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TV ‘신앙의 노정 담은 천년고찰 통도사’ 중 한 장면.

<천지일보>가 운영하는 천지TV가 천년고찰 통도사의 문화유산을 기독교 교리를 설명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폄훼해 파문을 일으켰다.

천지TV는 지난 2월 통도사에 ‘세계문화유산 취재 협조’를 요청하고, 7월 13일 ‘신앙의 노정 담은 천년고찰 통도사’를 <천지일보>와 천지TV에 게재했다. 하지만 이 영상은 촬영 협조 요청 당시 통도사에 설명한 것과 달리 신천지 교리로 추정되는 내용으로 통도사의 불교문화유산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불교 교리까지 폄훼해 불자들의 공분을 샀다.

이상면 천지TV 대표는 통도사에 동행한 청년들에게 불교교리 등을 설명했지만, 신천지 교리로 추정되는 기독교 교리와 불교의 교리를 뒤섞어 제멋대로 해석했다.

이상면 대표는 불이문을 “신과 인간의 합일, 영과 육의 합일”이라고 했고, 사천왕을 기독교의 천사장과 동일시하는 한편 “천왕문은 신앙을 하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시련과 방해, 그 가운데 영들의 도우심이 있음을 일깨워준다”, “부처님이 우리에게 불경을 주고 부처님 말씀을 주신 그 배경에는 깨달음이 있다. 그런데 그 분도 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그 답을 줄 분, 또 그 답의 주인 되신 분이 누구인가를 알리기 위해서 (오셨다)”는 등 해괴한 발언으로 불교교리를 왜곡·폄훼했다.

더욱이 당초 통도사에 밝힌 촬영 목적과 달리, 불교와 통도사의 역사를 그럴듯하게 설명하면서도 기독교 성서와 교묘하게 연결 짓는 행태도 보였다. 통도사에 따르면 천지TV는 애초 계약서에 ‘통도사에 담긴 불교문화의 우수성을 드러내기 위함’이라고 명시해 촬영 허가를 받았다.

동영상 내용이 알려지자 통도사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통도사(주지 현문)는 7월 27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천지TV가 사전 취재 계약과 달리 자의적으로 방송을 편집해 불교와 스님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통도사는 7월 20, 21일 두 차례에 걸쳐 전화와 공문으로 해당 동영상 삭제를 천지TV측에 요구했으나 천지TV는 응하지 않았다. 통도사는 해당 영상이 불교를 폄훼하는데 이용되고 있다고 판단, 법적조치 강구 등 강력 대응할 방침을 밝혔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위원장 도심)도 7월 29일 성명을 내 동영상 즉각 삭제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종평위는 “‘신앙의 노정 담은 천년고찰 통도사’는 표면적으로는 통도사 방문을 통한 이웃종교에 대한 이해인 듯 제목을 정했으나 그 내용은 부처님의 깨달음과 그 성소인 불보사찰 통도사를 ‘신으로 가는 신앙과정’ 정도로 폄훼하는 악의적인 왜곡으로 가득 차 있다”며, “이 동영상은 최소한의 예의도 없이 통도사를 드나들며 사찰을 기망하고, 제목에 현혹되어 동영상을 시청한 대부분의 불자들과 시청자들을 모독하고, 1800년 한국불교의 정통성과 신도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불교의 성소에서 불교를 폄훼하는 등 매우 교묘하고 악질적인 모습으로 종교간 극한 갈등을 촉발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동영상 즉각 삭제, 종교평화를 파괴하는 모욕 행위를 불자와 국민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할 것을 요구했다.

KYBA 대한불교청년회(중앙회장 하재길)도 7월 29일 성명을 내 “잘못을 저질러놓고도 일말의 반성 없이 ‘종교 해석의 차이’, ‘명예 훼손과 왜곡보도에 엄정대응’ 운운하며 엄포를 놓는 모습에 마지막 연민마저 사그러 들고 있다.”면서 “천지TV측에 해당 영상의 즉각적인 삭제와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대불청은 “천지TV는 성경 교리를 비롯하여 불교교리까지 제 입맛대로 짜깁기하여, 불교계 전체를 모독한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며 “우리는 삼보를 외호하는 청년불자로서 종교 왜곡·편향 행위로 종교 갈등을 심화시킨 이번 사태를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천지TV는 <‘신앙의 노정’ 담은 천년고찰 통도사> 동영상을 7월 30일 오전 7시 삭제했다고 <천지일보>를 통해 알렸다.

<천지일보>는 “천지TV 통도사 영상은 ‘종교 간 소통과 이해’의 차원으로 이상면 대표의 개인적 소견을 담아 제작됐다”며, “제작 의도와 달리 일각에서 영상을 종교 간 갈등을 부추기는 소재로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나, 심사숙고 끝에 해당 영상을 삭제한다”고 했다. 그러나 <천지일보>는 해당 영상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사과나 참회는 하지 않았다.

천지TV는 이에 앞서 7월 28일 <천지일보> 홈페이지에 통도사 영상 관련 입장문을 내 “통도사 영상과 관련해 고의적으로 통도사의 명예를 훼손한 사실이 없다.”며, “통도사의 일반적 내용은 통도사가 홍보하는 내용과 다름없다. 다만 부가적인 의미 전달에 있어 ‘모든 종교가 궁극적으로 하나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깨달음에 기초해 기독교적 관점에서 전한 것으로 해석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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