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원로의원이자 종립 동화사 기본선원 조실, 금당선원 조실, 해운정사 조실로 본분납자와 재가신도들에게 바른 깨침의 길을 전하고 있는 진제 스님이 언론사 기자들과의 대담과 법어를 모은 《석인은 물을 긷고 목녀는 꽃을 따네》를 펴냈다.

당대 최고의 선지식으로 꼽히는 진제 스님은 ‘남향곡 북전강’의 맥을 이은 ‘남진제 북송강’으로 이름 불러지는 한 축에 자리한다. 진제 스님은 향곡 스님으로부터 법을 인가 받고, 임제선풍의 맥을 잇고 있다.

《석인은 물을 긷고 목녀는 꽃을 따네》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동아일보, 경향신문 등 국내 일간지와 불교계 신문사 기자들과의 인터뷰가 전반부에 배치됐고, 국제무차선회, 안거에서 법문한 내용이 후반부에 자리해 있다.

“세상의 출세와 성공은 지혜에 달려 있으니, 참선으로 지혜를 계발하라. 세상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출세를 위해 달음박질치지만, 왜 다들 출세하고 성공하지 못하느냐? 바로 지혜가 짧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잘 살 수도 없고 출세할 수도 없다. 부모가 아무리 많은 재산과 높은 자리를 물려줘도 그것을 지키질 못한다. 참선을 통해 밝은 지혜만 계발해 놓으면 남보다 앞서는 통찰력과 선견지명이 생겨 세상의 출세와 성공은 자연히 따라오게 될 것이다.”

진제 스님은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세간 살림살이의 길을 제시한다. 스님은 참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참선은 자기계발이며, 출세와 행복으로 가는 방법이라고 설파한다. 선사의 말씀이 와 닿지 않는다. 들어 본 바가 없다. 출세하고 성공하려면 달음박질치지 말고 참선해서 지혜를 계발하면 자연히 따라온다는 말씀이다. 참선하면 출세하고 성공한다. 세상 풍파에 찌든 속인은 이해하기 어렵다.

진제 스님의 출세와 성공 방법은 무수한 자기계발서가 지시하는 내용의 근본의 맥을 짚는다. 긍정적 마인드, 도덕성, 리더쉽, 도전정신, 인맥관리, 처세법 등등 모든 성공법의 근본은 ‘지혜’라는 스님의 가르침은 멀리 동떨어진 답이 아니다. 지혜를 계발하는 최고의 방법이 ‘참선’임을 그래서 강조한다.

후반부는 국제무차선대법회에서 설법했던 내용들이 수록돼 있다. 1999년 백양사 무차법회 참석한 스님이 주석처인 부산 해운정사에서 한국·중국·일본의 대표 선사들을 모셔 법문을 청했다. 법거량도 오갔다. 그때의 법문과 법거량의 내용이 실렸다.

당시 진제 스님은 최고의 법사를 초청하기 위해 중국에 가 주요 선찰 9곳을 탐문해 조주원 방장인 정혜 선사를 중국 대표 선사로 초청했다. 일본에서는 임제종의 묘심사파 대표인 종현 선사를 파견했다.

선(禪)의 고향 중국의 대표선사와 세계에서 가장 불교학이 발달한 일본의 대표선사의 법문, 그리고 한국의 서옹 선사, 진제 선사의 법문을 통해 독자들은 세계 속에서 한국 선의 위상과 현재,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깨달음을 얻은 후 가야산 호랑이 성철 스님을 찾아가 진리의 보검을 주고 받는 일화, 전강·금오 스님과 나눴던 법문답. 전국 선원 수좌들을 대상으로 한 결제법문. 다소 어렵지만 선의 일미를 맛볼 수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 이후 심인전법의 선맥을 전했다. 경허-혜월-운봉-향곡-진제 스님까지 상세한 법맥과 전법게도 실었다.

《석인은 물을 긷고 목녀는 꽃을 따네》은 중간 중간에 진제 스님의 발자취를 기록한 사진 50여 컷을 실어 무거움을 줄였다.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 종산 스님은 “진제 대종사가 이처럼 선풍을 휘날리지 아니했다면, 오늘의 대한불교조계종이 어찌 불조의 정맥을 이은 종단이라 할 수 있겠는가”라고 서문에 썼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은 “구구절절 ‘부모에게 이 몸 받기 전에 어떤 것이 참 나던고?’ 라고 화두를 참구하라는 자비의 말씀이 귀를 때리고 마음을 울린다”고 추천했고,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고승들의 선문답 속에는 날카롭게 스스로를 돌아보고 끊임없이 고민하라는 준엄한 가르침이 내포되어 있다”며 추천의 글을 덧붙였다.
불자 방송인 이상벽 씨는 “참나를 모른 채 허둥지둥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이 책은 깊은 산속에서만 마실 수 있는 신선한 공기와 같은 존재”라고 했다.

진제 스님은 1934년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1954년 해인사에서 석우 선사를 은사로 출가했다. 1967년 향곡 선사로부터 깨달음을 인가받아, 경허-혜월-운봉-향곡 선사로 전해 내려온 정통법맥을 이었다.(석가여래부촉법 제79대 법손)
1971년 부산 해운정사를 창건하여 선의 대중화 시대를 열었고, 1998년과 2000년에 백양사에서 열린 1·2차 무차선법회와 2002년 해운정사에서 개최된 국제무차선대법회, 그리고 2009년 부산 벡스코에서 750년 만에 재현된 백고좌대법회의 법주를 맡았고,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을 역임했다.
현재 조계종 원로의원, 대종사이며 해운정사 조실, 동화사 조실, 조계종립 기본선원 조실이며, 법어집 <돌사람 크게 웃네(石人大笑)> <선 백문백답> <옛 못에서 달을 건진다 - 고담녹월(古潭漉月)> 등을 냈다.

서현욱 기자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