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산 장상리 가마에서 출토된 '고산사' 기와. 사진 제공 나주박물관.

호남지역에서 최근 3년간 출토된 주요 문화재를 한자리에 모아 소개하며 발굴의 성과를 관람객과 공감하는 전시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진각국사 혜심이 머문 절인 강진 월남사지, 장보고와 관련된 완도 법화사지, 그리고 아직 완료하지 않은 고산사 관련 군산 장상리 유적 등 불교와 관련된 유물도 다수 선보인다.

국립나주박물관(관장 은화수)은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소장 임승경)·한국문화유산협회(협회장 서영일)와 함께 특별전 〈2017-2019 호남고고학 성과전〉을 7월 19일까지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전시는 시대별로 선사시대,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영역으로 나눠 구성했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유적은 군산 장상리 614번지에서 발견한 기와가마 3기와 건물터다. 기와가마에서는 ‘高山寺’라는 글자가 새겨진 기와가 출토되었고 이를 근거로 고산사에 공급한 기와를 생산한 것으로 추정한다. 또 가마 아래의 건물터에서는 ‘황제께서는 만년을 사시고, (국왕, 왕비, 태자께서는) 천수를 누리라’는 뜻의 ‘皇帝萬年各保千秋高山(황제만년 각보천추 고산사)’ 글자가 있는 기와가 출토되었다. 조사자들은 이승휴(1224~1300)의 《동안거사집(動安居士集)》 〈간장사기(看藏寺記)〉에 나오는 “皇帝御位万年 本國主上陛下坤闈震邸各保千秋(황제어위만년 본국주상폐하·곤위·진저각보천추)”라는 문장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 이 기와를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건물터에서는 범자문 수막새와 암막새도 함께 출토되었다. 수막새 한가운데 귀목문에 양각으로 정법계진언을 의도한 범자 ‘람’을 새겼으며, 그 주변으로 총 8자로 된 범자 진언다라니를 둥글게 배치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보루각진언이라 보며 우리나라에서 성행했던 진언다라니는 아니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 담당자인 강소희 학예사는 “‘고산사’가 조선시대 문헌에서 발견되지 않는 걸로 봐서 고려말기나 조선 초기에 폐사된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장상리 유적의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지만 통일신라부터 고려시대일 것이며, 그렇다면 고려시대까지 군산 장상리에 고산사가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고려시대 사찰로 추정하는 강진 월남사지와 완도 법화사지가 오랜 기간 발굴조사를 거쳐 조사가 완료되는 단계라 눈길을 모은다.

월출산 남쪽 끝자락의 강진 월남사지는 선종의 2대 국사인 진각국사 혜심(1178~1234년)이 창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8차례에 걸친 발굴조사 결과, 가람배치가 중문-쌍탑-금당-강당이 남-북 일직선상에 있고, 이를 회랑이 둘러싸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삼국시대의 평지 가람배치를 따르는 통일신라시대 쌍탑가람 형식으로 7세기 말에서 8세기 말 사이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 곳에서 백제 기와도 출토되고 있어 사찰 창건 시기는 더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통일신라시대 장보고의 청해진 설치와 함께 창건한 사찰인 완도 법화사지는 최근 고려시대 삼별초 항쟁의 중심지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법화사지 발굴조사 결과 사찰 건물터와 함께 사역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담장지, 출입시설 등이 확인되었다. 건물터는 3단의 계단식 기단에 만들어졌으며, 청해진을 바라보고 있다. 출토유물은 고려시대 것이 대부분이며 고급 청자가 많이 발견되었고, 간혹 통일신라시대 기와편도 있다. 

이런 불교유적 외에도 선사시대 중국과 교류했음을 보여주는 화폐인 장흥 평화리 유적의 대포황천(大布黃千)과 해남 흑천리 마등 유적인 화천(貨泉), 마한의 위상을 인식할 수 있는 영암 내동리 쌍무덤에서 출토된 금동관, 나주 송제리 고분의 은제 관꾸미개와 허리띠 장식 등이 전시되었다. 또 조선시대 나주읍성의 객사인 금성관은 최근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 제2037호로 지정됐고, 고창 무장읍성에서는 출토과정에서 비격진천뢰 11점이 발견돼 주목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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