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족사|1만 9500원

나는 당신을 존경합니다.

당신은 언젠가는 부처님이 될 분이기 때문입니다.

현해 스님은 《법화경》을 읽을 때마다 상불경보살에 주목한다. 상불경보살은 만나는 사람마다 합장한 뒤 위처럼 말했기 때문이다. 그 자비행에 경도됐다고 스님은 고백한다.

연암 현해 스님은 현재 월정사 회주로, 《법화경》 연구에 평생을 바쳤다.

한국전쟁 이후 혼돈의 시대인 1958년, 24세 나이로 “보배보다 값진 그 마음을 알고 싶다”며 월정사에서 머리를 깎은 청년은 어느덧 구순을 바라보는 노스님이 되었다.

이 책의 제목은 “돌아보니 마치 구부러진 오대산의 병든 노송과 같아서 타인들에게 그늘이나 좋은 쉼터를 주지 못했다”는 현해 스님의 아쉬움을 담았다. 현해 스님의 목소리로 담담히 지난날을 회고하는 자서전이다.

책에는 현해 스님이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오대산 월정사에서 출가하고, 해인사 강원을 거쳐 동국대 종비생 1기로 공부하다 일본 유학, 그리고 이후 지금까지 수행자로 산 삶과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 은사 및 스님들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총 여덟 장으로 구성됐으며 마지막 장에는 현해 스님이 월정사 주지직에서 물러난 후 《법화경》을 산스크리트본, 한문번역본, 영문번역본, 한글번역본 등 4개 국어 대조본으로 출간하는 등의 활동상이 쓰여 있다.

8장의 마지막 ‘한 줄기 바람처럼 한 가닥 햇살처럼’에서 스님은 이렇게 회고한다.

“도인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순간순간 바쁜 길을 걸어왔으나 안타깝게도 그 순간순간의 시간이 이어져서 정도(正道)를 잃은 ‘망도(忘道)’의 길‘ 이 되었다. 이 역시 전생에 지은 복전이 바늘 하나 꼽을 자리 없을 만큼 작기 때문인 바 그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저 남은 생이라도 인연 닿는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살다 갔으면 하는 생각뿐이다.”

60여 년 출가수행자로 산 노스님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읊조리듯 나지막하게 마침표를 찍는다. 하지만 불법(佛法)의 인연을 맺은 신참이나 구참 모두에게 크게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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