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확산으로 캐나다 몬트리올지경 불교사원이 공격을 받고 있다는 내용의 라디오 캐나다 인터내셔널(Radio Canada International)’ 홈페이지 기사 화면 갈무리.

3월 11일 태국의 도시 롭부리(Lopburi)에서 원숭이 수백 마리가 집단싸움을 벌이며 거리를 질주했다. 바나나 하나를 움켜쥔 원숭이를 두고 원숭이 무리가 적개심을 드러내며 쫓고 공격하는 바람에 10여 분 동안 교통이 마비되기도 했다. 이 싸움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사찰에 기거하는 원숭이 무리가 거리로 몰려나와 먹이를 찾으면서 일어난 것으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일이다.

이 일은 새로운 전염병이 가져온 폐해가 인간을 넘어 동물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3월 중순 현재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사람들을 급속히 공포와 우려로 몰아넣었다. 코로나19는 날리는 침방울〔飛沫〕로 전염되기 때문에 접촉을 피하는 것이 가장 큰 예방법이다. 이런 속성으로 사람들의 활동이 규제되고, 종교 활동도 정지되는 등 생각지 못한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국제베삭데이위원회와 태국 승가최고위원회는 3월 6일 “코로나19로 위험과 불확실성이 증대됐다.”며 “금년 5월 태국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제 17회 유엔 베삭 데이(United Nations Day of Vesak)’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베삭 데이는 부처님의 탄생, 득도, 열반을 경축하는 행사로, 유엔총회가 1999년 12월 15일 국제적 기념일로 공식 인정했다.

〈부디스트도어(Buddhistdoor)〉에 따르면 히말라야의 청정국가 부탄은 76세의 미국인 관광객이 첫 확진자로 3월 5일 밝혀짐에 따라 “향후 2주간 모든 입국을 제한한다.”고 6일 페이스북을 통해 발표했다. 부탄 당국은 이 미국인이 3월 2일 인도에서 입국했는데 함께 입국한 인도 여행객 8명도 격리했다고 밝혔다. 부탄은 인도,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2010년 조사에 따르면 전체 국민 77만여 명 중 75%가 금강승의 가르침을 따르는 불자이며, 나머지 25%의 과반수는 힌두교 신자이다. 3월 중순 현재 부탄의 내국인 확진자 발생은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스리랑카도 내국인 확진자가 발생하자 국민들의 인도성지 순례를 전면 금지했다. 〈부디스트도어〉에 따르면 이탈리아인을 안내했던 52세의 여행가이드가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 스리랑카 당국은 환자를 격리병동에 입원 조치하고, 이탈리아인의 전체 여행 일정을 추적하고 있다. 인도 성지순례 일정은 보통 부다가야, 바라나시, 사르나트, 룸비니를 포함한다. 성지순례 참가자 대부분은 고령층이다. 인도 관광객 중 스리랑카인은 7위로 관광은 인도와 스리랑카 두 나라를 경제적, 정치적으로 연결하는 고리이다.

틱낫한 스님이 지도하는 프랑스의 플럼빌리지도 5월 1일까지 폐쇄된다. 플럼빌리지 웹사이트에 따르면 유럽과 프랑스에서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3월과 4월 모든 예약 프로그램을 취소하고 예약금을 전액 환불한다고 발표했다.

사찰 공격 잇따라…증오범죄 가능성 수사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간과한 탓으로 주지스님과 신도가 집단으로 감염되어 사찰이 폐쇄된 경우도 있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에 따르면 홍콩의 한 작은 사찰은 춘제 행사를 강행해 19명의 확진자가 발생하자 사과문을 발표했다. 홍콩의 밀집지역인 노스 포인트(North Point)에 위치한 복혜정사(福慧精舍, Fook Wai Ching She)는 정부와 언론의 권고를 무시하고 춘제 기간 동안 법회와 행사를 가져, 감염 확산을 초래했음을 인정했다. 신문은 지역의 보건 관계 관리의 말을 빌어 행사 후 법당과 수도꼭지, 책 등에서 바이러스균이 검출되었다고 전했다. 사찰에 거주하는 43세의 주지스님은 1월에 중국을 여행했다. 현재 사찰은 폐쇄되었고,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사찰이 자원봉사자 위주로 운영된 데다, 방문객 등록 시스템도 없어 1월과 2월 방문객을 추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는 벽과 조각상이 깨지거나 뒤집히고, 페인트칠 되는 등 불교 시설물이 공격을 받고 있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트라이사이틀(Tricycle)〉에 따르면 경찰은 아직 특별한 동기나 구체적인 범죄 행위를 밝혀내지 못했다. 아시아 사회를 상징하는 시설을 파괴한 것으로 보아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촉발된 증오범죄일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두 차례 피해를 입은 추아 꽌암(Chua Quan Am) 사찰은 조각상 10여 개와 불상, 정문과 후문 등이 파괴되었다.

투옌 톤(Tuyen Ton) 사찰은 네 개의 사자상이 파괴됐다고 신고했고, 2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후옌 코홍(Huyen Kohong) 불교사회문화센터는 입구 사자상 두 개가 파손되고 페인트 낙서 피해를 입었다. 몬트리올 주민들은 아시아를 상징하는 시설물에 대한 파괴 행위가 아시아인을 상대로 한 폭력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여러 명상센터는 현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하고 이 위기를 명상의 시간으로 활용하여 인내와 자비,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닦도록 제안했다. 그 중 포틀랜드 명상센터는 손을 씻는 20여 초의 짧은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자비 명상기도를 페이스북에 소개했다.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