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포교원이 불교대학에 보낸 선학원정상회추진위 리플릿 일부.

조계종 포교원이 지난 8월 전국 불교대학에 보낸 공문이 논란이다. ‘2020학년도 신도전문교육기관(불교대학) 종단 필수 연수교육 시행의 건’이란 제목의 공문에서 포교원은 “학장이 입학생을 대상으로 직접 필수 연수교육을 11월 30일까지 진행·완료하고, 강의 진행 사진을 첨부해 결과를 보고하라”고 시달했다. 문제는 “선학원 정상화에 대한 종단의 노력에 대해 종도의 이해를 돕겠다”며, <조계종과 재단법인 선학원의 이해>라는 교육자료를 추가했다는 점이다.

포교원은 공문에서 이 교육자료가 선학원정상화추진위원회(위원장 금곡, 이하 추진위)의 요청으로 올해 새로 추가했다고 밝혔다. 조계종이 지금껏 재단법인 선학원(이하 재단)과 임원진에 대해 사실 왜곡과 비난을 일삼았기에 선학원에 대한 일방의 주장만을 담은 교육을 불교대학 입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려는 저의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포교원이 공문과 함께 교육용 자료로 보낸 ‘조계종과 선학원은 한몸입니다’란 제목의 리플릿을 살펴보면 우려는 현실로 바뀐다. 재단을 조계종에 예속시키 위해 <법인법>을 제정한 것은 숨긴 채 왜곡한 사실에 근거해 선학원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임원진을 비난하는데 여념이 없다.

추진위는 리플릿에 마치 재단이 조계종과의 갈등 원인을 제공한 것처럼 기술했지만, 2013년 이후 재단과 조계종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거듭한 것은 2002년 이사장 정일 스님과 총무원장 월주 스님 간에 맺은 합의를 조계종이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 원인이다. 당시 조계종은 합의 사항을 담은 종법을 개정할 때는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는 조항에도 불구하고 선학원의 반대를 무시하고 <법인법> 제정을 강행했다.

2002년 합의뿐만 아니라 1996년과 1999년 합의도 먼저 깬 것은 모두 조계종이었다. 화합을 위해 양측이 서명한 합의문을 한 쪽이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면 누가 비난을 받아야 하는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을, 사실 왜곡까지 하면서 감추고 상대 비방에만 여념이 없는 추진위의 행태가 안쓰러울 정도다.

추진위는 리플릿에서 “선학원 이사회가 탈종단화를 시도한다”며, 재단 이사회가 ‘조계종의 종지종통을 봉대한다’는 조항과 ‘임원을 조계종 승려로 한다’ 조항을 정관에서 삭제한 것과 재단 임원이 제적원을 제출한 것을 문제 삼았다. 상대가 먼저 합의를 깼다면 합의에 따라 시행되던 조치를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법인법> 제정에 대응해 이전 정관으로 되돌리고, 멸빈으로 임원 자격을 박탈한 후 재단을 장악하려는 시도에 대응하기 위해 제적원을 제출한 것을 ‘탈종단 운운’하며 비난하는 것은 늑대가 양의 탈을 뒤집어쓰고 피해자인 척하는 위선에 불과할 뿐이다. 더구나 조계종은 재단 임원진이 낸 제적원을 처리하지 않고, 이사장 법진 스님과 이사 송운, 한북, 정덕 스님을 멸빈시키지 않았던가? 선학원 임원진은 제적원을 내며 탈종단화를 시도한 것이 아니라, 조계종에 의해 출종(黜宗)된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자체 승려증 발급, 계단 설치, 자체 가사 제작도 <법인법>을 빌미로 온갖 규제와 탄압을 가하는 조계종으로부터 피해를 보고 있는 선학원 구성원의 불편을 다소나마 덜어주려는 고육지책이다.

추진위는 또 선학원이 조계종 승려가 창건한 신규 사찰을 등록받지 않기로 합의하고도 어기는 사례가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조계종이 2002년 합의를 파기할 때까지 선학원에 등록된 분원은 재가자가 등록 6곳, 포교원에서 분원으로 전환 1곳, 창건주 추가 증여 4곳, 조계종의 말사 등록 거부 1곳 등 12곳뿐이다.

재단은 조계종이 <법인법>을 폐지한다면 언제든 대화에 나설 것임을 누누이 천명해왔다. 조계종이 갈등을 정리하고 재단과 화합의 길로 나설 의지가 있다면, 모든 사태의 발단이 된 <법인법>을 폐기하고 대화에 나서면 될 일이다. 선학원은 설립 이념에 찬동하는 출가자와 재가자가 정재를 출연해 만든 재단법인이고, 재산을 처분해 정화자금을 제공하는 등 정화운동을 이끌어 지금의 조계종이 출범하는 토대를 마련한 모태이다.

조계종은 여론을 조장해 재단을 압박해하기 전에 먼저 이 점을 깊이 인식하고, <법인법> 폐지와 재단을 종단에 예속시키려는 헛된 꿈을 버려야 한다. 그것이 재단과 조계종이 화합해 미래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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