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민주노조의 노조할 권리 찾기 결의대회. ⓒ 불교닷컴.

법원이 조계종 민주노조가 자승 원장을 고발하고 기자회견을 하는 등의 활동을 한 것이 ‘진실’되고, 공공성이 강조되는 종교단체인 조계종단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자승 전 총무원장을 비방한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제42민사부(재판장 박인성)는 5일 조계종 민주노조(이하 민주노조)가 조계종유지재단, 조계종 총무원, 조계종이 설립한 주식회사 도반HC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청구 소송에서 심원섭 민주노조 지부장과 인병철 지회장을 해고한 것과 심주완 사무국장과 박정규 홍보부장에게 각각 정직 2개월, 정직 1개월 징계를 처분한 것을 ‘무효’라고 판결하면서다.

조계종단은 민주노조가 자승 전 원장을 고발하고 기자회견을 하는 등의 활동을 한 것을 종단 명예 실추와 삼보 비방이라고 주장해 왔다. 법원은 민주노조가 승려노후복지기금 마련을 위해 종단 사업으로 진행된 감로수 생수 사업에서 자승 전 원장이 특정인에게 일정액의 수수료를 주도록 해 종단에 손해를 입혔다는 취지의 공익제보를 한 것은 조계종단의 공익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보았다. 또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으로 판단했다.

“조계종은 공공성 강조되는 종교단체…자승 고발은 공익성
자승은 임기 마친 후에도 여전히 종단 내부에 영향력 발휘”

법원은 우선 조계종단이 “고도의 공공성을 갖는 공법인으로, 내·외부로부터 감시 견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조계종단은 개인 사기업이 아니며, 신도들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재원 내지 수익을 관리하는 공공성이 강조되는 종교단체라는 것이다.

이어 “자승 스님이 조계종단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을 인정하고, “고발과 기자회견이 전체적으로 목적과 경위 등이 비춰 공익성이 있고, 민주노조가 감로수 사업에 관하 자승 원장의 비리 의혹을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고, 공표방법도 정당하다.”고 했다.

법원은 “조계종은 불교계에서 가장 큰 종단이고, 그 대표자 였던 자승 원장은 대표자 임기를 마친 이후에도 여전히 조계종단 내부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면서 “감로수 사업의 수익금이 본래 목적에 맞게 사용되지 않고 자승 원장의 지시에 따라 제3자에게 지급되고 있다는 의혹은 조계종단 업무의 공익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관한 것”이라고 보았다.

때문에 조계종 민주노조가 자승 원장을 고발한 것은 공공의 이익과 노조의 정당한 활동으로 본 것이다.

“자승 지시로 특정인에 수수료”…다른 직원도 들었다

법원은 밝힌 상당한 이유의 첫 번째는 “하이트진로음료의 (감로수 담당자인) 송모씨가 인병철 노조지회장(도반HC, 감로수 담당)과 안모씨에게 ‘일관되게’ 자승 원장의 지시로 특정인에게 감로수 생수 사업 로열티 중 일부가 지급되고 있다고 진술했다.”는 점이다. 감로수 사업 담당자였던 송모씨가 안모씨에게도 자승 원장이 수수료를 지급하도록 지시했다는 발언을 한 것이 문건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 판결문이 처음이다.

두 번째는 “‘정 로열티’를 지급받는 주체인 주식회사 정은 등기부등본에 의하면 본점 소재지가 서울 강남에 있는 성형외과 병원인 ‘인피니 의원’이었다는 점이다.

법원도 의심한
“주식회사 정 소재지는 성형외과 병원
병원장이 감사이자 은정불교문화진흥원 이사
자승 원장 동생 이호식이 ㈜정 이사로 등기”

세 번째는 주식회사 정의 사업 목록에 일반홍보마케팅과 관련된 분야는 없었다는 점이다. 조계종과 하이트진로음료(주)는 모두 주식회사 정이 감로수 생수 홍모마케팅을 맡은 회사이며, 홍보마케팅 수수료가 지급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네 번째는 감로수 홍보마케팅 회사라는 주식회사 정의 감사 김현수는 ‘인피니 의원’의 원장이었고, 자승 원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법인 은정불교문화진흥원에서 2011년 7월경부터 2017년 7월경까지 이사로 재직했다는 것이다. 인피니 의원은 주식회사 정의 법인 소재지와 같다.

김현수 원장은 최근 재벌가 인사 등에게 불법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김 원장은 재판과정에서 감로수 수수료로 병원 직원들 급여를 지급하고 고급 외제 스포츠카 비용을 지급한 전력이 드러났다. 김 원장은 재판과정에서 주식회사 정과 관련된 검찰 측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기도 했다.

다섯 번째는 자승 원장의 동생인 이호식 씨가 2012년 9월부터 2015년 9월경까지 주식회사 정의 이사로 등기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법원, “자승-(주)정-하이트진로음료 공모 관계”

여섯 번째는 법원은 민주노조가 자승 원장을 배임혐의로 고발한 사건이 검찰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지만, 검찰이 고발인 측인 민주노조원들에게 무고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다.

일곱 번째는 민주노조가 고발이 아닌 내부적 해결방안을 먼저 모색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고, 곧바로 고발과 기자회견을 했더라도 외부 공표행위가 부당하지 않다고 본 점이다.

여덟 번째는 자승 원장의 비리 의혹은 조계종단이 아닌 외부의 제3자인 하이트진로음료와 주식회사 정의 공모관계를 전제로 한 것이며, 이에 따라 종단 내부 시정절차로 주식회사 정에 대한 실효성 있는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느냐는 의문이 드는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이는 자승 원장-하이트진로음료-주식회사정의 공모관계에 조계종단의 내부 시정절차를 모색하는 것은 유의미하지 않다는 의미다.

아홉 번째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조계종단에서 총무원장에서 물러나고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자승 원장과 관련된 비리 의혹을 조계종단 내부에서 충실히 조사했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컸다고 보았다.

열 번째는 자승 원장을 고발하고 기자회견을 한 민주노조원을 대기발령하고 곧 해고 및 정직 처분 등 징계절차를 개시한 사정으로 볼 때 종단 내부 체계를 통해 자승 원장의 비리 의혹을 충분히 해소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처럼 법원은 민주노조가 자승 원장을 고발하고 기자회견을 한 상당한 이유를 열거 하면서 해고와 정직 등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이며 무효라고 판결했다.

더욱 눈에 띄는 점은 자승 전 총무원장이 임기 마친 후에도 종단내부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상황에서 조계종 민주노조가 조계종단 내부의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또 자승 원장이 주식회사 정에 수수료를 주도록 지시한 의혹과 관련해 이 관계는 조계종단이 배제된 ‘자승-주식회사 정-하이트진로음료’의 공모관계로 봤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계종 민주노조가 자승 원장을 고발한 사건은 현재 대검에 계류 중이다. 조계종 민주노조원들에게 대한 법원의 판결이 검찰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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