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4000의 웹사이트(www.84000.co)

한 늙은 여인이 부처님께 물었다.
“태어남, 질병, 늙음, 죽음은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는 것인가요?”
이 질문은 인간의 삶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내 준다.
그러나 아무 생각 없이 소비하고 걸핏하면 인터넷 검색으로 답을 찾는 지금 시대에는 보다 새로운 질문이 필요하다.
“우리는 어떻게 다른 존재들과 조화롭게 살 수 있을까요?”
“우리는 어떻게 망상과 실제를 구별할 수 있을까요?”
자 이제 여기 84000 열람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고통을 소멸시키고 우리의 아이들을 인도하기 위한 통찰이 가득한 페이지들을 클릭 한 번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 84000 홍보 비디오 중에서

2009년 히말라야에 전 세계 주요 티베트어 교육 지도자, 번역가, 관련 학자가 모였다. 부탄 출신의 종사르 켄체 린포체가 창설한 켄체 재단이 준비한 이 모임에서 참가자들은 티베트 대장경 가운데 현대어로 번역된 분량이 전체의 5%도 채 안 되는 데도 이 번역본들이 이미 인간의 정신과 심리, 관계, 도덕에 대해 현대사회에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들은 또한 고대 티베트어에 능통하고 대장경 속의 심오한 철학을 해설할 수 있는 전문학자 수가 빠른 속도로 줄고 있으며, 당장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고대 언어에 담겨 있는 지혜가 영영 빛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론은 전 세계에 퍼져있는 학자와 번역가를 연결하여 체계적인 번역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조직체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84000: 부처님 말씀 번역하기 (84000: Translating the Words of the Buddha, 이하 84000) 100년 프로젝트’이다.

84000은 산스크리트어, 티베트어 경전을 교육하는 네팔의 권위 있는 불교교육기관 랑중 예쉐 인스티튜트(Rangjung Yeshe Institute)를 통해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타바버라 캠퍼스(UCSB), 옥스퍼드대학교, 빈대학교 등 전 세계 주요 기관 소속 번역팀에 현재까지 미화 600만 달러가 넘는 보조금을 지원해 그간 경전의 30% 이상을 번역하는 데 성공했다. 이 번역본들은 티베트 불교 4대 종단으로부터 모두 인증을 받았다.

84000은 1차 자료를 영어로 무료 제공한다. 이는 불교 역사, 철학을 연구하는 전 세계 학계는 물론 아시아 문화 전파와 발전 전반에 걸친 통찰을 얻는 데 매우 귀중한 기회가 된다. 84000의 웹사이트(www.84000.co)는 자체 디지털 도서관에 다양한 신기술을 도입해 독자에게 다국어 용어 사전과 원전, 이중 언어 읽기를 제공한다. 이미 번역된 티베트 대장경도 무료로 읽을 수 있다.

"불법(佛法)의 생존은 곧 다른 언어로의 번역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할 수 있다.…티베트 불교 경전을 번역해 일반은 물론 수많은 불교 신자와 다른 문화에 공개하는 작업은 불법의 소멸을 막을 수 있는 길일 것이다." - 종사르 켄체 린포체

티베트 대장경의 특징과 84000의 의미

대장경(大藏經)은 인도에서 완성된 경(經)·율(律)·논(論)의 삼장(三藏)과 더불어 다른 불교권에서 저술된 논서를 모두 포함한다. 티베트 대장경은 티베트어로 번역된 불전으로 서장대장경(西藏大藏經)이라고도 한다. 7세기에 티베트에 전해진 불교는 민족 종교인 본교와 융합되어 라마교라고 하는 독특한 종교가 되었다. 티베트는 그때까지 문자나 문법서가 없었는데, 산스크리트어를 기반으로 티베트 문자와 문법서를 창작하고, 7세기경부터 번역을 시작하여 9세기까지 대부분 출판했다.

중앙아시아를 통해 전해진 중국의 대장경이 의미와 개념을 번역하는 데 충실한 것과 달리 티베트 대장경은 인도로부터 직접 전해진 대장경으로 산스크리트어 원본에 충실한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한문으로 기록된 중국의 대장경과 공통되는 부분이 551부에 불과하고 나머지 3000부 이상이 밀교 관계 문헌이어서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존하는 티베트 대장경은 경장·율장에 해당하는 칸규르(불설부,佛說部)와 논장에 해당하는 텐규르(논소부,論疏部)로 양분되어 있고, 수록된 경전의 수가 4,500부에 달한다. 인도에서는 불교가 쇠망하였기 때문에 인도 후기 불교의 불경과 논서는 티베트역(譯)으로 남아 있는 것이 많다. 특히 티베트역은 충실한 직역이기 때문에 티베트역은 산스크리트어 원전(原典)을 복원할 수 있는 자료 구실도 하고 있다.

불경에서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수효나 숫자를 나타낼 때 ‘아승기(Asemkiya)’ 또는 ‘갠지즈강(항하)의 모래 수’와 같은 단위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팔만사천’이라는 단위 또한 이렇게 셈할 수 없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숫자를 표현한다(팔만사천 법문, 팔만사천 번뇌, 팔만사천 국토, 팔만사천 다라니, 팔만사천 불보살, 팔만사천 방편 등). 팔만사천 법문은 모두 현재 무명 속에서 한량없는 번뇌로 늙고 병들어 죽어가고 있는 중생을 위해서 부처님이 설해 놓으신 것이라 할 수 있다.

경전 번역 10주년 축하 애니메이션 비디오 출시

84000은 경전 번역 10주년을 축하하고 이 사업의 중요성을 환기하기 위해 3분짜리 비디오 ‘지금 지혜의 말씀 구하기(Save Wisdom Now – The 84000 Story)’를 제작해 홍보 캠페인을 벌였다. 영어판은 영국의 유명한 배우 조안나 럼리가 문화유산 보존 활동으로 더빙에 참여했고, 캠페인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생과 득도, 열반을 기리는 티베트 전통 명절 싸가 다와(Saga Dawa)에 맞추어 진행되었다. 티베트에서는 음력 4월 15일이 부처님탄신일이며 올해는 6월 13일이었다. 부처님의 성도일과 탄신일, 열반일이 모두 4월에 몰려 있는 것을 강조하여 4월 한 달을 통째로 축제기간으로 지정, ‘싸가다와(Saga Dawa, 薩嘎達瓦節)’라고 부르고 있다. ‘싸가’는 석가모니를, ‘다와’는 달(月)을 뜻한다. 이 기간을 성스럽게 여겨서 채식과 보시를 행하고 축제를 갖는 등 여러 가지 방편으로 부처님 탄생의 의미를 기린다.

“84000은 번역가들과 협동해서 그들에게 편집 방침과 후원을 제공함으로써 이 지혜의 보석들이 모든 페이지에서 찬란히 펼쳐지도록 할 것입니다.

고대의 저자들과 현대세계의 거리를 없애기 위해 우리는 학자들이 훈련된 지성을 통해 인식한 언어들을 혁신적인 쌍방향 도구를 통해 제공함으로서 현대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항상 분주하게 움직이는 젊은 세대들에게 말 그대로 그들의 손가락 끝에 지혜를 얹어주는 것입니다.” - 84000 홍보 비디오

하여 | 영어 번역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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