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김현감호(金現感虎)’ 조에 언급된 경주 흥륜사 탑돌이가 풍년을 기원하는 농경의례적 성격이 포함된 의식임을 고찰한 논문이 발표됐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윤성용)이 발간하는 민속학 전문 학술지 《민속학연구》 제46호에 게재된 김영준 인하대 강사의 <흥륜사 탑돌이의 양상과 배경>이 화제의 논문.

‘김현감호(金現感虎)’ 조에는 “신라 풍속에 해마다 2월이 되면 초파일에서 보름까지 도성의 남녀가 홍륜사의 전각과 탑을 다투어 돌며 복을 비는 모임을 가졌다.”고 기록돼 있다.

김 강사는 논문에서 흥륜사 탑돌이가 이루어지는 시기가 출가재일인 음력 2월 8일부터 열반재일인 2월 15일까지인 점과 흥륜사가 신라인이 신성시했던 천경림(天鏡林)에 창건된 점에 주목했다.

김 강사에 따르면 출가재일부터 열반재일에 이르는 시기는 봄이 시작되는 시기이자 인도와 한국 모두 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이다. 또 ‘천경(天鏡)’이 달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고, 신라의 도성을 월성(月城), 혹은 반월성(半月城)으로 부른 것으로 보아 ‘천경림’이 달과 관련된 성스러운 장소인 것으로 추측했다.

김 강사는 달이 풍요와 관련 있는 천체인 것에 주목했다. 프랑스와 피그미족, 우리나라의 정월 보름 풍습 등에 풍요와 관련된 의식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신라에서도 달을 풍요의 상징, 즉 한해 농사의 풍년과 관련 있는 천체라고 인식했다는 것이다.

김 강사는 “법흥왕이 불교를 공인하고 신라인들이 신성시하던 천경림에 사찰을 세웠지만 전통신앙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신라의 전통신앙적 요소가 불교의식인 탑돌이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즉 흥륜사에서 음력 2월 8일부터 15일 사이에 벌어진 탑돌이는 단순한 불교행사가 아니라, 신라의 전통신앙을 받아들여 풍년을 기원하는 농경의례적인 성격이 일부 포함된 의식이었다는 것이 김 강사의 결론이다.

한편, 《민속학연구》 제46호에는 모두 11편의 논문이 수록됐다. 수록 논문은 다음과 같다.

△시간민속(시간민속)의 체험주의적 이해(표인주·전남대) △흥륜사 탑돌이의 양상과 배경(김영준·인하대) △전근대 무속 담론과 민속종교에서의 유교와 무속의 관계(한승훈·한국예술종합대) △한일병합 이전 한성의 아마테라스(天照大神) 수용 양상(문혜진·동서대) △강화 직물의 역사적 재고(再考)와 소창의 가능성(김나라·국립민속박물관) △가내 생업복합의 변동과 산나물 채취활동의 변화(이하얀·서울대) △임소향 명창의 삶과 예술세계(김석배·금오공대) △꼭두각시놀음의 기존 음악 수용 연구(송기영·고려대) △조선시대 활쏘기 중 철전〔六兩弓〕사법(射法)의 특성과 그 실제(최형국·한국전통무예연구소) △비교민속 자료로서의 몽골지역에 위치한 돌궐․위구르 비문 소개(박원길·칭기스칸연구센터) △네팔 ‘마하깔리 퍄칸(Mahakali Pyakhan)’ 가면극의 역사와 전승 양상(전경욱·고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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