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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 기획ㆍ연재 > 기획 | 마하시선원에서 보낸 열흘
     
첫날은 항상 끔찍하다
2020년 06월 12일 (금) 13:56:32 김은주 자유기고가

오전 9시까지 선원 오피스센터에 도착해 곧바로 방을 배정받고 명상복을 갈아입은 뒤 9시 40분에 점심을 먹기 위한 줄에 섰습니다. 친절한 한국인 수행자가 있어 나에게 이것저것 일러주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는 중국계 노스님에게서 팔계를 받고, 한국어로 된 위빠사나 기초지식에 관한 녹음 내용을 20여 분 들었습니다. 한국인이나 일본인, 중국인이 많이 오다 보니 각 나라 언어로 된 교육자료가 준비돼 있는 듯했습니다. 교육을 받을 때는 한국인 남자수행자가 안내했습니다. 그러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더니 바로 명상홀로 가야 할 시간이었습니다. 일과가 굉장히 빠듯하게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상홀에는 외국인 스님과 재가자가 수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하시선원은 외국인을 위한 명상홀을 따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식사할 때 나를 안내했던 한국인 수행자 이외에 한국인 수행자가 한 사람 더 있었는데, 이 사람이 명상홀에서 방석과 모기장을 골라 내 자리를 잡아주었습니다. 우리나라 선방과 달리 이곳에는 개인 모기장이 주어졌습니다. 당시는 건기라 낮 동안은 괜찮은데 밤이 되면 모기가 있기 때문에 각자의 자리에 모기장을 치고 명상을 해야 했습니다.

   
▲ 마하시선원의 남자 수행자 외부 명상홀.

모든 것이 방해꾼처럼 느껴져

자리에 앉았습니다. 마음이 굉장히 산란했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너무나 많은 변화가 일어나서 그런지 집중이 안 됐습니다. 그리고 현재 하고 있는 수행은 내게 익숙한 수행이 아니었습니다. 마하시선원에서는 기본적으로 좌선과 행선을 1시간씩 교대로 하는데, 이곳의 수행법은 아랫배를 관찰하면서 숨을 들이쉴 때는 ‘일어남’이라고 인식하고, 숨을 내쉴 때는 배가 꺼지는 것을 알아채면서 ‘사라짐’이라고 마음속으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난 한국에서 이런 수행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이것을 하자니 힘들었습니다. 멀쩡하게 쉬던 숨을 의식하자 갑자기 숨이 제대로 안 쉬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지나치게 집중을 했는지 머리로 압력이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괴로웠던 것은 소리였습니다. 내가 이토록 조용함에 집착하는 줄 몰랐습니다. 집에서 수행할 때는 조용했으며, 선방에서도 대체로 시계의 똑딱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조용한 가운데 수행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너무 시끄러웠습니다. 천장에는 대형 선풍기 6대가 일제히 돌아가는데, 엄청난 소음이었습니다. 그리고 밖에서는 까마귀가 참 시끄럽게 울었습니다. 한 성격한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참 앙칼지게 울었습니다. 가끔 개도 아주 소란스럽게 짖었습니다. 단순한 짖음이 아니라 밖에 무슨 큰 일이 일어났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러 마리의 개들이 일제히 몰려다니며 짖었습니다.

이런 온갖 소리 때문에 거의 집중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랫배의 일어남과 사라짐에 집중하려고 아무리 애써도 머리만 점점 무거워질 뿐이고, 나중에는 목덜미와 어깨도 무겁고, 눈에도 압력이 느껴졌습니다. 이런 큰 소리도 싫지만 더 괴로운 것은, 갑자기 느껴지는 미세한 소리입니다. 좀 집중이 돼서 마음이 잠잠해지려는 찰나 갑자기 바로 옆에서 ‘빠지직’하는 마룻바닥 밟는 소리가 나서 깜짝 놀라 고개를 들면 내 옆에서 행선을 하던 사람과 눈이 마주치는데, 겸연쩍고 불편했습니다.

마하시선원은 행선 시간과 좌선 시간을 분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좌선하는 시간에 다른 사람은 옆에서 빈자리를 돌아다니면서 행선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처음 한동안 정말 불편했습니다. 처음 오는 사람 대부분은 그랬습니다. 미얀마 다른 수행처에서 온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그곳도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아마도 외국인 수행홀을 통제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 같은데, 오래 된 수행자들은 전혀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듯 했습니다.

   
▲ 마하시선원의 여자 수행자 명상홀.

마음이 불편하고 집에 가고 싶어

마음은 ‘불편해, 불편해’ 하면서 아우성쳤습니다. 정말 괴로운 기분이었습니다. 온갖 소음에 노출된 채 괴로움을 느끼면서 5시간 동안 앉아있었더니 나중에는 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완전히 지쳐서 방으로 돌아와 혼자 침대에 앉았을 때 정말 끔찍한 감정이 몰려왔습니다. 살아오면서 때로 이런 기분을 느끼긴 했지만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난감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수행이 전부인 사람에게 그것이 제대로 안 됐을 때는 전부를 잃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조용한 내 방에서 원래 내가 하던 수행을 하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럴 수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여기서 10일을 버텨야 했습니다. 10일이 아니라 내게는 100년의 시간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더 힘든 것은 남편에 대한 미안함이었습니다. 난 내 결정으로 이런 처지에 놓였지만 남편은 내 말만 듣고 왔습니다. ‘아마도 나보다 더 큰 고통을 느끼고 있겠다.’ 싶으니까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난 왜 언제나 나를 이런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넣는지 모르겠다.’면서 신세를 한탄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마치 감옥에 갇힌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갑자기 자유라고는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고, 내가 가고 싶다고 갈 수도 없었습니다. 이런 현실이 너무나 마뜩찮고 괴로웠습니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내 방 창문엔 새시가 있었는데 그것이 감옥의 창살처럼 여겨졌고, 또 여자 숙소는 출입문을 관리인아줌마가 통제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명상홀을 하루에 세 번 가는데 그 시간에 맞춰서 출입문을 잠그고 열어서 꾸물거렸다가는 명상홀에 가고 싶어도 방에 갇혀 있어야 했습니다. 명상홀에서 수행을 하다가 좀 일찍 숙소로 돌아오고 싶어도 문이 잠겨 들어갈 수 없었으므로 일종의 통제를 받는 구조였습니다.

다음날 새벽 세 시에 눈이 떠졌지만 괴로운 마음은 여전했습니다. 물소리가 났습니다. 옆방 사람들은 새벽 명상을 가기 위해 준비하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난 침대에서 일어날 힘이 없었습니다. 장거리 여행을 하느라 지친 데다 갑자기 내게 맞지 않는 명상을 하느라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있었습니다. 정말 종이 한 장 들어 올릴 기운이 없어서 침대에 계속 누워있었습니다. 날이 밝아지면서 작은 새가 내 방 창가로 날아왔습니다. 창문을 열어놓았다가는 방으로 들어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귀엽다는 생각도 반갑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내 마음은 굳어있었습니다.

그런데 점심 먹으러 가기 위해 자리에서 간신히 일어나 머리를 감고 명상복을 갈아입고 나니까 기분이 좀 가벼워졌습니다. 기운은 없었지만 마음이 그렇게 무겁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무거운 기분은 수행 두 번째 날 저녁에도 계속됐습니다. 마음은 여전히 산란했고, 생소한 수행에 적응이 안 됐기 때문에 성과 없이 힘만 쏟는 식의 수행은 체력을 바닥나게 했습니다. 숙소로 돌아왔을 때는 완전히 지쳐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처하게 만든 나의 결정에 대한 원망과 남편에 대한 미안함으로 한동안 난감한 기분에 빠졌지만 어제만큼 강렬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남편 걱정은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남편은 전혀 괴롭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왜 괴로웠느냐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반문했습니다.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으로 긴장감이 가득 들어있는데 괴로울 게 뭐가 있냐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내게 군기가 빠졌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듣고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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