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학은 이성보다는 지혜에 가깝다. 특정 상황에 대한 판결 보다는 ‘무엇이 선한 것인가’를 이해한다. 비참여적이고 비판적인 도덕성을 요구하는 이들과 선한 것을 규정하는 특정 전통을 통대로 참여적이고 능동적인 뉸리를 추구하는 이들의 논쟁은 첨예한 실천적 문제를 다룬다.

“무엇이 선한 것인가를 알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실천하는 사람”을 우리는 현자라 부른다. 《윤리적 노하우》의 프란시스코 바렐라는 ‘현자’의 지각과 행위의 즉각성을 비판적 시각으로 검토한다. 특히 ‘선한 삶은 어떤 것인가’를 밝히기 위해 바렐라는 인지과학은 물론 유가도가, 불교의 ‘선’에 관한 집적적 사고의 거대한 사상 체계를 탐구한다. 과학과 경험, 지능과 인식의 표현에 대해 바렐라는 탐구한다.

인지과학은 “인간 및 일반적·추상적 의미에서의 ‘지능·인식’의 이해를 지향”한다. 인지심리학·인공지능·언어학·신경과학·인류학·철학·컴퓨터과학 등의 여러 분야에 걸친 다학문적인 연구분야이다.

‘인지과학’이란 명칭은 1970년대 초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인식되어 있는 정보, 즉 ‘지식(knowledge)’이 인간의 기억 내부에서 어떻게 구조화되어 ‘표현(represent)’되는가 하는 문제를 다룬다. 현대의 인지과학 테마는 언어·기억·사고·지각·학습·발달·감정·의식·신념·행위·사회적 상호작용, 동기부여 등이다.

과학은 어떻게 경험과 연결될까? 인지과학의 당면과제이다. 바렐라는 “체계적인 자지조직화의 습관적인 맥락의 일부이자, 인지적 과정의 결과로써 무의식으로 행하는 습관적 행위에 대해 이해하려 한다. 더불어 초월적 자아, 안정된 주체 또는 영혼과 같은 것이 없다는 현대의 자각에 적합한 윤리학을 정립하려 한다. 바렐라는 이 과제에 도전했다.

바렐라는 윤리적인 행위는 판단체계라기 보다는 존재의 투사라고 생각한 맹자의 윤리를 가져온다. 또 불교의 ‘공의 체화’와 ‘가상자아의 실천(?)’을 가져와 윤리 또는 윤리적인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바렐라는 《윤리적 노하우》를 통해 인류가 당면한 과제, 위기에 대처하고 해결하기 위해 ‘윤리적 노하우’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바렐라는 《윤리적노하우》를 통해 ‘노하우(KNOW-HOW)’와 노 홧(KNOW-WHAT)을 대비된 개념으로 제시한다. 윤리라는 말에서 우리는 ‘국민윤리’로 대표되는 ‘규칙과 규율의 준수(노홧)을 떠올리지만, 바렐라는 “윤리란 규칙을 잘 따르는 것이 아니고, 개인의 윤리적 수양 속에서 체화된 판단능력이 곧 윤리적인 것이며, 이것이 지혜”라고 주장한다.

바렐라는 이같은 윤리적인 것과 지혜를 트레이닝 하기 위한 방법으로 ‘수행’을 강조한다. 바렐라는 윤리적 트레이닝의 세 가지 단계를 지적 주의력(知), 주의(思), 확장(推)으로 규정한다. 바렐라는 윤리적 트레이닝을 통해 지적 주의력, 주의, 확장의 상호작용이 평범한 사람이라도 진정으로 덕을 지닌 사람이 되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바렐라는 특히 “ ‘윤리적 숙련’은 ‘무아의 경지’와 같다”고 주장한다. 바렐라는 ‘비어있음의 체화’를 강조한다. 이성적 사유와 판단, 규범의 의식 작용의 틀을 해체하고 근원적 접근의 필요성을 ‘공(空)’에서 찾았다. 바렐라는 “윤리적 앎은 노 홧보다 노하우가 더 비중이 크고, 일상적 행위로 자아에 정착된 무의식적 행동패턴이 곧 숙달된 윤리적 행위의 본질”이라고 보았다. 또한 윤리학적 논의의 궁극점을 발렐라는 “한 개인의 무아의 경지, 즉 ‘비어있음(空)’을 체화하는 경지에까지 도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옮긴이 유권종(중앙대 철학과 교수)은 “《윤리적 노하우》는 간단한 강연집이지만 인지과학이 노늘날 철학 윤리학 영역에 던져주는 충격과 자극의 성질 또는 그 의미를 음이할 수 잇도록 해주며, 새로운 지적 영역탐구의 시야를 넓혀주는 책”이라며 권유했다.

프란시스코 J 바렐라/유권종 옮김/갈무리출판사/11,000원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