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참된베풂, 선학원
   
종단
사회ㆍ환경
사찰ㆍ지역
세계
이웃종교
사부중 & News
사설코너
오피니언
축사코너
> 뉴스 > 종합 > 오피니언 | 칼럼
     
백답승(白蹹僧)을 아시나요?
2020년 10월 12일 (월) 17:32:10 김영국 .

‘백답승’이라는 말이 있다. 윤창화 선생의 《당송시대 선종사원의 생활과 철학》이라는 책에 나오는 말이다. 안거가 끝나고 만행을 한답시고 신발이나 떨구는 승려를 말한다. 여기서 백답(白蹹)은 ‘헛된 걸음’을 뜻하는데 깨달음에는 별로 생각이 없고, 이리저리 다니면서 시주 밥값이나 축내는 승려를 가리킨다. 걷기 만행을 한다고 떠벌리면서 여기저기 캠핑을 하고 짚신값을 챙기고 다니는 승려가 1,300년 전에도 있었던 모양이다.

임제 선사는 “천하를 행각하면서 허송세월만 한다면 행각할 때 여기저기서 받았던 짚신값, 즉 초혜전(草鞋錢)을 내 놓으라”고 다그쳤다. 초혜전은 양문전(兩文錢)이라고도 하는데 동전 두 닢이라고 한다. 오늘날 걷기 만행을 한다는 승려들이 초혜전을 얼마나 받을지, 아니면 얼마나 주최 측에 갖다 바칠지 궁금하다.

자승 전 원장이 상월선원 정진에 이어, 다이어트 강의를 하더니 오는 7일부터 21일까지 ‘불교중흥과 극난극복 자비순례’를 한다고 해서 백답승 이야기를 꺼냈다. 이 행사를 하기 위해 그동안 매주 목요일 새벽에 봉은사에서 탄천과 천호대교를 지나 다시 봉은사로 돌아오는 사전 걷기를 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조계종단이 코로나정국에 자부심으로 내세웠던 이야기가 선제적으로 거리두기를 실천하여 불교계에는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추석연휴를 맞아 정부도, 사회도 이번 추석연휴가 코로나 확산의 최대고비가 될 것이고 이동을 자제하고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그런데 연휴 직후인 7일 100여명의 스님들과 불자들이 21일 까지 같이 노상과 캠핑장, 호텔, 리조트에서 숙식을 하면서 만행을 한다고 한다.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자승 전 원장이 하는 일이니 그 누구도 막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다만 행여 불교계 최초의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문제는 이러한 걷기 만행이 불교중흥과 극난극복에 무슨 상관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듣기로는 이 행사에 참여하는 스님과 불자들에게 적지 않은 참가비를 받는다고 한다. 이 불황의 시기에 적지 않은 돈을 흔쾌히 내고 걷기에 참여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강남원장으로 불리우는 자승 원장 측에서 여러 스님들에게 참여할 것을 독려했다고 한다.

김성동 작가가 페이스북에 연재하는 ‘우리 모두 미륵이 되자’는 글에 궁예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면서 “절집 큰중들이 궁궐 나들이를 한다거나 무슨 불사 또는 법회라는 이름으로 풀잎사람들 뼛골 빨아먹을 때 벌였던 놀음판치레”라는 말이 나온다. 자승 스님의 걷기운동도 전 총무원장, 강남원장, 상왕이라는 권세를 빌어서 ‘불교중흥과 극난극복’이라는 불사를 벌이면서 위력과 세를 과시하는 놀음판치레가 아닌가? 여기에 참여를 거부하면 강남원장측으로부터 돌아오는 불이익이 겁이 나서 울며겨자먹기로 참여한 스님들이 없는지 살펴볼 일이다.

《화엄경》과 《대반열반경》에 보면 구계(狗戒) 우계(牛戒)라는 외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들은 개가 천상에 간다는 말을 듣고, 개가 하는 행동을 따라하고 개처럼 살아가면서 그것을 수행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한 이유는 그런 외도들로부터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육조 스님은 앉아서 죽을 쑤고 앉아있는 좌선법은 부당하고 그것은 선병(禪病)이라고 했다. 대혜 종고 스님은 “그릇된 장로의 무리가 당신으로 하여금 고요히 앉아 부처가 되기를 기다리게 하니 어찌 허망한 근본이 아니겠습니까”라고 일갈하였다. 걷기 운동이 불교중흥과 극난극복을 위한 것이라고 스님들과 불자들을 모아 걷게 하는 것이 구계, 우계, 선병, 허망한 근본과 무엇이 다른가!

자승 전 원장이 주도하는 걷기운동은 백답, 즉 헛된 걸음이요, 보여주기 위한 쇼일 뿐, 구도행각이라고 볼 수가 없다. 코로나 정국에 국민을, 불자들을 걱정하게 하는 것이다. 자승 전 원장이 진정으로 한국불교의 위기를 걱정한다면 이러한 거짓쇼를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수행하는 납자로 거듭나기를 원한다면, 걷기에 이어 또 다른 이벤트를 기획하지 말고, 모든 권세와 탐욕을 내려놓고, 산이나 들녘에서 홀로 노숙하는 납자, 야반승(野盤僧)의 운수행각을 실천하기를 권한다.

김영국 | 연경불교정책연구소장

ⓒ 불교저널(http://www.buddhismjournal.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 등 인신공격성 글과 광고성 글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전체기사의견(0)
신문사소개 | 기사제보 | 광고문의 | 불편신고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 청소년보호정책
03061 서울특별시 종로구 윤보선길 35-4 (안국동) 재단법인 선학원 내 | 전화 02)720-6630 | 전송 02)734-9622
등록번호 서울특별시 아00856 | 등록일자 2009년 5월 8일 | 발행일자 매주 목요일 | 발행인 최종진 | 편집인 박근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창윤
Copyright 2009 불교저널. All rights reserved. mail to budjn200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