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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시의 첫 인상
2020년 04월 06일 (월) 11:14:19 김은주 자유기고가

지난 1월 남편과 함께 마하시선원에서 10일간 수행을 하였습니다. 마하시선원은 미얀마 양곤에 있으며, 마하시 사야도가 위빠사나 수행을 전 세계에 보급하는 데 중심 역할을 한 곳입니다. 이곳에서 부처님이 깨달은 수행법으로 알려진 위빠사나 명상을 하면서 경험했던 것과 함께 명상센터의 일상 이모저모를 소개합니다.

전날 밤은 마하시선원에서 가까운 한국인 숙소에서 잤습니다. 공항에서 바로 오지 않고 다른 곳에서 밤을 보낸 이유는, 마하시선원 측에서 메일을 통해 오전 9시까지 오피스센터에 도착하라는 당부했기 때문입니다. 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였으므로 도착 당일은 양곤의 상징인 쉐다곤파고다를 구경하고, 한국여행자들의 맛집 ‘샨누들 999’을 방문해 미얀마를 살짝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드디어 설레면서도 긴장되는 마음을 안고 마하시선원으로 갔습니다.

   
▲ 미얀마 양곤에 있는 마하시 선원의 정문.

그런데 택시가 마하시선원 정문 안쪽에 내려줬을 때 좀 당황했습니다. 이곳이 마하시선원이라는 확신이 안 섰기 때문입니다. 택시 기사가 혹시 이름이 같은 다른 마하시선원에 데리고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택시를 세워 놓고 건물 이곳저곳을 스캔했는데 이상하게도 사진으로 확인했던 낯익은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급해하고 있을 때 정문 꼭대기 장식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낯익은 모습이었습니다. 이곳이 내가 찾는 마하시선원이 맞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요금을 지불하고 택시를 보냈습니다.

캐리어를 들고 배낭을 메고 오피스센터로 들어갔습니다. 우리가 들어가자 입구에 서있던 사람이 어느 지점을 가리켰습니다. 그곳에는 외국인 수행자를 담당하는 여직원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우리에게 여권을 달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나갈 때까지 여권은 오피스센터 직원이 보관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외국 나갔을 때, 여권 잃어버리면 어쩌나 하고 불안한 마음이 많았는데 여기 있는 동안은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우리에게 선원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일러주고, 여권보관증을 주고는 숙소로 데려갔습니다.

여자와 남자는 다른 숙소를 사용했습니다, 명상홀도 다른 곳이었고, 식사 때는 같은 식당을 사용하지만 여자와 남자의 식사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남편과 만날 일은 별로 없을 것 같았습니다. 남편과 항상 함께 다니다가 완전히 낯선 사람들 속에 있으려니 약간 두렵기도 했습니다.

오피스센터 여직원이 나를 데리고 여자 숙소로 갔습니다. 건물 출입문으로 들어가자마자 오른쪽 방문을 두드렸습니다. 안에서 뚱뚱한 아줌마가 나왔습니다. 아줌마는 정말 환하게 웃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아줌마가 여자 숙소를 담당하는 직원이었습니다. 새로 입소하는 사람에게 옷이니 이불이니 하는 물품을 나눠주고, 1층에 있는 물을 정수하는 것도 그녀의 일이고, 출입문을 열고 잠그는 것도 그녀의 권한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아줌마는 눈만 마주치면 웃었습니다. 원래 사람을 좋아하고 반가워서 그럴 수도 있지만 영어를 전혀 할 줄 모르기 때문에 그 불편함을 웃음으로 감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난 여러 번 볼일이 있어 그녀를 찾았었는데 그때마다 언제나 이를 다 드러내고 웃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그녀만 보면 이를 보이며 웃었습니다.

서로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고 하여 말이 통하지 않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녀가 준 명상복 상의 단추가 두 개나 없어서 다른 옷으로 바꿔달라고 갔더니 단추를 달아서 입으라면서 실과 바늘을 주었습니다. 또 치마가 너무 무겁다고 제스처로 해 보였더니 얇은 옷으로 바꿔 주었고, 심지어 목에 두르는 천을 하나 더 달라고 했더니 그것은 한 개밖에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빨아 입어야 한다고 했더니 내게 욕심이 많다는 몸짓도 해 보였습니다. 언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우리 사이엔 이렇게 의사소통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바디랭귀지야말로 만국공용어인 것입니다. 난 정말 융통성이 없고 감각조차 무딘 사람인데, 천을 비벼 보인다거나 빨래하는 시늉을 해보인다거나 하면서 순발력 있게 내 생각을 전달한 것을 보면 인간의 순수한 언어, 원초적 언어는 바디랭귀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은 배우지도 않았고 연습도 하지 않았는데 그냥 저절로 나오는 것을 보면 인간이 갖고 있는 참으로 특별한 언어인 것입니다.

난 옷을 흔쾌히 바꿔준 아줌마에게 미안하고 고마워서 감사의 표시로 한국에서 가져간 초콜릿

   
▲ 외국인 여자 수행자 숙소를 담당했던 아줌마.

과 미숫가루를 주었습니다. 아줌마는 예의 그 웃음을 보이며 좋아했습니다.

다음에 마하시선원을 갔을 때 이 아줌마를 또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줌마의 존재는 숙소에 푸근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내가 목도리 하나 더 달라고 했을 때 욕심도 많다며 고개를 흔들던 모습이 가끔 떠올랐습니다. 그 표정이 부정적이지는 않았습니다. 너는 욕심이 많아, 그렇지만 이해할 수는 있어, 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얼굴이었습니다. 타인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도 넉넉히 감싸 안을 사람임을 느끼게 했습니다.

한생각 바꾸니 문제 해결되는 순리

마하시선원에서 여자 수행자는 명상복을 입어야 합니다. 상의는 하얀 블라우스를, 하의는 론지라는 치마를 입습니다. 론지는 한 조각의 천으로 된 치마인데, 세상에서 가장 실용적인 치마로 불립니다. 사이즈가 필요 없는 치마였습니다. 길면 허리께서 둘둘 말면 되고, 통이 크면 여러 번 돌려 입으면 되기 때문에 사이즈를 찾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입는 지를 아줌마가 가르쳐 주었습니다. 치마는 우리나라에서도 입어본 것이라 대충 입을 수 있었는데 목과 어깨에 두르는 띠는 참 어려웠습니다. 아줌마한테서 배웠는데 혼자서 다시 해보니 그 모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아침이 돼서야 간신히 그 원리를 알아챘습니다. 한 가지 생각만 바꾸면 되는데 그 한 가지 생각이 틀리면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로 할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한쪽 띠를 어깨에서 앞쪽으로 내리는 것까지는 확실히 알았는데, 나머지 띠는 목을 감싼 채 어떻게 해보려니 도통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나머지 띠를 뒤로 빼내니까 답이 쉽게 풀렸습니다. 아주 단순한 차이인데 왜 계속 옆으로만 돌린 채 끙끙 고민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융통성이 부족한 내 일면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마하시선원에서는 옷 입는 것에서부터 나에게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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