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준시무과도상첩》에 실린 김상옥 초상화. 두창으로 인한 흉터가 얼굴에 남아있다. 사진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어려움을 겪을 때 우리는 역사를 더듬어 교훈을 찾는다.

코로나19로 혼돈의 시대를 맞은 지금, 선조들은 전염병의 공포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알아보며 우리의 자세를 다지도록 하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은 테마전 〈조선, 역병에 맞서다〉를 6월 21일까지 개최한다.

1부 ‘조선을 습격한 역병’에서는 조선시대 유행했던 대표적인 전염병과 역병에 희생된 사람들과 역병의 상처를 딛고 일어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두창(痘瘡)으로 죽은 아이들의 묘지명, 조선 중기의 예학자 정경세(鄭經世, 1563~1633)가 춘추관에서 근무하다 두창에 감염되어 죽은 아들을 기리며 쓴 제문(祭文)이 전염병의 참상과 슬픔을 전한다.

영조 대 노론의 대표 학자인 이재(李縡, 1680~1747)는 두창에 걸린 두 손자를 치료해 준 의원의 의로움과 뛰어난 의술에 감사하는 시를 남겼다.

1774년(영조 50) 제작된 《등준시무과도상첩》에는 김상옥, 전광훈, 유진하 등 세 사람의 초상화에 두창의 흉터가 확인된다. 수록된 18인 중 세 명에게 흉터가 있을 만큼 조선시대에 만연했던 두창의 위력을 짐작케 하는 동시에 역병을 이겨낸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2부 ‘역병 극복에 도전하다’에서는 17세기 초 온역(溫疫, 티푸스성 감염병), 18세기 홍역 등 새로운 감염병의 출현에 대응한 조정의 노력을 조명한다. 《신찬벽온방》(보물 1087호, 허준박물관)은 1613년(광해군 5년) 광해군의 명으로 허준이 편찬한 의서로, 1612년부터 1623년까지 조선 전역을 휩쓴 온역에 대응하는 지침서의 성격을 가진다. 허준은 이 책에서 전염병의 원인으로 자연의 운기의 변화와 함께 위로받지 못한 영혼[여귀厲鬼], 청결하지 못한 환경, 청렴하지 않은 정치 등을 꼽았다. 결국 전염병의 종식에는 통치자의 반성과 함께 공동체가 고통을 분담하여 대처하는 인술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제중신편》은 어의 강명길이 정조의 명을 받아 편찬한 종합의서로 《동의보감》 이후 변화와 발전된 의학 이론, 민간의 임상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이를 새로운 표준의서로 제시하여 민간의료를 지원하고자 했다.

흉년과 전염병으로 버려진 아이들에 대한 긴급 구호 명령인 《자휼전칙》도 전염병의 공포를 약자에 대한 보호와 공동체 의식으로 극복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3부 ‘신앙으로 치유를 빌다’에서는 전염병의 공포를 신앙으로 극복하고자 했던 백성들의 마음을 살펴본다. 조선시대 내내 위협적이었던 두창은 질병 자체가 고귀한 신으로 받들어져 호구마마, 호구별성 등 무속의 신이 되었다. 괴질이 돌 때 역할을 한 〈대신마누라도〉(가회민화박물관), 전란과 역병 같은 재앙에서 구원해준다 여긴 석조약사불(국립대구박물관) 등이 선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전염병은 끔찍한 공포이기도 하지만 인류의 역사에서 큰 변곡점이 되기도 했다.”며 “지금보다 더 참혹했을 역병 속에서도 삶을 살아 낸, 그리고 그 공포를 적극적으로 함께 이겨내고자 했던 선조들의 의지를 느껴 희망의 메시지로 받아들이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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