끊임없이 매일매일 쏟아지는 비듬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치료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한계를 넘어가게 됩니다.

피부가 미성숙한 상태로 아주 빠른 속도로 떨어집니다. 그로 인해 다시 미성숙한 피부가 생성되고 다시 떨어지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지요. 이런 순환 고리를 끊는 근본적인 치료법은, 인체 피부의 재생속도를 조절하며 면역체계의 혼란을 바로 잡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몸의 내부에서 피부로 양기를 공급해주는 피부 관리와 한약처방을 통해 건선 증상을 완화하거나 완치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건선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온천욕이나 따뜻한 목욕, 반신욕, 사우나 등으로 몸 안의 양기가 충분히 배출 될 수 있도록 하며, 충분히 휴식을 취해 몸의 면역체계가 회복 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합니다. 한약재는 체질과 몸 상태에 따라 양기가 밖으로 배출 될 수 있도록 돕는 약재를 처방합니다.

다년간의 건선 치료로 환자들의 고통을 잘 알고 있는 저로서는 양방 치료가 무조건 해롭다든지 한방적 치료가 무조건 더 낫다는 주장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피부의 생명력을 원상태로 돌리는 방법에 대해 환자의 입장에서 임상적으로 좀 더 살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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