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난 산과 절에서 명차(名茶)가 난다

 

중국의 역대 명차(名茶)들의 그 근원을 가만히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명산(名山)에서 명차(名茶)가 생산 된다는 것과 명산(名山)에는 반드시 유명한 불교사원이 어김없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차가 성장하기에 적합한 기후와 토양 등의 자연적·환경적 요인에 의해 자생(自生)을 하였든 또는 인간이 그러한 조건 등을 선별하고 이용해서 차를 심고 재배를 하였든 간에, 어쨌든 명산(名山)과 명사(名寺) 그리고 명차(名茶)가 불가분의 관계로 함께 어우러져 있다는 점이다.
중국 역대의 각종 문헌·시구(詩句) 또는 민간 전래의 속설 그리고 전통 있는 차관(茶館) 등에 주로 많이 나붙어 있는 대련(對聯) 중에 “명산생명차(名山生名茶)”, “자고명사출명차(自古名寺出名茶)”라는 글귀가 심심찮게 자주 등장하여 이러한 사실을 잘 입증해주고 있다. 이번 호부터는 불교의 유명사찰과 명산(名山)을 중심으로 기원하여 발전·생산된 중국의 명차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차를 애호하는 다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차의 발상지나 기원지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기원의 역사를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건성으로 지나쳐 버리기도 한다.
중국의 역대 명차를 꼼꼼히 상고해보면 그 중에는 불교사원에서 최초로 심고 재배하고 또 새롭게 창출해 낸 차들이 아주 많이 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은 각종 고문헌(古文獻) 이나 중국의 민간전설 중에서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역사적 고찰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더욱 두드러지며 거의 대부분의 중국 명차의 기원이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기원적 배경이 불교사원과 인연을 두지 않고 있더라도 불교의 고사(故事)와 관련이 있거나 또는 시대를 내려오면서 불교사원을 중심으로 그 제다법이 창신(創新)되고 발전하여 온 차들이 많은 것을 발견할 수가 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원인들은 직접·간접적으로 불교의 영향 속에서 탄생한 것이거나 혹은 과거 중국인들의 불교에 대한 강한 신앙심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중국차의 발원지인 사천성(四川省) 아안(雅安) 몽산(蒙山 또는 蒙頂山)에서 생산되는 ‘몽산차(蒙山茶 또는 蒙山頂茶)’는 ‘선차(仙茶)’라고도 하는데 전설에 의하면 한(漢)나라 때 감로사(甘露寺)의 보혜선사(普慧禪師)가 직접 심었다고 전한다.  그 품질이 매우 우수하여 황제에게 바치는 공차(貢茶)의 반열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이는 중국 최초의 식차(植茶)·재배이자 최초의 공차(貢茶)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절강성의 보타산(普陀山), 안휘성의 구화산(九華山), 산서성의 오태산(五台山) 등과 함께 유네스코[UNESCO〕에서 ‘불교사대명산(佛敎四大名山)’으로 지정된 아미산(峨眉山)은 이미 진대(晋代) 때부터 차를 심기 시작하였고, 여기서 생산되는 아미차(峨眉茶)는 당대에 이미 그 명성을 떨쳤다. 아미산의 흑수사(黑水寺) 뒤에는 아직도 천년 수령의  고차수(高茶樹) 한그루가 세월의 무게도 아랑곳없이 떡하니 버티고 서 있다. 역사에 의하면 이곳 승려들이 이 차수에서 찻잎을 채취한 뒤 그 유명한 ‘설아(雪芽)’ 차를 만들어 황제에게 공차(貢茶)로 바쳤다고 한다.
현재 중국의 최고의 명차로 서방에까지 널리 알려진 복건(福建) 무이산(武夷山)에서 생산되는 ‘무이암차(武夷岩茶)’는 오룡차(烏龍茶)로도 불려지는데 이 차는 사찰에서 제다(製茶)한 것을 최고 정품으로 치고 있다. 특히, 무이암차(武夷岩茶)는 승려들이 직접 채다(採茶)하였는데 그 채적(採摘)하는 절기(節氣)에 따라 각각 ‘수성미(壽星眉)’와 ‘연자심(蓮子心)’ 그리고 ‘봉미용수(鳳尾龍鬚)’ 등 세 종류의 명차로 구분된다.
당나라 대종(代宗:768년) 때에 황제로부터 ‘국일대각선사(國一大覺禪師)’로 봉해진 법흠(法欽)선사는 절강 항주시 여항(余杭)에다 일본의 ‘다선일미(茶禪一味)’를 전파한 본고장으로 유명한 ‘경산사(徑山寺)’를 창건하고 오직 부처님께 차를 공양하기 위해 직접 차를 심고 재배하기 시작하였는데 이것이 경산사와 함께 명성을 떨치고 있는 ‘경산차(徑山茶)’이다.
북송 때에는 강소성 동정산(洞庭山) 수월원(水月院)의 산승이 직접 채다(採茶)하여 제다한 ‘수월차(水月茶)’가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벽라춘(碧螺春)’이다. 또한 명나라 융경(隆慶:1567-1572년) 연간에는 승려들이 대방(大方)하게 차를 제다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 차의 제다가 매우 정묘(精妙)하여 생산되자마자 곧 세상에 그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사람들은 이 차를 가리켜 속칭 ‘대방차(大方茶)’라 불렀으며, 현재 환남차구(?南茶區)에서 생산되고 있는 ‘둔녹차(屯綠茶)’의 전신이 된다.
절강성 경녕현(景寧縣) 적목산(赤木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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