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선 정암사 수마노탑. 사진 제공 문화재청.

자장 율사가 중국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에게 받아 모셔온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한 ‘정선 정암사 수마노탑’이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건축분과(위원장 김봉렬)는 4월 16일 오후 2시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2020년도 제4차 회의’를 열어 보물 제410호 ‘정선 정암사 수마노탑’을 국보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건축분과는 이와 함께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41호 ‘안동 봉황사 대웅전’도 보물로 승격 지정하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이에 따라 4월 17일 보도자료를 내 “정선 정암사 수마노탑과 안동 봉황사 대웅전을 오는 23일 국보와 보물로 승격지정할 것을 예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마노탑은 화강암 기단 위에 석회암의 일종인 고회암(苦灰巖)을 벽돌처럼 다듬어 쌓아올린 모전석탑(模塼石塔)이다. 높이가 9m에 달한다. 수마노탑은 “신라시대 모전석탑에서 시작된 조형적인 안정감과 입체감 그리고 균형미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층 탑신에는 감실(龕室)처럼 만든 문비(門扉)를 마련했다. 옥개석의 낙수면과 층급받침의 단 수는 층별로 1단씩 줄여가며 쌓았다. 1층은 낙수면과 층급받침의 단이 각각 9단과 7단이지만 한 층이 올라갈 때마다 1단씩 줄여 7층에서는 각각 3단과 1단이다.

수마노탑은 기단부터 상륜부까지 완전히 갖춘 드문 탑이다. 상륜부는 화강암으로 만든 노반 위에 청동으로 만든 상륜과 복발, 보륜, 수연 등을 차례로 설치했다. 수마노탑은 석탑 앞 배례석이나 정암사 유물 등으로 미루어 늦어도 고려시대 이전에는 건립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마노탑은 석가탑(경주 불국사 삼층석탑)과 다보탑(국보 제20호)처럼 탑 이름이 지금까지 전하는 몇 안 되는 탑이다. ‘수마노’라는 이름은 자장 율사가 진신사리를 모시고 귀국할 때 율사의 법력에 감화된 서해 용왕이 선물한 마노석(瑪瑙石)으로 탑을 쌓았다는 설화에서 유래했다. ‘물길을 따라 마노석을 가져왔다’는 의미로 ‘물 수(水)’ 자를 붙여 수마노탑이라 이름 지었다는 것이다.

1972년 수마노탑 해체 당시 나온 탑지석은 수마노탑의 조성 역사와 조탑 기술 등을 연구하는 데 매우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문화재청은 “정선 수마노탑은 쇠퇴한 산천의 기운을 북돋운다는 산천비보(山川裨補) 사상과 사리신앙을 배경으로 높은 암벽 위에 조성된 특수한 석탑”이라며, “모전석탑으로 조성된 진신사리 봉안탑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다는 점에서 국보로서 역사·예술·학술 가치가 충분하다.”고 승격 지정하려는 이유를 밝혔다.

수마노탑이 있는 정암사는 양산 통도사, 평창 상원사 중대, 영월 법흥사, 인제 봉정암과 함께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 한 곳이다. 자장 율사가 선덕왕 12년(643)에 창건했다.

▲ 안동 봉황사 대웅전. 사진 제공 문화재청.

보물로 승격 지정될 ‘안동 봉황사 대웅전’은 앞면 다섯 칸 규모의 팔작지붕 전각으로, 앞면 기둥이 배흘림기둥인 것이 특징이다. 대웅전은 17세기 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조선 후기 불전은 대개 앞면 3칸의 맞배지붕 전각이라는 점과 배흘림기둥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우물반자에 그린 용, 금박으로 정교하고 도드라지게 그린 연화당초문 등 대웅전 내부 단청은 17~18세기 재건할 당시 상태를 온전히 보존하고 있다. 특히 빗반자에 그린, 연꽃을 입에 물고 구름 사이를 노니는 봉황은 사찰의 유래와 관련된 독특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웅전은 앞면과 옆면, 뒷면 공포가 서로 다른데, 조선 말기 어려웠던 안동지역 불교계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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