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관측 이래 가장 길었던 장마가 끝났다. 지난 몇 년간 폭염과 마른장마가 이어지더니, 올해는 긴 장마와 집중호우가 닥쳤다. 전 세계도 오랜 가뭄과 이로 인한 산불, 예측 불가능한 태풍과 홍수 같은 기후 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후 변화는 이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우리가 안고 가야 할 일상이 되었다.

지구라는 터전에 기대어 살아가는 뭇 생명을 위협하는 기후 변화는 끊임없이 생산하고 소비할 것을 강요하는 욕망과 무지가 근본 원인이다. 끝을 알 수 없는 탐욕은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를 초래하고, 인간을 파멸로 이끈다.

‘의정불이(依正不二)’라는 말이 있다. ‘의정’은 ‘의보(依報)’와 ‘정보(正報)’의 줄임말이다. ‘의보’는 중생이 의지해 살아가는 사회나 국토, 환경을, ‘정보’는 과보로 받게 되는 중생의 몸을 의미한다. 곧 승조 대사가 《조론》에서 “하늘과 땅은 나와 더불어 한 뿌리이며, 만물은 나와 한 몸〔天地與我同根 萬物與我一體〕”이라고 한 말과 다르지 않다.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는 무지하고 오만한 인간이 지은 공업이다. 《아비달마순정리론(阿毘達磨順正理論)》에서는 “산과 강과 대지 등은 공업(共業)에서 생겨나고, 생명체는 별업(別業)에 따라 태어난다.”고 했다. 자연환경은 중생의 공업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환경 파괴나 기후 변화 또한 인간의 노력으로 치유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이 세상의 모든 행복은 남의 행복을 바라는 데서 오고, 이 세상의 모든 불행은 자신만의 행복을 바라는 데서 온다.”고 했다. 인도 중관학파 17논사 중 한 분인 샨티 데바(寂天)의 《입보살행론》에 나오는 말씀이다.

기후 변화라는 과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나와 남, 나와 자연이 한 몸〔自他不二〕임을 깨닫고, 욕망을 채우기 위해 더하는 삶이 아닌, 모두가 함께 행복을 누리기 위해 가진 것을 덜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법진 스님 | 본지 발행인·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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