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 옆 의자|1만 2000원

직장이나 인간관계, 모든 게 힘겨웠던 사회초년병이 사찰음식을 배우며 음식의 맛은 물론, 인생을 새롭게 알아가는 경험을 쓴 책이 나왔다.

책을 쓴 반지현 씨는 우연히 참여한 템플스테이에서 사찰음식을 처음 접했는데 ‘아름다운’ 그 음식에 반해 2017년 겨울부터 사찰요리를 배웠다. 자취하면서도 오븐을 사서 빵을 구울 정도로 요리에 관심이 많았지만 직장생활이 힘들어 요리를 쉬고 있던 때였다. 사찰음식을 배울수록 점차 욕심이 나서 많을 때는 일주일에 네 번이나 수업을 들었다고 한다.

이 책은 여느 사찰음식 책처럼 레시피 위주가 아니다. 요리를 통해 인생을 배우는 한 젊은이의 성장이야기이다.

반지현 씨는 글을 맛깔나게 쓰는 재주를 가졌다. 맛으로 표현하면 잘 치댄 면처럼 쫄깃하고 고소하다.

매 장마다 소소한 에피소드가 펼쳐지는데 흔한 재료로 훌륭한 맛을 낸 사찰음식처럼, 그의 섬세한 관찰력과 인생을 바라보는 진지함이 어우러진다.

한번은 사찰음식을 가르치는 스님이 실수를 했다. 그런데 스님은 “어차피 만든 음식은 내가 먹는다.”면서 “쫄지마! 재료가 얕보니까.”라고 했다. 그걸 보고 지은이는 이렇게 썼다.

튀김뿐인가. 뭐든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일도, 사랑도, 공부도, 취미도, 그 무엇이든.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아직 지난날의 실수에, 실체 없는 두려움에 갇혀 있다면 이 말을 해주고 싶다.

“쫄지 마! 인생이 앝보니까!”

또 팥죽옹심이를 만든 날은, 발이 푹푹 빠지도록 눈이 왔는데도 사찰음식 수업에 빠지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어렸을 적 식구들과 빚은 옹심이에 대한 추억 때문이라는 거다. 그러면서 “사실 옹심이 자체는 별맛이 없다. 팥죽처럼 따뜻하고 달콤한, 옹심이를 둘러싼 기억과 먹어야 맛있다.”라고 했다.

죽을 만들 때는 “죽을 저을 때마다 생각했다. 나도 때가 되면 투명해졌으면 좋겠다고. 더 이상 나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고. 그만하면 충분하다고 누가 좀 일러줬으면 좋겠다고.”라고 했다.

한번 잡으면 단숨에 읽게 되는 건, 책이 손바닥 크기로 작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글이 쉽고 편하며, 간간히 완성된 사찰음식 사진이 나오고, 또 짧지만 레시피도 나오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읽을수록 사찰음식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읽을수록 ‘나도 한번 배워볼까?’ 생각하던 것이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는 사찰음식을 배울 수 있는 곳을 검색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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