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개 불교종단이 가입돼 있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3월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봉축법요식, 연등회 등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윤4월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따라 봉축법요식은 윤 4월 8일인 5월 30일에, 연등회는 한 주 전인 5월 23일 열리게 됐다. 재단법인 선학원도 전국 분원에 공문을 보내 한국불교종단협의회와 발을 맞추었다. 이번 결정은 불교계가 솔선수범해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어서 뜻깊다.

주지하다시피 부처님오신날은 불교 최대의 명절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엄중한 만큼 마냥 기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부처님오신날인 4월 30일부터 한 달 기한으로 ‘코로나19 극복과 치유를 위한 기도’를 입재하기로 했다. 재단법인 선학원 또한 이 기간 동안 각 분원에서 ‘코로나19 사태 치유와 극복을 위한 기도 및 용맹정진’을 봉행하도록 각 분원에 안내했다.

한 달간 전국 분원과 사찰에서 봉행될 코로나19 극복 기도는 불자가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준비하고 맞이해야하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하다.

한국불교는 민족이 위기에 있을 때마다 앞장서서 지혜롭게 극복해 왔다. 불자는 기도 기간 중 코로나19 확산으로 빚어진 전세계적인 위기가 속히 종식되고 우리 국민, 나아가 전 인류가 평안해지기를 기원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극복 기도가 기도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실천을 담보하지 못한 다짐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마스크 쓰기, 외출 자제하기 등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는 작은 실천부터 코로나19가 환경 파괴의 산물임을 직시하고 환경문제에 관심을 적극 참여하는 것까지 확대되어야 한다. 그것이 요즘 같은 엄중한 상황에서 부처님오신날을 차분하고, 뜻깊게 준비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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