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평범하고 익숙해진 삶에서 성장을 위한 도약의 발걸음을 떼려면 ‘처음’이라는 것과 마주해야 한다. 처음이라는 단어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낯섦이고, 그 낯섦은 호기심과 기대심이 따르며, 호기심과 기대심은 도약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만든다.

여기 자신의 성장을 위해 호흡명상이라는 낯선 미지의 세계로 떠난 사람의 여행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6개월 전에 암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까지 마친 공주는 친정어머니의 권유로 호흡명상 집단프로그램에 참석하게 되었다. 그녀는 호흡명상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그 동안 수술과 수차례에 걸친 항암치료 때문에 지친 몸과 마음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참석한 것이었다. 항암치료가 끝난 공주에게는 건강이 제일 우선순위였다. 평소 TV나 잡지 등 대중매체를 통하여 호흡을 잘하면 건강해진다는 정보를 들었던 터라 친정엄마의 권유에 선뜻 수락한 것이었다.

프로그램 첫날, 친정어머니와 친구를 동반하고 참석한 공주는 기대감에 찬 듯 상기된 얼굴로 앉아있었다. 공주는 들숨과 날숨의 감각을 느껴보았다. ‘들숨’과 ‘날숨’이라는 용어는 처음 접해본 말이었다. 물론 그 뜻을 모른다는 건 아니지만, 평소 잘 쓰지 않는 단어라 생소하게 다가왔다.

호흡명상을 하기 전, 먼저 진행자의 호흡 관찰 방법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들숨과 날숨은 보이지 않아서 신체의 감각으로만 들숨과 날숨을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먼저 코(인중)에 주의를 집중하여 자신의 호흡을 관찰해 보았다. 그런데 공주는 호흡의 감각을 잘 느낄 수가 없었다. 들숨은 분명히 느껴지는데, 그 다음에 날숨이 사라진 것이었다. 그녀는 당혹감과 함께 혹시 몸의 찬 기운 때문에 코 속으로 들어간 찬 공기가 그대로 찬 공기로 나와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올라왔다. 그 다음 가슴에 집중하기는 코보다는 수월했다. 마지막으로 아랫배에 집중했을 때, 숨쉬기가 힘들만큼 점점 답답해짐을 느꼈다. 요가를 배운 경험이 있는 공주는 요가에서 배웠던 것처럼 의도적으로 들숨에 아랫배를 볼록하게 하고, 날숨에 아랫배를 쏘옥 들어가게 하면서 호흡을 하였던 것이다. 이렇게 애를 쓰면서 호흡을 하다 보니 과(過)호흡이 되면서 가슴이 답답해졌고, 숨 쉬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그녀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코의 감각에 집중하며 호흡을 관찰해 보기로 했다.

공주는 2주간의 반복 연습 끝에 아랫배의 들숨 날숨의 느낌을 잘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일부러 배를 부풀리고 수축하지 않아도 들숨과 날숨에 따라서 미세하지만 아랫배의 감각에 편안하게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어려움이 발생하였다. 1분씩 코, 가슴, 아랫배를 옮겨가면서 호흡명상을 하는데도 발이 많이 저렸다. 앞으로도 계속 앉아서 명상을 할 텐데, 발저림이 제일 큰 걱정이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서서 호흡명상을 한다는 것이다. 명상은 앉아서만 하는 줄 알았는데, 서서 명상을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발저림이 고민이었던 공주는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그런데 막상 눈을 감고 서 있으려니 몸이 흔들리는 것 같았고, 앞으로 혹은, 뒤로 넘어갈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그래서 자꾸 눈이 떠졌다. 호흡에 집중하라고 했지만, 집중은커녕 넘어질 것 같은 불안감만 높아갔다. 서서하는 것도 불안한 마당에 이번에는 걸으면서도 명상을 한다고 했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움직이면서 명상을 하면 호흡에 집중이 더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한 줄로 서서 들숨과 날숨에 맞춰 한 걸음, 한 걸음을 떼어 보았다. 앞 사람의 뒤를 쫓아가며 그 거리를 유지하려고 잠시 멈추니, 호흡도 같이 멈추었다. 공주는 걸으면서도 자신의 불규칙한 호흡을 알아차렸다. 불규칙한 호흡과 함께 뒤뚱거리는 발걸음을 느끼면서 자신이 오리같이 걷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발걸음과 호흡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자신의 호흡을 지켜보며 상태를 계속 알아차리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도자의 말에, 불규칙한 호흡을 계속 알아차리고 있는 자신이 호흡명상을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아졌다. 일상생활에서 호흡과 함께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말 아침 산책길에 시도해 보았는데, 주변의 시선이 느껴지면서 부끄러운 마음에 몇 걸음 못 떼고 포기했다.

호흡에 집중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호흡 수 세기를 배웠다. 그것을 수식관이라고 하는데, 날숨 끝에 숫자를 붙이는 것이다. 그녀는 1분에 맥박이 얼마나 뛰는지 맥박수는 세어봤어도 자신의 호흡수를 세어보기는 처음이었다. 숫자 세기쯤은 식은 죽 먹기일 줄 알았는데, 날숨에 맞춰 숫자를 세다보니 자꾸 잡생각이 올라와서 숫자를 놓쳤다. 1에서 6까지 세고 다시 1로 돌아가야 하는데, 숫자를 세다보면 15를 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였다. 아차 싶어 정신을 차렸는데, 이번에는 호흡을 들이쉬었는지, 내쉬었는지 호흡이 꼬이기 시작했다. 그럴 때는 호흡을 정리하고 다시 1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내가 왜 그랬지’, ‘집중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나’, ‘내가 숨을 쉬고 있기는 했을까.’ 등등 여러 생각이 올라오면서 숫자 1을 찾는 데 오래 걸렸다. 그녀에게 수식관은 너무 어려웠다.

잔소리가 줄고 업무수행도 차분해져

알아차림 호흡명상 집단프로그램이 진행됨에 따라 공주은 호흡명상에 익숙해지면서 몸의 감각이 예민해졌다. 전에는 호흡이 어떻게 들어오고 나가는지도 몰랐는데, 호흡이 가슴까지 들어오는 느낌, 어디서 막히는 느낌, 아랫배까지 내려오는 느낌 등 몸의 감각을 섬세하게 알아차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에 따라 호흡의 깊이도 함께 깊어졌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는 횟수가 길어짐에 따라 공주는 편안함을 주는 호흡명상과 친근해졌다.

공주는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어린 남매의 엄마였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라 엄마의 손이 많이 필요해서 따라다니며 이것저것 챙겨주어야 하고 지도해야 하는데, 아이들과 생기는 트러블도 만만치 않았다. 공주는 그런 갈등이 있을 때 마다 욱하는 성격이 올라와 속사포 같이 “따따따…”하며 큰 소리로 야단을 쳤다. 그러면 아이들도 상처받게 되고, 큰소리로 야단을 친 자신에게 ‘좀 더 부드럽게 훈육할 수도 있는데.’라고 자책을 하며 마음이 매우 불편해졌다.

호흡명상을 시작한지 2주차 되었을 때, 아이들 때문에 욱하고 화가 난 일이 생겼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가슴 깊은 곳에서 ‘욱’하며 화가 올라왔는데, 호흡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불현 듯 올라와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호흡에 집중해보았다. 물론 화는 쉽게 가라앉지는 않았지만, “따따따”하는 속사포 잔소리는 나가지 않았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났을 때 공주에게 변화가 생겼다. 이제는 ‘욱’하고 화가 올라오면, 그 감정을 알아차리고 즉각 호흡으로 집중한다. 아이들에게 향했던 주의를 호흡으로 돌려 집중하다보니, 다른 관점의 생각이 불쑥 올라왔다. 소리치며 야단치는 행동이 아이들을 위한 훈육이기라기 보다는 내 감정의 표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그 이후로 열 번 야단칠 일이 다섯 번으로 줄어들 만큼 화의 횟수가 줄어들었다.

그 외에도 업무수행 부분에서도 변화된 자신을 발견하였다. 그녀는 어떤 일을 처음 한다거나 자신이 나서서 해야 할 일이 생기면 항상 긴장되고 불안했다. 호흡명상을 시작한지 두 달이 지나서 그녀는 새로운 직장에 취직하게 되었다. 새로운 환경, 처음 맡는 업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긴장감과 불안감이 사라졌고, 차분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공주에게 있어서 호흡명상은 멈춤이었다. 부정적인 생각과 부정적인 감정들을 멈추고 명상을 하니 관점이 바뀌고 생각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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