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의 반이 지나가버린 지금,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는 코로나19사태로 큰 혼란에 빠져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법인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회적 접촉으로 발전한 인류에게 치명적인 브레이크이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인간은 위험에 처할 때 사회적 거리보단 사회적 접촉을 추구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어떻게든 모여서 침을 튀기며 얘기를 나누고 행동하려는 게 인간에게 내재된 본능이라는 것이다. 힘들수록 협동하고 단결하여 모이려는 인간의 본능적 의지는 오히려 바이러스를 더 확산시킨다.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 역사학 교수이자 《사피엔스》의 저자로 유명한 유발하라리의 코로나19사태에 대한 조언은 세계인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인류의 최대 위협은 코로나19라기보다 인간의 내면에 있는 욕심, 무지, 미움 등이며, 정보 공유와 상호 신뢰의 국제적 연대만이 코로나19를 이길 수 있는 지혜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어떻게 하면 이 혼란에서 평정심을 찾아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을 이번 이야기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별칭을 ‘경풍’으로 선택한 오늘의 주인공은 아내를 따라 참석하게 되었는데, 알아차림 호흡명상 프로그램 참여자 중 유일한 남성이었다. 그래서인지 다른 참여자들의 반응과는 다르게 무덤덤했고, 과묵해서인지 묻지 않으면 말을 아꼈다. 마른 체구의 큰 키는 구부정한 자세를 강조하는 듯 하였다. 1~2회기에 참석했을 때는 호흡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잘 모르겠다는 말이 대부분이었다. 3회기 쯤 되었을 때, 드디어 말문이 트였다.

그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에 종종 새벽에 깨서 잠을 다시 이루지 못하면 라디오를 틀어놓았다. 새벽시간에 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잠에 들기도 하고, 잠을 자지 못하면 그날은 좀 피곤한 하루가 되었다. 그래도 좋은 프로그램을 들었으니 ‘새벽 시간을 허비한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에 새벽에 라디오를 자주 틀었다. 그런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호흡명상일지를 쓰다 보니, 새벽에 깨었을 때 라디오 틀기를 멈추고 호흡명상을 해보았다. 처음에는 잠이 쉽게 들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눈을 뜨니 아침이었다. 참 신기하다는 생각에 경풍은 드디어 호흡명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경풍에게는 호흡명상을 하면서 제일 큰 장애가 자세와 혼침, 그리고 끊임없이 올라오는 생각이었다. 자신도 자세가 구부정하다고 느끼고 있는 터라 자세에 신경 쓰면 호흡을 놓치고, 호흡에 집중하다보면 졸음이 오고, 그럼 다시 자세가 구부정하게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반복되면서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의심이 들었다. 그 의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자, 숨이 멈춰있는 건지 계속 쉬고 있는 건지 인지할 수 없게 됐다. 점점 호흡명상하는 게 불편하고 힘들어졌다.

그런 그에게 프로그램 진행자는 알아차림(sati)을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호흡명상을 하면서 자세에 대한 알아차림, 호흡에 대한 알아차림, 혼침에 대한 알아차림 등으로 기준점이 옮겨지면서 집중을 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말에 경풍은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호흡명상을 수련하였다.

5회기 쯤 경풍은 자세도 안정되고, 호흡에 대한 집중도 한결 편안해졌다. 똑바른 자세에 대한 자심감이 없었는데 명상을 통해 신체에 대한 알아차림을 반복하면서 자세도 바르게 펴지는 것을 느꼈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명상으로

한번은 지방에 내려가는 일정 때문에 일찍 깨 조금 피곤한 상황이었다. 기차에 앉아 코에 집중을 하고 수식관을 해보았다. 이완이 돼서 그런지 아니면 잠깐씩 졸았는지 숫자를 자꾸 놓쳤다. 그런데 도착할 때가 되니 처음 기차 탈 때의 피곤함은 사라지고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듯한 느낌을 경험하였다.

프로그램을 시작한지 두 달 쯤 지나서 경풍은 명상 중에 머리 위로 밝은 햇살이 떨어지고, 눈앞에 아름다운 모습이 떠올랐다.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따뜻한 햇살을 즐기면서 명상을 했다. 그가 프로그램 진행 중에 그 경험담을 이야기했더니 진행자의 조언이 이어졌다.

그 현상은 명상 수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고, 이러한 현상은 명상수련을 꾸준히 이어나가게 하는 하나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너무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단지 그 현상이 발생하고 소멸하는 알아차림만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경풍이 어느 날 강의를 하다가 자신의 몸이 구부정하고, 목소리에는 힘이 빠지면서 말이 점점 빨라지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래서 잠시 쉬는 시간에 호흡명상을 하고 강의를 이어갔다. 아랫배에 힘을 주고, 자세를 바르게 펴니 목소리도 커지고, 발음도 또박또박 적절한 속도로 강의할 수 있었다.

경풍은 호흡명상을 거듭할수록 이제까지 배운 호흡명상 방법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떤 하나의 방법에 고정될 필요 없이 그때 그때 필요한 방법으로 명상을 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흡명상 8단계 중 마지막 ‘지켜보기’ 호흡명상을 하면서는 나를 바라보라고 하는 건지, 그냥 들숨 날숨을 관찰하라고 하는 건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계속 하라는 진행자의 말에 경풍은 속이 텅 빈 대나무 통을 생각했다. 들숨을 머리 중앙 백해부터 발바닥 용천까지 보내고, 날숨을 발바닥 용천에서부터 머리 끝 백해까지 보낸다고 상상을 하면서 했더니 몸 전체가 호흡을 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을 지켜보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집중도 더 잘되었다.

더불어 명상이 생활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침에 시작한 명상은 그 하루의 시작을 여유롭게 열어주고, 매 순간 알아차림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그래서 부정적 생각이나 느낌을 가질 때 단 3분이라도 시간을 내어 호흡명상을 하고 나면, 그 기운이 긍정적으로 변화됨을 경험하였다. 잠자리에 누워서 하는 호흡명상은 그날에 대한 반성과 감사함으로 마무리를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와 같은 하루의 패턴은 경풍으로 하여금 호흡명상을 계속 이어가게 만들었다.

‘우리’라는 의식으로 코로나시대 극복해야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생존하고 진화하기 위해 협력과 연대를 해왔다. 만약 이기심으로 서로를 적대시 하고 각각의 나라마다 문호를 닫는다면 호모사피엔스는 멸종될 것이다.

힘들다는 마음, 조급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호흡명상을 해보자.

들이쉬고 내쉬면서 하나, 들이쉬고 내쉬면서 둘…, 호흡을 되풀이하는 동안 점점 생각과 생각 사이에 틈이 생기고, 그 틈 사이로 ‘나’보다는 ‘우리’라는 의식이 들어올 것이다.

생활 속 호흡명상은 ‘나 하나쯤이야’ 하는 무지에서 비롯된 이기심에서 벗어나 나의 행동 하나하나를 알아차려 우리를 위한 행동으로 바꾸게 하는 죽비가 될 것이다.

용진 스님 | 비·채 명상심리상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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