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중앙종회 본회의 모습. 불교닷컴 자료사진.

경산 선본사(갓바위)와 과천 연주암이 총무원 직영사찰에서 해제되고, 특별분담사찰로 전환됐다. 갓바위 직영사찰 지정 해제는 1994년 종단개혁의 성과를 포기하고, 승가공동체의 삼보정재를 종권 장악 세력의 뜻에 따라 사실상 사유화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 연주암 직영사찰 지정 해제는 사부대중의 총무원장 퇴진 요구를 회피하려던 자승 전 총무원장이 ‘약속’을 깨고 결국 사찰을 개인화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제218회 임시회 둘째 날 별 다른 논의 없이 선본사와 연주암의 직영사찰 지정 해제 및 특별분담사찰 지정의 건을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교구중심제 기조를 따르고 지역포교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종단의 안정적 재정을 확보한다는 취지를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연주암은 직영사찰 지정 당시 ‘1본사 1직영사찰’ 취지였지만, 지금은 교구자치제 상황이 바뀌어 해제한다는 이유를 달았다. 결국 연주암과 선본사는 총무원장 직영에서 제2교구본사 용주사와 10교구본사 은해사로 바뀌었다. 용주사의 실력자는 자승 전 총무원장이고, 은해사의 실력자는 돈명 스님이다.

갓바위·연주암 직영사찰 지정 해제…분담금 현행 유지라지만

연주암과 갓바위가 직영사찰에서 해제돼 특별분담사찰로 전환되지만, 일단 분담금액은 ‘현행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분담금 현행 유지가 언제까지 이행되는지는 단서조항을 달지 않아 실효성이 한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주암과 갓바위의 직영사찰 지정 해제는 총무원이 종단 목적사업 수행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에 따라 진행된 사안이 아니다. 용주사와 은해사의 요구에 따라 해제한 것이다.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해당 사찰이 속한 교구본사에서 교구중심제 실현을 통한 교구발전과 교구행정 활성화를 도모하고, 지방교구 자율권 강화를 통한 교구의 사회적 책무를 확대하기 위해 직영사찰 지정 해제와 특별분담사찰 전환을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또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에서도 직영사찰 지정해제를 요청해 왔다.”고 덧붙였다.

원행 스님은 “직영사찰 지정이 해제될 경우 안정적인 종단 재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으나, 당해 교구에서 특별분담사찰로 전환되더라도 종단에 기여해 왔던 역할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며 “연주암, 선본사 분담금액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발언은 총무원장의 뜻이 아닌 자승 전 총무원장과 돈명 스님의 뜻에 따른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종단 실력자의 요구를 총무원장이 거절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용주사·은해사 요청에 따라 직영 해제 후 특별분담사찰로 전환

동의 절차만 보면 지난 13일 제10교구 본사 은해사가 총무원에 갓바위 직영사찰 지정 해제를 요구하는 공문을 접수했고, 14일 제2교구 본사 용주사가 공문을 접수했다. 같은 날 고창 선운사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교구본사주지협의회 제67차 회의에서 갓바위와 연주암의 직영사찰 지정 해제 요청이 있었고, 총무원은 15일 제24차 종무회의에서 직영사찰 지정 해제 및 특별분담사찰 전환을 중앙종회에 동의 요청키로 결의했다. 24일 열린 218회 임시회에서는 특별한 논의없이 만장일치로 선본사와 연주암을 직영사찰에서 해제하고, 특별분담사찰로 전환하는 것을 동의했다. 행정절차만 보면 2주 만에 속전속결로 처리한 것이다.

직영사찰은 1994년 10월 <직영사찰법>에 따라 ‘조계사, 선본사, 보문사’ 3개 사찰을 직영사찰로 지정하면서 시작됐다. 특별분담사찰은 ‘특별분담사찰법’에 의해 ‘도선사, 봉은사, 연주암, 석굴암, 낙산사, 봉정암, 보리암, 내장사’ 8개 사찰을 지정하면서 시작됐다. 제218회 임시회 직전까지 직영사찰은 ‘조계사, 선본사, 보문사, 봉은사, 연주암’ 5곳이었다. 선본사와 연주암이 해제되면서 직영사찰은 조계사, 보문사, 봉은사 3곳만 남았다. 8곳이었던 특별분담사찰은 봉은사, 연주암이 직영사찰로 지정되면서 6곳으로 줄었다가 이번 결정으로 도선사, 석굴암, 낙산사, 봉정암, 보리암, 내장사, 선본사, 연주암 등 다시 8곳이 됐다.

조계종 중앙종무기관(총무원 등)의 일반회계는 사찰 분담금에 의해 이루어진다. 올해 일반회계는 당초 295억 8341만 원이었지만 코로나19로 사찰고통 분담 차원에서 10% 가량 감액해 추경예산은 269억 8700만 원 가량이다. 직영사찰 분담금은 일반회계의 1/3가량 된다. 국가보조금 등을 관리하는 특별회계의 경우 2019년 결산액이 669억 7000만 원 가량 된다. 조계종 일반회계과 특별회계 예산은 1000억 원 전후이다. 선본사 연예산은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등 약 100억 원이며, 연주암은 약 31억 원(2016년도 공개 결산액 기준)이다.

두 곳 직영 해제 후 종단 목적사업 차질 우려

지난해 직영사찰 분담금은 98억 5700만 원으로 실제 납입된 결산액은 95억 5700만 원 정도이다. 올해 분담금은 100억 3700만 원이었지만, 코로나 19를 이유로 올해 예산 대비 10% 감액해 90억 3330만 원으로 줄었다. 실제 납입액이 예산액에 비해 10% 적은 데 여기에 10%가 더 감액된다면 실제 80억 원대로 떨어질 수도 있다. 특별분담금 사찰의 지난해 결산액이 32억 5000만 원, 올해 추경 예산이 30억 7800만 원이다. 직영사찰에 비해 특별분담금 사찰의 분담금 비중은 매우 떨어진다. 직영사찰이 줄면 종단 예산은 줄 수밖에 없다. 갓바위와 연주암이 직영사찰 당시와 같은 금액의 분담금을 유지하겠다지만, 이를 영구히 유지하겠다는 뜻을 담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분담금을 현행 직영 수준에서 특별분담사찰에 맞는 금액으로 조정해 달라고 요구할 게 뻔하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직영사찰법> 제12조 1항 해제 사유를 보면 “총무원장은 직영사찰 지정 사유가 제4조 제3호 및 제4호에 해당하는 경우 그 사유가 해소되었거나 이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중앙종회의 동의를 얻어 이를 해제한다. 다만, 이 법 제4조 5호의 경우는 종무회의 의결로 해제한다.”고 정하고 있다.

직영사찰 지정 해제가 법적으로 가능한지도 해석이 갈린다.

<직영사찰법> 4조 3항은 “사찰의 재산이 비정상적인 경로로 유실되거나 재정이 심히 악화되어 종단 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불기 2555(2011). 9. 20. 개정〕, 사찰분규로 인하여 사찰 운영이 어려운 경우〔불기 2555(2011). 9. 20. 개정〕라고 정하고 있다. 중앙종회는 <직영사찰법> 4조 3항과 4항이 선본사와 연주암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해제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갓바위 등 직영사찰 지정 해제 법 취지 안 맞아

신대승네트워크 등 몇몇 불교계 시민사회단체는 “<직영사찰법>을 제정하면서 후일에 또다시 선본사 등 직영사찰을 해제하여 사유화하려는 움직임이 생겨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법 개정 없이 재정우량사찰에 대해서는 해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또 “다만 예외적으로 분규로 인한 사찰 운영 마비나, 사찰 재산이 비정상적인 경로로 유실 또는 재정이 심히 악화된 경우에 한하여 중앙종회의 의결을 거쳐 해제토록 하고 있다.”고 본다. 그만큼 직영사찰의 해제를 어렵게 했고, 지금도 이 취지는 그대로 법조문에 담겨 개정되지 않은 채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선본사와 연주암 직영 해제는 법 취지에 정면 배치되는 것이며, 이는 94종단개혁 입법정신을 과거로 회귀하는 결정이라고 본다.

한편, <불교닷컴>은 ‘불법방송(佛法放送)’을 통해 갓바위와 연주암의 직영사찰 지정 해제 문제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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