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대한 침묵〉은 프랑스 봉쇄 수도원 수도자들의 침묵수행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 수도원은 알프스 산맥에 위치하고 있으며, 가톨릭교회 중에서도 가장 엄격한 규율을 유지하고 있는 프랑스 그랑드샤르트죄즈수도회 소속의 카르투지오 수도원이다. 1688년에 지어진 이후로 한 번도 일반인에게 내부를 공개한 적이 없을 정도로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곳이었다. 그렇게 꼭꼭 숨겨진 수도원은 이 영화의 감독 필립 그로닝의 집념으로 세상에 공개되었다. 1984년 수도회 측에 허가를 요청한지 16년 만에 여러 가지 조건 하에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감독 혼자 촬영할 것, 조명으로만 촬영할 것, 음악 및 해설은 삽입하지 말 것 등의 조건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 영화는 일종의 ‘영화명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스토리, 해설, 음악이 없이 소박한 침실, 기도하는 모습, 종치는 모습 등의 생활이 영상이 되고 바람소리, 밥 먹는 소리, 촛불 타는 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 기도하는 음성, 빗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 등의 자연스런 소리가 해설이 되고 음악이 되었다. 영화가 흐르는 세 시간 동안 관객은 그들의 생활을 간접체험하면서 명상을 하게 된다.

꼭 정해진 장소에서 정좌를 하고 정해진 방법으로 명상을 하지 않아도 ‘영화명상’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자유롭게 명상을 할 수 있는 것이 알아차림 명상의 매력일 것이다.

기공수련을 위해 애쓰던 시간

10년 정도 기공수련을 위해 정해진 장소, 정해진 시간, 정해진 방법을 쫓았던 ‘나무’(가명)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그는 종합병원이라고 할 정도로 여러 종류의 지병을 가지고 있었다. 몸도 단련하면서 마음공부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남편과 함께 기공수련을 시작하였다. 그녀는 기공수련을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어 집에서 1시간 반 정도 거리의 센터를 찾아 수련을 했다. 센터에 다녀오는 날은 5시간 이상이 소모가 되었고, 밤늦게 들어오는 날도 종종 있어서 일상생활의 패턴이 깨지기 일쑤였다. 그리고 1년에 한 두 차례는 기공수련을 위해 그룹이 함께 움직이면서 기운이 좋다는 장소를 찾아 오랜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같이 생활해야 했다. 그래도 몸이 좋아지는 것 같은 기분에 10년을 그렇게 보내게 되었지만, 내적인 마음공부보다 오히려 외부의 기운에 민감해졌다. 또 허리 디스크가 생기면서 장거리 이동은 고통스럽기만 했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으면서까지 거리에 뿌려지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몸도 마음도 불편하니 센터에 가지 않을 불만꺼리가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10년의 기공수련을 접게 되었다.

그러던 중 인터넷 방송인 유나방송을 접하게 되었고, 명상프로그램을 접하게 되었다. 하지만 듣다보면 스르르 잠에 빠지기 일쑤였다. 그래서 제대로 명상을 해보려고 알아차림 호흡명상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녀도 다른 참여자들처럼 난생 처음으로 자신의 호흡을 인지하게 되었다. 그것이 신기했고, 자신의 자연스러운 호흡을 찾기가 어려웠다. 오랜 기공수련 때문인지 자신도 모르게 숨을 통제하면서 깊게 들이 쉬고 내뱉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그 때문인지 다른 참여자들보다는 예민하게 들숨과 날숨 그리고 멈춤이 관찰되었다.

이젠 호흡이 있는 곳 어디서나

프로그램 3회기 쯤, 그녀는 자신의 경험담 한 가지를 이야기했다. 위가 아파서 며칠 동안 약을 계속 먹던 어느 날, 위가 아파서 새벽에 잠이 깼다. 약을 찾기보다 혹시나 싶어 호흡에 집중을 했는데, 호흡이 거칠고 짧았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호흡은 거칠고 짧았고, 통증은 가라앉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진통제를 먹으니, 통증이 가라앉으면서 거칠고 짧았던 호흡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되더니 잠이 들었다는 이야기였다.

물리적 통증은 알아차림 호흡명상으로 해결이 안 될 것 같았던 그녀에게 차츰차츰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허리디스크 때문에 늘 요통이 있었는데, 프로그램 7회기쯤 요통의 감소를 경험하였다. 그날도 앉아서 호흡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허리 통증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통증에 집중하면서 호흡을 하였다. 지도에 따라 들숨일 때의 통증의 강도와 날숨일 때의 통증의 강도를 관찰해보았다. 그리고 통증이 좀 더 강한 호흡 쪽에 집중을 하였다. 호흡을 반복할수록 강도를 느끼면서 관찰을 하니, 통증이 점점 약해졌다. 명상이 끝날 때쯤 요통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 경험을 하고 난 이후로 그녀는 신체 어느 곳이든 통증이 일어나면, 알아차림 호흡명상을 했다.

위 수면내시경을 검사했던 날도 검사가 끝나고 잠에서 깨면서 어지럼증이 발생했다. 그래서 나무는 이때다 싶어 호흡에 집중하였다. 서서히 어지럼증이 사라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경험하게 되면서 그녀의 진통제는 알아차림 호흡명상이 되었다.

호흡명상 하다 보니 “행복 대신 감사”

요즘 그녀는 아침에 미소 지으며 알아차림 호흡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하니 마음이 차분해지고 여유로움이 생겼다. 그리고 긍정적이고 낙천적으로 변한 자신과 마주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통증이 심할 때면 ‘남들은 다 건강한 것 같은데, 왜 나만 통증에 시달리며 아파야하지?’라며 원망하고 쉽게 짜증을 냈는데, “어떨 때는 행복 대신 감사라는 단어가 저절로 나와요.”라고 이야기할 만큼 변화된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명상 할 장소를 찾아 왕복 3시간씩 거리에서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 명상을 하기 위해서 시간에 쫓기며 일상생활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그녀는 명상을 하기 위해서 1년에 두어 차례 장시간을 투자해서 집단생활을 하며 기운 좋은 장소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숨 쉬는 지금, 바로, 여기에서 알아차림 호흡명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명상을 하는 이 순간 감사함을 느끼며, 모든 주의 집중을 호흡에 맡겨 카메라 앵글이 돌아가듯 그저 지켜보면 되는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순간순간 자신의 들숨과 날숨을 정확히 알고, 들숨과 날숨에 머물러 거기에 집중한다면, 한발 더 나아가 현재 순간에서 수용의 태도로 깨어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면, 호흡은 분명 좋은 수행도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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