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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함께하는 속에서 싹튼다
여시아문 124 - 연대
2020년 04월 02일 (목) 11:14:47 법진 스님 budjn2009@gmail.com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 단계에 접어들면서 전염병으로부터 자신과 가족, 이웃을 지키려는 여러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도 그중 하나다. 서로 만나는 일을 줄여 전염병 확산을 막고 예방하자는 것인데, 그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영세사업자는 폐업에 몰리고 있고, 취약계층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실정이다.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이다. 제석천의 궁전에 걸려 있다는 인드라망의 그물코처럼 가족, 마을, 직장, 종교단체 등 어느 것 하나 유기적으로 얽혀 있지 않은 것이 없다. 이웃이 고통 받으면 내 삶도 영향 받는 것은 서로 연기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반투족 말 중에 ‘우분트(Ubuntu)’라는 단어가 있다. “함께 하기에 내가 있다.”는 뜻이라 한다. 어느 인류학자가 부족 아이들을 모아놓고 바구니까지 먼저 달려간 사람이 과일을 모두 갖는 게임을 시켰다. 서로 경쟁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게임이 시작되자 아이들은 함께 손잡고 뛰어갔다. 학자가 그 이유를 묻자 아이들은 ‘우분트’라고 대답했다.

은해사 백흥암 수미단에는 비익조(比翼鳥)라는 새가 새겨져 있다. 암컷과 수컷이 각각 하나의 눈과 날개만 가지고 있어서 짝을 이뤄야만 제대로 보고, 힘껏 날아오를 수 있는 새다.

코로나19로 힘겨운 세상을 헤쳐가기 위해서는 ‘우분트’를 외치며, 비익조처럼 함께 날갯짓 하는 지혜와 용기, 연대(連帶)가 필요하다.

원효 스님은 <발심수행장>에서 “나와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은 새의 두 날개와 같다〔自利利他 如鳥兩翼〕.”고 했다. 희망은 절망 속에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법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보다 물리적 거리 두기와 사회적 연대가 절실한 시기이다.

법진 스님 | 본지 발행인·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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