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에니어그램의 아홉 가지 유형 가운데 가슴 중심부터 살펴보자. 중심이라는 것은 그 사람을 이끌고 있는 힘의 중심을 말한다. 즉 에너지 센터라 할 수 있다. 가슴 중심은 사랑, 인정, 관계를 갈구하는 무의식적 패턴을 형성하게 되고, 감정 기능에 치우친 눈으로 세상을 본다. 2번, 3번, 4번 성격유형이 여기에 속한다.

“내게 오세요, 나는 당신을 도울 수 있어요.”

결혼하고 전업주부로 살아온 50대 A씨는 요즘 몹시 우울하다. 가족이 아무도 그와 이야기하려 하지 않는다. 대학생이 된 아이들은 아침에 나가면 저녁에 돌아와 바로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남편이 언짢은 기분으로 들어올 때 “직장에서 무슨 일 있었어요?”라고 물어보지만 “당신은 말해도 몰라.” 하면서 굳게 입을 닫아버린다. 아무도 A씨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항상 학교 갔다 돌아오면 “엄마~”하며 자신을 찾았던 아이들, 자신이 없으면 양말 한 짝도 못 찾아 신던 남편이었는데…. 그래서 가족의 중심에는 늘 자신이 있었던 것 같았는데, 지금은 그 중심 밖으로 밀려난 기분이다. 이제까지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세월에 배신당한 것 같아 화도 나고, 자신의 존재가 먼지보다도 못하다고 생각하니 무기력한 기분에 그저 눕고만 싶다.

A씨는 닉네임을 가진 이 사람은 전형적인 2번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2번 유형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호의를 얻는 데서 자신의 가치를 찾는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자신을 필요로 하기를 바란다. 그들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에너지와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호감의 반응을 얻어 내려고 애쓴다. 또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을 얻기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친절과 도움, 선의를 먼저 베풀어 다른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싶어 한다. 이들의 감정의 초점은 타인을 향해 있다. 그래서 자신의 감정이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

2번 유형은 스스로 가치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에 자신의 가치를 외부에서 찾는다.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고 가치 있게 여기고 있으니까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야. 나는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해주고 사람들은 그것을 고마워해.”라고 생각하며 타인의 인정으로부터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라는 느낌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A씨는 이제까지 자신보다 가족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그들을 도와줌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찾았던 것이다. 그런데 가족들이 더 이상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으니, 자신이 가치 없는 존재라는 내면의 두려움과 만난 것이다. 이제 그는 스스로 이러한 상태를 인지한고 자신이 원하는 것,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 건강한 4번 유형으로 성장해 나가야한다.

건강한 모델은 마더 테레사 수녀

건강한 범위의 2번 유형은 이타주의자, 사랑스러운 사람, 남을 돌보는 사람, 남을 기쁘게 해주는 사람,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벌이 꿀에 끌리듯이 사람들은 이 유형에게 끌린다. 건강한 2번 유형은 자신의 가슴에서 나오는 온기로 다른 사람을 따뜻하게 해준다.

건강한 2번 유형의 대표적 모델로 마더 테레사 수녀를 꼽는다. 이들은 애정과 관심으로 다른 사람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고, 사람들이 전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자신의 좋은 점을 볼 수 있도록 해준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아주고 큰 사랑으로 이해하며 무한한 인내심을 갖고 격려할 줄 안다. 즉, 좋은 부모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2번 유형의 내적 발전은 자만심, 자기기만, 지나치게 다른 사람의 삶에 개입하려는 경향, 자신의 감정적인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조종하려는 경향 등으로 제약을 받는다. 이것은 긍정적인 면만을 보기 원하는 2번의 성격구조와는 상반되는 것이다.

불건강한 2번 유형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기를 원한다. 사랑을 얻기 위해서 자신이 먼저 다른 사람을 생각해야 하고, 자신이 먼저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2번을 화나게 한다는 점이다. 좋은 이미지를 원하는 2번은 이러한 분노를 억누르고, 부정하면 할수록 결국에는 감정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분출하기 때문에 인간관계를 손상시키게 된다.

공감능력은 장점…자신 감정 읽기가 숙제

2번 유형은 어린 시절에 세 가지를 믿는다. 첫째는 자신의 욕구보다 다른 사람의 욕구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둘째, 얻기 위해서는 주어야 한다. 셋째, 사랑은 그냥 자신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사랑받기 위해서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동생을 돌보고 집안일을 하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부모를 도와줌으로써 가족 안에서 자리를 만든다. 자신을 희생해야 가족의 사랑을 받을 것이라는 사실이 깊이 조건화되어진 것이다. 형제 가운데 첫째에게 양보하고 동생들을 돌봐야하는 둘째가 이러한 성격 유형이 될 가능성이 크다.

2번 유형이 불안과 스트레스 등 불건강한 상태가 될 때, 무뚝뚝하고 강압적인 8번 유형으로 간다. 자신의 노력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겨지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생존에 대해서 걱정을 하고 불안정해하며 더 열심히 일을 한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는 자기주장을 내세우고 다른 사람을 통제하려 든다. 자신은 잘못한 사실이 전혀 없고 이타적으로 살아왔다고 하는 신념을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나는 너를 위해 희생하고 있어. 그러니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라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면서 어떻게 해서라도 다른 사람을 통제하려 할 것이다.

2번 유형이 자신의 모든 감정을 인식하고 받아들이기를 배움으로써 성장한다면 4번 유형처럼 될 수 있다. 2번 유형은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그것을 자신에게도 적용한다면 자신의 감정과 내면의 상태를 감지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 자신이 희생해야 한다는 신념을 깨고 자신을 잘 보살피고 자신에 대한 이해를 넓혀 나갈 때 성숙한 4번 유형의 창조성이 자연스럽게 나타나게 될 것이다. 2번 유형이 진정한 사랑의 본성을 경험할 때 타인의 관심을 얻으려는 필사적인 노력을 내려놓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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