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8년, 무오년 법정사에서 일으킨 ‘무오법정사항일운동’. 1919년 서울에서 일어난 3·1운동보다 한해 먼저였으며, 한반도에서 일어난 최초의 무장항일독립운동이었다. 그 옛날 육지와 떨어진 제주도에서 총과 곤봉으로 700여 명의 제주민들이 일제 경찰관 주재소를 불태우고 전선과 전주를 절단하는 등의 무장으로 일제에 대항할 수 있었던 데는 봉려관 스님의 역할이 컸다.

봉려관 스님은 제주 최초의 비구니로 명맥이 끊어진 제주에 불교를 전했고, 항일독립운동 자금의 전달책 역할을 마다하지 않으며 일본 오사카로 한국의 대흥사, 통도사로 다녔다.

혼자 힘으로 관음사를 창건했으며 산속 요새 같은 법정사를 지어 항일운동의 본거지 삼았고, 법화사, 불탑사 등 폐사지에 사찰을 중건했다. 또, 제주 시내에 중앙포교당을 짓고 제주불교부인회, 제주불교소녀회 등을 만들어 신심의 씨앗을 뿌렸다.

하지만 제주불교와 제주독립운동의 역사에서 봉려관 스님의 자취는 찾기 어렵다.

봉려관불교문화연구원 원장 혜달 스님은 이런 역사 왜곡이나 흔적 지우기를 지적하며 봉려관 스님에 대한 책을 출간했다.

이번 책은 윤필 방송작가, 조지아대 이향순 교수가 공동집필했으며 어른과 어린이들이 함께 읽을 수 있도록 눈높이를 낮췄다.

책에는 봉려관 스님의 출가부터 시작해 불교는 남지 않고 미신이 득세하던 시대에 어떻게 불교의 씨앗을 움트게 했는지 쉬운 문장으로 보여준다.

혜달 스님은 “안타깝게도 31년간 제주불교를 재건하고 중흥시키는 것이 생활이었던 봉려관의 발자취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에 의해 수차에 걸쳐 왜곡되었고, 고의로 지우는 일들이 자행되었다”라고 토로했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제주불교계를 비롯해서 비구니계 그리고 대한불교조계종은 봉려관에게 빚을 져서는 안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책은 조계종 제23교구 제주 관음사 주지 허운 스님이 발간했으며 비매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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