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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집 후원금 논란 ‘일파만파’
연 후원금 26억 원 중 할머니에겐 6400만 원만 사용
위안부 할머니 사후 호텔식 요양원으로 전환 계획
후원금으로 땅 매입…경찰, 자료 압수 수사 본격화
2020년 06월 03일 (수) 08:24:36 이창윤 기자 budjn2009@gmail.com
   
▲ 5월 19일 방송된 MBC ‘나눔의 집에 후원하셨습니까?’편 화면 갈무리.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생활하고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이 후원금을 할머니들에게 제대로 쓰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할머니들 사후에 시설을 역사 교육 시설로 활용하지 않고 호텔식 요양원으로 전환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이런 사실은 ‘나눔의 집’ 직원들이 제보하고, MBC <PD수첩>, <한겨레신문>, <시사인> 등 여러 매체가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드러났다.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 자리한 ‘나눔의 집’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돌보기 위해 1992년 불교인권위(당시 이사장 월주 스님)가 주축이 돼 설립한 요양·보호시설이다. ‘나눔의 집’은 ‘사회복지법인’(이하 법인)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생활하는 ‘요양·보호시설’(이하 시설), 부속 시설인 ‘역사관’으로 구성돼 있다. 법인은 시설과 역사관을 총괄한다.

2000년부터 올해까지 ‘나눔의 집’ 이사회 및 회계 기록을 확보해 분석한 <시사인>의 보도에 따르면 ‘나눔의 집’에는 결산 기준으로 지난해 26억 원가량의 후원금이 들어왔다. 하지만 이중 할머니들에게 쓰인 돈은 6400만 원에 불과했다. 후원금을 사용해야 할 시설운영비는 2019년 결산 기준으로 한 해 4억 2600만 원가량인데, ‘나눔의 집’은 지난 해 정부로부터 3억 743만 원을 지원받았다. 할머니 실제 생활하는데 필요한 돈 3/4 가량을 국고보조금으로 집행한 것이다. 시설 운영비에는 직원 급여와 시설 유지·보수 비용, 운영비 등이 포함된다.

MBC <PD 수첩>에 따르면 할머니들은 먹고 싶은 음식이 있어도 맘껏 먹을 수 없었다. ‘나눔의 집’은 2018년 국가지원금 외에 할머니들을 위해 의료비나 장례비, 재활치료비를 단 한 푼도 지출하지 않았다.

‘법인’은 이런 식으로 2019년까지 후원금을 60억 원(이월금, 2020년 예산안 기준) 가량 적립했다.

‘나눔의 집’은 광주시 감사 결과 보건복지부 ‘사회복지법인 및 사회복지시설 재무 회계 규칙’에 명시된 법인회계와 시설회계 분리 규정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시설 홈페이지 후원계좌와 시설에 비치된 후원신청서에 표시된 계좌는 모두 법인명의였다.

법인 이사회는 2년 전부터 후원금으로 ‘호텔식 요양원’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운 사실도 드러났다. <시사인> 보도에 따르면 법인 이사인 원행 스님(현 조계종 총무원장)은 2018년 2월 28일 열린 법인 이사회에서 “좀 더 후원금을 받아서 2~3년 계획을 세워 1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요양원을 지었으면 한다. … 2017년까지 쌓인 37억 원 정도로는 부족하고 100억 원 정도는 잡아야 100여 명을 수용할 만한 요양원을 지을 수 있다”고 발언했다. <한겨레신문>도 “실제로 ‘나눔의 집’은 올해 2월 법인 사업 종류를 ‘무료양로시설·무료전문요양시설’에서 ‘노인양로시설·노인요양시설’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정관 개정안을 소관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 광주시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 ‘나눔의 집’홈페이지 갈무리.

법인 이사회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써야 할 돈을 모아 일제 강점기 인권 말살의 역사를 후손과 세상에 알리기보다 호텔식 요양원을 지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후원금으로는 토지를 구입할 수 없는 데도, 매입한 사실도 밝혀졌다. <시사인>에 따르면 ‘나눔의 집’은 시설 근처에 1만 3000여 제곱미터, 29억 원 상당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일부는 법인 대표이사인 월주 스님과 안신권 소장 개인명의다. “후원금을 절약해서 사용하고 토지 등을 사서 사업 영역을 확대하자.”는 이사회 발언도 공개됐다.

방송인 유재석 씨가 위안부 인권센터 건립을 위해 지정 기탁한 금액이 생활관 건립에 전용된 사실과 ‘나눔의 집’에 기부된 쌀이 해마다 1톤 넘게 중앙승가대학교로 옮겨진 의혹도 <PD수첩> 보도로 드러났다. 당시 중앙승가대 총장은 현 조계종 총무원장이자 ‘나눔의 집’ 원장, 역사관 관장을 역임한 법인 이사 원행 스님이다.

안신권 소장은 <불교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쌀이 중앙승가대로 간 것은 스님들 많이 계시고 하니까, 묵은 쌀이라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또 토지 소유에 대해서도 “법인 명의로는 농지를 취득하기 어려워 법인 이사회에서 개인 명의로 구입하기로 의결한 것”이고, 유재석 씨 지정기탁금 전용 문제는 “지정기탁서 처리 과정에서 유재석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나눔의 집’도 5월 19일 입장문을 내 “2020년 3월 16일 관할지자체인 광주시청에 특별감사를 요청, 4월28일 사전결과 통지서를 통보받았다.”며, “후원금 횡령 및 할머니들에 대한 문제는 지적된 바 없으며, 다만 운영과 관련한 경고와 시정명령 조치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조계종도 기획실장 명의로 ‘MBC PD 수첩의 사실 왜곡과 불교 폄훼에 대한 입장문’을 내 “‘나눔의 집’은 조계종이 직접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PD수첩>은 예고편을 통해 ‘조계종 법인’이라고 표현한 근거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나눔의 집’은 조계종 관리·감독 기관이 아니”라는 조계종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조계종은 <법인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이하 법인법)을 제정해 조계종 승려 등이 설립한 법인을 종단에 등록케 하고, 종단이 해당 법인에 인사, 재정, 감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실제 ‘나눔의 집’ 법인 이사 2/3는 <법인법>에서 정한대로 조계종 스님이고, 법인의 명칭에도 ‘대한불교조계종’이 사용되고 있다.

조계종이 ‘나눔의 집’ 법인에 대해 <법인법> 적용을 외면하는 것은 직면한 곤란을 회피하려는 목적이자, 이 법이 재단법인 선학원을 종단에 예속시키려는 수단에 불과한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눔의 집’ 법인 상임이사와 ‘나눔의 집’ 원장, 중앙승가대학교 총장을 지낸 원행 총무원장도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이사회 발언이나 19년 동안 상임이사로 재임한 이력으로 미루어 회계 부정, 후원금 적립, 호텔식 요양원 추진, 쌀 전용 등 ‘나눔의 집’과 관련된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PD수첩> 보도를 접한 한 네티즌은 “승려들의 욕망의 민낯을 또다시 본다.”며, “불사 사업으로 돈을 불리는 추악한 자본의 민낯, 위안부 피해 할머니까지 사업의 대상으로 이용하다니 부끄럽다.”고 비난했다.

한편, 법인은 6월 2일 서울시 영화사에서 징계위원을 열어 안신권 소장을 사직 처리한 뒤 이사회를 열어 무의탁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 양로시설과 무료 전문 요양시설, 미혼모 생활시설을 설치·운영,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을 운영을 사업 종류에 포함하는 내용으로 정관과 운영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법인은 지난달 25일 홈페이지에 시설장 공개 채용 모집 공고를 낸 상태다.

앞서 경찰은 후원금 논란과 관련, 관련 자료를 압수해 분석하고 관계자를 소환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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