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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병 있더라도 마음에는 없게 하라”
여시아문 126 - 병고(病苦)
2020년 07월 15일 (수) 13:23:55 법진 스님 budjn2009@gmail.com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는 인류를 공포와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세상살이의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졌고, 인류가 앞으로 헤쳐가야 할 세상은 코로나19 발생 이전과 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전염병이 몰고 온 우울한 풍경이다.

병(病)은 늘 인류와 함께해 왔다. ‘병듦’이 태어남〔生〕, 늙음〔老〕, 죽음〔死〕과 함께 삶의 네 가지 고통〔四苦〕 중 하나인 걸 보면 병은 인생에서 반드시 겪어야 할 과정이자 요소임을 알 수 있다.

어느 날 나쿨라라는 장자가 부처님께 “늙고 병들어 근심과 괴로움이 많다”며 가르침을 청했다. 부처님은 “몸에 의지하면 잠시 동안만 즐거움이 있을 뿐”이라며, “몸에는 병이 있더라도 마음에는 병이 없게 하라.”고 당부하셨다.

부처님은 ‘육신의 병’을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사윤회의 근원이 되는 ‘마음의 병’을 고치고 예방하는 일이 더 큰 일임을 일깨운 것이다.

<보왕삼매론>에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병고〔病苦〕로서 양약(良藥)을 삼으로 하셨느니라.”라는 말씀은 병듦을 슬퍼하거나 한탄하지 말고, 탐욕에서 벗어나 생사열반의 세계로 나아가는 지렛대로 삼으라는 말씀에 다름 아니다.

대강백으로 이름을 떨치던 경허 스님은 콜레라가 창궐한 천안을 지나다 병과 죽음의 실상을 깨닫고 치열한 구도의 길로 나아갔고, 꺼질 듯 위태롭던 한국 선불교를 중흥시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병을 두려워하고 멀리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병고를 채찍 삼아 일로정진(一路精進)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법진 스님 | 본지 발행인·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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