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 봉축사

▲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

작은 시작이었습니다. 히말라야 기슭의 작은 나라에 한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삼세 부처님들의 원력이 피어나는 천지의 울림이었고, 오래지 않아 룸비니 동산에서 시작된 봄소식은 온 천하를 꽃피웠습니다. ‘괴로운 세상을 평온하게 하리라三界皆苦我當安之.’는 탄생 일성은 뭇 중생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올해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은 매우 특별합니다. 윤달 4월 초파일에 개최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의 창궐은 모두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당연한 모든 것을 변하게 하였습니다. 이 위험한 바이러스로 인해 모든 세계인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불교계는 누구보다 빠르게 선제적인 조치를 단행하여 사회적 노력에 동참했습니다.

나아가 우리는 공의를 모은 끝에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불교계의 최대의 축제인 연등회를 전격 취소하고, 윤달 4월 초파일에 법요식을 봉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4월 초파일에서 윤달 4월 초파일까지 스님들은 절에서, 신도는 가정에서 국가와 국민의 안녕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쉽지 않았던 결정들은 부처님의 탄생게에 입각한 모든 불자들의 동체대비同體大悲의 원력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불교계의 자비 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5천여 명의 스님들은 긴급재난지원금을 기부하기로 했고, 전국의 많은 사찰과 단체가 방역을 위해 애쓰는 의료인들과 보살핌이 필요한 이웃에게 격려와 지원의 손길을 베풀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한국불교의 유전자에 각인된 호국안민護國安民의 정신이 발현된 것입니다.

이미 우리는 날마다 부처님오신날이고, 언제나 자비로운 마음이 꽃피는 세상을 가꾸고 있습니다. 감동스러운 부처님오신날을 열어 주신 종정예하와 사부대중에게 지극한 마음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코로나19의 위기 속에 봉축법요식이 원만히 봉행되는 것은 대통령님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 헌신적인 의료진들과 불편을 기꺼이 감수한 국민들 덕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의 봉축법요식은 온 대한민국이 함께 만들어낸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코로나19를 통해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존재가 온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의상조사께서는 법성게를 통해 ‘하나 속에 모두 있고 모두 속에 하나이며 하나 그대로 전체이고 천지가 그대로 하나이네. 한 미진 속에 온 우주가 담겨있고 미진마다 다 그러하다一中一切多中一 一卽一切多卽一 一微塵中含十方 一切塵中亦如是.’고 설파하셨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또한 그렇습니다.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동은 온 우주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 세상은 나와 무관한 객관 세계가 아니라 모두가 하나의 인드라망으로 연결되어 있고 나에 의해 매 순간 새롭게 창조됩니다. 그러니 우리 스스로 부처님처럼 마음 쓰고, 부처님처럼 말하고, 부처님처럼 행동하면 온 세상이 부처님으로 가득한 화엄세계가 성취될 것입니다.

올해 들어 우리 종단은 여러 스님들에게 한국 불교의 내일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놀랍게도, 과거의 빛나는 유산보다도 현대 사회에서 불교가 세상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새롭게 정립하자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종도의 뜻을 받들어 종단 집행부가 추진하는 백만원력결집 불사에 더 역량을 집중해야겠습니다. 또 부처님 법을 현대 사회에 회향하는 포교와 복지, 그리고 문화를 전달하는 방법을 정립하고, 그것을 실현할 역량을 갖춘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불사에 함께 힘쓰도록 합시다. 백만 명의 원력보살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제각각 자기 색깔과 향기로 부처님 법을 꽃피우는 화엄불국토를 만들어갑시다.

국민 여러분과 불자님들께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늘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불기 2564년 5월 30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 천태종 총무원장 문덕 스님 봉축사

▲ 천태종 총무원장 문덕 스님

오늘은 좋은 날, 아름다운 룸비니 동산에 부처님이 오신 날, 환희와 축복의 날입니다.

거리마다 등 밝히고, 마음마다 지혜 밝혀 부처님 오신 소식을 널리 전하고 대자대비의 가르침 높이 받들어 억겁 미진수 세계의 끝까지 봉축의 기쁨을 전합시다.

‘코로나 19’의 고통이 있는 곳에 부처님 오신 뜻이 더욱 밝게 전해지고, 경제불황과 대립 갈등이 있는 곳이 부처님의 대자대비가 더욱 분명히 전해지도록 오색등을 높이 들고 칠보등을 장엄합시다.

부처님은 이 땅에 오시어 일체중생이 원만 덕상을 구족 하였음을 설하시고, 만 생명이 청정한 법신임을 일깨워 주셨습니다. 시방세계가 부처님의 국토요 육도 중생이 부처님의 분신이니, 우리 사는 이곳이 보리도량이요 우리 사는 이 순간이 성불의 바탕입니다.

불자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세상은 질병의 공포로 어수선하지만 부처님 정법은 오히려 오탁악세를 향해 더욱 밝고 우렁찹니다.

오늘 부처님오신날 시대의 고통을 소멸시키는 지혜의 빛을 밝히고, 삼악도를 끊어 버리는 대자대비의 행원을 펼치며 일체중생의 복락과 해탈을 위해 참회하고 기도합시다.

중생이 아픈 곳에 보살이 아프고 보살이 아픈 곳에 부처님 지혜와 자비 더욱 뚜렷하니, ‘천상천하 유아독존 일체개고 아당안지’의 탄생게가 바로 그 뜻입니다. 마음이 밝으면 병고가 사라지고, 일신이 청정하면 불국토가 성취되니 우리 모두 오색등의 마음 밝혀 시방삼세의 무명을 걷어 내야 하겠습니다.

오늘 부처님오신날의 환희와 축복으로 일체 질병이 소멸하고, 사람마다 나라마다 부처님 무량가피가 무궁무진 드리우기를 기원합니다.

불기 2564년 부처님오신날
대한불교천태종 총무원장 이문덕

 

■ 진각종 통리원장 회성 정사 봉축사

▲ 진각종 통리원장 회성 정사

불기 2564년 부처님오신날입니다.

거룩하신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날을 맞았지만
예기치 않게 맞닥뜨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봉축의 환희를 누리고, 기쁨을 나누기가 어렵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엄청난 감염자를 양산하면서,
생명을 잃은 희생자들이 속출하는 불안과
공포의 그림자가 여전히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누구를 막론하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암울함에 갇혀
꽃 대궐, 봄 마중을 할 계절마저 송두리째 빼앗겼습니다.
부처님오신날의 전통 봉축행사도
한 달여나 연기되는 사상초유의 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이때
절망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손길을
서로서로 내밀었습니다.
극한의 위기상황에서도
참고, 기다리고, 베풀고, 돕는 마음으로
희망을 싹틔웠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저마다 키운 새 희망은
점점 더 밝은 빛이 되어 보다 넓은 세상을 비추고,
보다 많은 이들을 인도하는 길이 됐습니다.

민주적 가치, 자율적 방역, 사회적 배려,
참여적 협력을 기반으로 한 우리들의 노력이
세계질서의 거대한 변화를 이끄는 지남이 되고 있습니다.
연대하고 공조하는 길만이
절대적 성취라는 깨달음도 일깨웠습니다.
세계가 한국을 치유와 극복의 본보기처럼
우러러보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의 자비심과 실천행이 빛으로 떠올랐습니다.

불기 2564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으면서
곧 다시 맞이할 일상의 행복을 위해
평상심을 회복합시다.
우리들의 서원과 정진으로 탐진치를 물리치고
‘자비로운 마음이 꽃피는 세상’을 열어갑시다.

소중한 목숨을 잃은 수많은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병마와 싸우는 모든 환우들의 쾌유를 기원합시다.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로
코로나19의 위기에서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다 같이 참회하고 서원정진 합시다.

대한불교진각종 통리원장 회성

 

■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 스님 봉축사

▲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 스님

우리도 부처님같이

사월이라 초파일 부처님 오신날!
산에도 들에도 꽃피고 새 우네! 벌 나비 춤추고 만 생명이 환희롭습니다.
만유에 평등하시어 두루 하신 부처님! 중생의 원에 따라 청정법신의 화현으로 이 사바세계에 강탄하시었습니다.
“하늘과 땅위에 참 생명들은 이 세상 어디에 있어도 내가 모두 편안케 하리라”는 진리의 말씀을 찬탄합니다!
한없는 자비와 복덕으로 이 땅에 오신 부처님은 무명에 빠진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원만 구족한 지혜를 인간의 몸으로 열어 보여주시고 깨달음의 길로 인도하여 주셨습니다.
우리도 부처님같이 스스로 번뇌의 불길을 끄고 고통의 물길을 건너서 무명의 바람을 뛰어넘어야 하겠습니다. 상생의 이해와 즐거움이 넘치고, 장도(長途)의 걸림 없는 부처님같이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인천의 스승이신 부처님이시어 우리들에게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얻게 하시고, 코로나19의 고통에서 벗어나 밝은 세상 되게 하소서!
인연이 지중하신 불자여러분!
어려운 시기일수록 남을 배려하는 너그러움과 이웃을 아끼고 사랑하는 덕성이 넘치도록 하여 해탈의 기쁨을 알아 갑시다.
마음밖에 부처가 없고, 진리가 따로 없듯이 산하대지가 참 생명의 마음을 벗어나지 않으니 대천세계가 법신체이며 우리들의 본래면목입니다.
부처님 오신날 연등공양을 올려 지혜의 빛과 믿음의 열정으로 병고없는 행복의 등불을 밝힙시다.
고뇌중생을 인도하는 지혜의 등불을 밝힙시다.
마하 반야바라밀

대한불교관음종 총무원장 홍파

 

■ 태고종 총무원장 호명 스님 봉축사

▲ 태고종 총무원장 호명 스님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불자 여러분,
코로나19를 이겨내시느라 얼마나 어려움과 노고가 크신지요. 그래도 묵묵한 마음과 꿋꿋한 정신으로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계시는 여러분들의 공동체 정신에 부처님의 명호로 무한한 찬탄의 박수를 보냅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불교계도 국민 여러분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고, 코로나19 사태를 하루 빨리 종식시키자는 마음에서 불기 2564년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를 한 달이나 연기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우리 불교계에서는 아직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모두가 다 불보살님들의 자비광명과 불자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올 부처님오신날은 그 어느 해보다 뜻 깊고 소중하다고 여깁니다. 3천 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것도 결국은 우리가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동고동락(同苦同樂)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부처님께서 태어나시자마자 “삼계가 모두 괴로움이니 내가 마땅히 편안하게 하리라(三界皆苦 我當安之)”라고 탄생게(誕生偈)를 읊으신 것도 결국은 어려움도 함께 나누고 기쁨도 함께 나눠 우리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살아가자는 데 다름 아니었던 것입니다.

맞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처럼 우리 모두는 연기적 존재입니다.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고, 내가 없으면 당신도 없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모두는 한 배에 탄 존재입니다. 오늘 맑고 밝고 향기로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부처님의 대자대비와 지혜광명으로 코로나19 역병은 하루 속히 물러나고 국민 여러분들의 근심 걱정이 맑게 소멸돼 경제회생과 함께 국민 모두가 이고득락(離苦得樂)한 삶을 살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불기 2564년 부처님오신날
한국불교태고종 총무원장 호명 합장

 

■ 총지종 통리원장 인선 정사 봉축사

▲ 총지종 통리원장 인선 정사

불기 2564년 부처님오신날을 불자 여러분들과 함께 봉축하며, 삼계 속에서 고통 받는 모든 존재들이 대일여래비로자나부처님의 자비 광명 속에서 편안하시기를 서원합니다.

불자 여러분!

작금의 팬데믹 시대는 우리의 삶 깊숙이 고통과 두려움으로 스며들고 있습니다. 이런 거친 파고(波高) 속에서 사회, 경제구조의 변동은 불가피하며, 심지어 정신구조의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인류는 더 이상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는 변환의 시점에 서 있게 된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총성 없는 전쟁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의 상실, 타인에 대한 혐오의 확산과 신뢰의 약화 등으로 인간사회 전반이 위축되고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으로 국내외 소비 경제가 둔화되었고, 조업중단의 장기화와 인력 감축 등 경제적 어려움이 현실화 되고 있습니다. 이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자칫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에 빠져, 탐욕과 혐오, 어리석음의 구조를 더욱 굳고 단단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불자 여러분!

시시(時時) 자비 마음이면 처처(處處)가 연꽃 세상입니다. 이런 위기의 시대에 우리 불자들은 무엇보다 우리의 본심(本心)인 자비의 마음으로 어두운 세상에 희망의 길을 열어야 할 것입니다. 먼저 사회적, 생활속 거리 두기라는 물리적 거리는 서로에 대한 관심과 공감의 연대로, ‘거리’를 마음의 ‘관계’로 전환시켜 나가야 하겠습니다. 이러한 마음의 관계는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살피고, 고통을 덜어주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관심과 공감이라는 자비의 씨앗과, 자비의 적극적 실천의 연(緣)을 통해 고통의 해소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타인과 세상에 자비의 마음과 실천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고통과 두려움은 안녕과 희망으로 바꾸어 나갑시다. 성도합시다.

불교총지종 통리원장
인선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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