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가상|마지에 수묵|41 x 26.7cm|1931

우리나라에서 근대 최초로 수묵 추상회화를 시도하며 독자적인 먹의 추상화를 실험한 박봉수 화백의 전시가 금산갤러리에서 6월 27일까지 열린다.

박봉수 화백의 시도는 서구 추상미술의 흐름에서 독립된, 스스로 습득한 불교적인 선(禪)을 통해 독자적인 추상을 확립했다. 이로서 동양적인 서예 미학과 관련된 한국 추상미술의 주요한 자리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다양한 추상회화의 실험은 1940년대 조선미술전람회에 수차례 입선하며 작품을 알렸다. 당시 그의 작품에 대해 김환기 화백은 “지홍의 발상형식은 명상적인 동양의 도(道) 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그의 작품세계가 보여주는 미분화 상태의 혼돈 속에서 추상적 묵혼을 조형하고 다시 의도적인 상형을 이루는, 형상분화 작용을 하는 그의 표현방법은 독자적”이라고 했다. 또 “어떻게 보면 디테일을 외면한 것 같은 무기교의 대담하고 투박한 선은 오히려 생명력이 넘치는 강렬한 인상을 준다.”고 덧붙였다.

독일의 유명 신학자 파울 틸리히는 〈뉴욕 타임즈〉 기고문에서 “그의 묵시적인 추상은 동양의 도道와 상통하며 우리에게 섬광을 안겨다 주는 것”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는 수묵화, 수채화, 유화 등 다양한 기법을 모두 소화하며 동시에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도 구속되지 않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박봉수 예술의 결정판으로 평가받는 ‘금장천과의 대화’ 등 대표작 20여 점이 전시된다.

박봉수 화백은 1916년 태어나 일본과 중국에서 각각 1년여 동안 그림을 배우고 금강산 유점사, 신계사 등지에 머물며 불교사상을 접하고 불화를 그린 박봉수 화백은 1939년 조선미술전람회를 비롯해 현대작가미술전 등 공모전에서 여러 차례 입선했다. 경주에서 근화여자중학교 미술교사로 재직했으며 경주 분황사의 ‘원효대사 진영’을 제작했고 미국, 스위스,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전시회를 여는 등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다 1991년 작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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