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하버드 의대 내과 교수로서 심장 전문의인 허버트 벤슨(Herbert Benson) 박사가 명상 수련에 따른 마음과 몸의 이완효과를 ‘이완반응’이라는 용어로 처음 상용하고 이를 임상에 활용하였다.

뭔가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사람은 마음이 긴장되고 불안한 상태에 있다. 이러한 상태의 호흡을 관찰해 보면 얕고 속도가 빠르다. 그와 동시에 몸도 긴장이 되어 굳어 있다. 기다림의 순간에 심호흡을 크게 몇 번 반복하면 마음이 안정되고 호흡도 평상시로 돌아간다. 몸의 긴장감도 같이 이완된다. 이처럼 몸과 마음의 상태를 호흡으로 조절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으로 일상생활이 한결 여유로워진 한 여성이 있어 소개하려 한다.

고3 수험생 아들을 둔 지원은 50대 중년 여성으로 직장에 다니고 있다. 나긋나긋한 말투와 어울리는 여리여리한 작은 체구를 가진 그녀는 얼굴 한 번 찡그린 적이 없었다. 내성적이고 착한 성품의 지원은 직장 내에서 알게 모르게 감정적 상처를 받고 있었다. 지원에게 말을 함부로 하거나 공격적인 태도로 몰아붙이면 속에서는 ‘그것은 부당하고 잘못되었다.’고 소리치고 있는데, 한편으로 ‘저 사람이 자신의 화를 풀 데가 없으니까 나한테 그런가 보다.’ 하고 참고 넘기는 일이 비일비재 하였다. 그러다 보니 속상한 감정이 계속 쌓이게 되었고, 결국 다른 동료에게 그 사람의 흉을 보게 되었다. 그렇게 남의 흉을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것은 바르지 못한 건데….’ 하며 죄책감이 밀려왔다. 그렇다고 당사자 앞에서 말할 용기도 없으면서 자신의 화를 풀려고 다른 동료에게 상대 욕을 하는 것이 잘못된 일인 것 같았다.

지원은 양가감정으로 괴로워하던 중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것처럼 막다른 골목에서 감정이 폭발하여 한바탕 크게 싸우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약간의 쾌감이 있으면서도 또 다른 한편에서는 ‘아우~ 좀 참을 걸.’ 하며 또 죄인이 된 것 같아 우울해했다. 지원은 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조절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죄책감에 더 움츠려 드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지원은 호흡명상 프로그램에 온 첫 날, “아~ 이런 호흡도 있구나.”하며 자신이 숨 쉬고 있음을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호흡하는 경험을 내게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숨을 들이마실 때는 괜찮은데, 내쉴 때는 답답한 느낌이 든다고 하였다. 숨을 들이마실 때는 뭔가가 채워지거나 팽창한다는 만족감이 있어서 기분이 좋은데, 내쉴 때는 채워진 뭔가가 한 순간에 다 사라지는 느낌이 들어서 허전한 기분이 들고 뭔가 답답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기분을 그네 타는 것에 비유하였다. 그네를 처음 탈 때는 높이 올라가는 설렘이나 기대감으로 높이 뛰는데, 정점을 찍고 내려올 때는 허무한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호흡하는 것을 매우 어려워했다. 평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숨을 쉬고 있어서 자신이 숨을 들이마시는지, 내쉬는지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들숨과 날숨을 의식하면서 호흡을 하다 보니 ‘이게 멈춰지면 어떡하지?’, ‘어느 시점에서 숨을 내쉬어야 하지?’ 등 들숨과 날숨에 일일이 신경이 쓰여서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 매우 불편하다는 것이다. 지원은 자신의 자연스러운 호흡을 알지 못하고 있어서 의도적으로 호흡을 하려고 하니 어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숨 쉬는 것이 답답하다고 생각되면 호흡을 깊이 들이마시고, 깊이 내쉬었다가 괜찮아지면 숫자 셋을 세는 동안 들이마시고 다시 셋을 세는 동안 내쉬라고 지도해 주었다. 그것이 너무 짧다고 느껴지면 넷으로 늘리고 다섯으로 늘리고, 다시 너무 길다고 생각되면 숫자를 줄여보라고 지도하였다. 그러면서 차츰 자신의 편안한 호흡을 찾아보는 것이다.

지원에게 이러한 지도는 잘 맞았다. 이제 코에 집중하여 숨을 쉬며 긴 터널로 쑤욱 들어갔다가 쑤욱 나오는 느낌이 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프로그램이 진행됨에 따라 어느 사이엔가 아랫배가 움직이는 느낌에 집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코로만 숨을 쉬는지 알았는데, 배로도 숨을 쉬고 있는 것을 알게 되면서, 몸 전체적으로 호흡하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들숨과 날숨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그와 함께 몸도 이완됨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날숨보다는 들숨, 아랫배 보다는 코에 집중하여 호흡하는 것이 편하다고 말했던 그녀가 프로그램 횟수가 늘어감에 따라 아랫배에 집중하여 호흡을 하게 되었고, 이제는 들숨보다는 날숨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그리고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는 것이 “신경 쓰이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잠과의 싸움 지나고 출·퇴근 시간 이용해 명상

호흡명상을 하면서 마음도 편안해지고 몸도 편안해진 지원에게 한 가지 극복해야 할 문제가 발생하였다. 그것은 바로 졸음이었다. 직장일과 가사일로 피로에 묻혀 있던 지원에게 호흡명상은 피로회복제와 같았다. 그런데 호흡명상을 하다보면 편안하게 쉬었던 호흡이 없어지고, 생각이 없어지면서 어느 샌가 졸고 있는 자신을 알아차리는 순간 ‘아차!’ 하고 깨는 일이 많아졌다.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다가도 숨을 놓치고 있었고, 호흡에 숫자를 붙여서 하는 수식관을 하다가도 숫자를 놓치고 있었다. 졸음은 지원에게 가장 큰 장애였다.

지원은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서 흔들리는 지하철 안에서 서서하는 호흡명상을 많이 연습하였다. 그렇게 서서 눈을 감고 호흡명상을 하다가 내릴 때쯤 눈을 뜨면 주변의 시선이 느껴져서 조금 부끄럽다는 생각이 올라왔다. 하지만 지하철 안에서라도 호흡명상을 하고 출근하는 날의 마음은 평소 그냥 허겁지겁 출근할 때의 조급한 마음과는 확실히 달랐다.

주중에는 직장일로 바쁘고, 주말에는 그동안 쌓여 있던 가사일로 바쁜 지원은 시간 내서 조용한 곳을 찾아 호흡명상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출·퇴근 시간이나 회사에서 잠깐 쉴 때를 이용해서 호흡명상을 하고 있었다.

어떤 때는 코에 집중해서 명상을 하고, 어떤 때는 가슴, 어떤 때는 아랫배에 집중해서 명상을 했는데, 세 꼭지점으로 별이 그려지는 느낌이 들었다. ‘코→가슴→아랫배→코→가슴→아랫배→코…’ 이렇게 내려갔다 올라갔다 하는 모형이 산 같으면서도, 둥글게 둥글게 모양이 그려지는 것 같으면서도, 계속 하니까 별 모양이 되었다. 그래서 별 모양을 그리면서 세 기준점에 집중하니까 호흡에 대한 관찰력이 생기면서 재미도 있고, 집중도 더 잘 되었다.

지원은 호흡명상을 일상생활에 합류시키면서 지루한 시간이 사라졌다. 호흡명상을 만나기 전에는 지하철이나 버스를 기다릴 때, ‘언제와, 왜 이렇게 안 와.’, ‘두 정거장 남았네.’ 하며 지루해했다. 그런데 지금은 정거장에서도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도 호흡명상을 하다 보니 도착 시간을 기다리며 지루해 하지 않게 되었다. 또 직장에서 회의를 할 때 사람이 다 모이기를 기다리는 시간에도 호흡명상을 하고 있으면 어느 샌가 사람들이 다 모여 있었다. 지원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게 지루했던 시간이 지루하지 않은 시간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왜 이렇게 늦어.”, “왜 이렇게 안 와.”, “그 사람 회의 있는 거 몰라?” 하며 보채고, 기다리고 원망했던 시간이 사라지면서 지원의 삶은 호흡명상과 함께 더욱 여유롭고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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