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는 두 곳의 황룡사지가 있다. 한 곳은 경주 분황사 남쪽, 자장 율사가 창건한 구황동 황룡사지이고, 다른 한 곳은 보문단지에서 감포로 넘어가는 경감로변 황용동에 있는 황용사지이다. 신라 최대의 국찰이었던 구황동 황룡사지는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수십 년 동안 발굴조사를 진행하는 등 국가적 관심을 받았지만, 황용동 황용사지는 몇몇 사람만이 알고 있었던 잊힌 절터였다. 그런데 황용동 황용사가 분황사, 흥륜사, 영묘사 등 경주 주요 사찰에 견주어 손색이 없을 정도의 사격을 갖추었던 절로 확인됐다. 이곳에서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것 중 가장 큰 금동보당(金銅寶幢) 등 통일신라시대 금동 유물 20점이 무더기 출토됐기 때문이다.

불교문화재연구소(소장 제정)는 10월 22일 경주 황용동 황용사지 발굴조사 현장에서 공개 설명회를 열고 2차 발굴 성과와 발굴 유물을 공개했다.

불교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2차 발굴조사에서는 금동보당 당간과 기단, 금동불상 대의(大衣) 조각, 금동사자상, 금동연봉, 금동촛대 받침 등 금동제 20여 점이 출토됐다.

출토 유물 중 주목되는 것은 금동보당이다. 발굴조사에서 보당을 발굴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보당은 장엄·의식용 깃발을 거는 시설을 일컫는데, 금동보당은 그 크기로 보아 건물 안에서 사용한 실내용으로 추측된다. 황용사지 금동보당은 지금껏 알려진 우리나라 실내용 보당 중 가장 크다. 발굴된 당간과 지주부 크기만 110cm다. 온전한 형태를 갖춘 국보 제136호 삼성미술관 소장 ‘금동용두보당’이 73.8cm인 것을 감안하면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금동불상의 대의 조각도 발견됐다. 직경이 30cm는데, 비례로 미루어 불상 크기가 1m 이상일 것으로 추측된다. 1m가 넘는 금동불은 대형에 속한다.

금동사자상 2점도 발굴했다. 크기는 17cm 가량인데, 다리를 뻗어 무엇인가 받치고 있는 모습으로 미루어 촛대나 광명대를 받쳤던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의 지원으로 2013년부터 ‘중요 폐사지 발굴조사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불교문화재연구소는 2018년부터 경주 황용동 황용사지를 발굴해 왔다.

조사 결과 황용사지는 여러 단의 석축 위에 터를 마련하고, 전각과 당우를 건축한 통일신라시대 가람으로 밝혀졌다. 절터에서는 쌍탑과 금당 터, 회랑, 불을 사용한 흔적이 있는 건물터〔燒成遺構〕 등 유구와 금동귀면, 소조불, 용머리 조각, 쌍조문(雙鳥紋) 암막새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