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보 제180호 ‘김정희 필 세한도’. 사진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올곧은 선비 정신이 담겨있는 조선 문인화의 최고 걸작 <김정희 필 세한도(歲寒圖)>(이하 세한도)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됐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은 “국보 제180호 <세한도>를 소장자 손창근 선생으로부터 기증받았다.”고 8월 20일 밝혔다.

손창근 선생은 2018년 11월 ‘손세기·손창근 컬렉션’ 202건 304점을 기증하면서 한 차례 <세한도> 기증 의사를 밝힌 바 있었지만, 마음을 정리하지 못해 최종 기증 유물에서는 뺐다. <세한도>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됨에 따라 손창근 선생이 기증한 문화재는 총 203건 305점에 이른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기증 관련 제반 절차를 마무리하는 대로 <세한도>를 언론에 공개하고, 오는 11월 특별전을 열 계획이다.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가 제주 유배시절 중국의 문물 자료를 모아 보내준 제자 이상적에게 고마움을 담아 선물한 그림이이다. 역관이었던 이상적은 청나라에 갈 때 이 그림을 가져가 문인 16명에게 보였는데, <세한도>에는 이들이 남긴 찬사가 적혀 있다. <세한도>에는 이밖에도 오세창, 이시영 등 여러 인물의 글이 함께 남아있다.

추사는 <세한도>에 유배시절 추사가 처한 물리적, 정신적 고달픔과 메마름을 건조한 먹과 거친 필선으로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세한도> 속 소나무는 힘든 유배 시간을 견뎌내는 추사 본인이고, 잣나무는 고난에도 불구하고 잃어버리지 않으려 애쓴 선비정신과 기개를 상징한다.

<세한도>를 기증한 손창근 선생은 2008년에는 국립중앙박물관회에 연구기금 1억 원을, 2012년에는 국가에 경기도 용인 소재 산림 200만 평을, 2017년에는 KAIST에 건물과 연구기금 등 총 51억 원을 기부하는 등 끊임없이 사회 공익에 이바지해왔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수집한 문화재를 아무런 조건이나 대가없이 기증한 손창근 선생의 결단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을 온전히 지켜내고 후손에게 다시 돌려주는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큰 원동력이 된다.”며, “애지중지 아끼던 <세한도>가 국민 모두의 것이라고 생각한 기증자의 강건한 마음이 코로나19로 지쳐가는 국민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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